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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만화영화 주제가의 가려진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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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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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송락현씨.(한겨레21 이용호 기자)
<송락현의 애니스쿨> 등의 책을 펴내면서 일찌감치 애니메이션 마니아의 대표주자로 꼽혀온 송락현(31)씨. 그가 최근 비슷한 또래의 국내 애니메이션 마니아 1세대들과 함께 새로운 책 <애니메이션 시크리트 파일>(시공사)을 내놨다. 16명의 전문가들이 애니메이션 관련 분야를 한 가지씩 맡아 글을 쓴 이 책에서 송씨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분야인 ‘만화영화 주제가’에 대해 글을 썼다. 그리고 이 글에서 그는 “우리나라 만화영화 주제가는 작곡가는 물론 작사가까지 조작됐다”고 고발했다.

송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거의 유일의 ‘만화영화 주제가 전문가’. 어려서부터 워낙이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바람에 주제가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송씨는 일찍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텔레비전 스피커에 녹음기를 대고 만화영화 주제가를 녹음했다. 녹음하지 못한 주제가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엽서를 보내 노래를 신청해가며 녹음을 했다는 일화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지금도 전설로 통하는 이야기. 이처럼 주제가에 관심을 갖고 파고들면서 송씨는 저절로 만화 주제가에 숨어 있는 표절의 흔적을 찾아내게 됐다고 한다.

송씨에 따르면 1970∼80년대 방송국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수입하면서 이들의 국적을 숨기면서 동시에 주제가마저 일본 것을 그대로 번안하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마징가Z> <우주소년 아톰> <독수리 5형제> 등이 모두 그런 사례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 국내 작곡가가 작곡한 것으로 속여 가짜 작곡자를 내세우는 것은 물론 작사가 역시 윤석중씨처럼 유명한 아동문학가의 이름까지 도용하는 일조차 있었다고 한다.

송씨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표절과 조작 때문에 정작 주옥같은 우리의 창작 만화영화 주제가들마저 싸잡아 표절로 의심받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작곡가 정민섭씨와 가수 정여진씨 부녀의 작품인 <77단의 비밀> <사랑의 학교> <들장미 소녀 제니> 등은 지금 들어봐도 뛰어난 노래들인데, 이런 성과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만화영화 주제가들은 그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들에게는 어린 시절을 대변하는 문화적 아이콘이자 추억으로 남아 커서도 애창곡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는 “단지 만화 주제가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는 뛰어난 노래들이 동요처럼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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