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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518대 1의 평화적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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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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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대 1.’

지난 9월14일 미국 연방의회가 동시다발 테러사건을 무력으로 응징하기 위한 부시 행정부의 긴급예산안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결 결과다. 상원 98 대 0, 하원 420 대 1. 이 압도적 찬성표는 지금 미국사회가 테러리즘에 대해 얼마나 단호한 분위기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의 눈길을 끄는 건 ‘518’이 아니라 ‘1’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식의 반대표를 던진 단 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이번 예산안이 의회 권한의 너무 많은 부분을 대통령에게 넘기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무력사용의 승인을 거부한다.” 민주당 소속 흑인 여성 의원인 바버라 리(50·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버클리)는 이날 “테러가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지만, 나는 군사행동이 추가적인 테러리즘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뚜렷한 표적도 없이 무제한적 전쟁에 착수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리 의원의 이런 ‘돌출행동’은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줄곧 국방예산 삭감을 주장해온 그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9년에도 코소보지역에 대한 미군파병 법안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전과’를 가지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 취임식을 개인적으로 보이콧하는가 하면, 교토의정서 지지 의사를 밝히고, 감세정책에 반대하고, ‘평화부’ 신설법안을 제출하는 등 부시 정부에 대해서는 매우 단호한 입장을 지켜오고 있다.

1990년부터 캘리포니아주 상하의원을 지낸 그는 1998년 4월 론 딜럼스 전 연방의원이 은퇴하자 지역구를 이어받아 잔여임기를 채운 뒤 그해 11월 재선됐다. 그는 의회에서 ‘진보회의’, ‘흑인회의’, ‘여성회의’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대표적 여성 진보정치인이다. 정계진출 전에는 지역정신건강센터를 설립하는가 하면 캘리포니아 흑인여성지위위원회를 이끄는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의 신념에 찬 결단은 정계진출 이전의 이런 ‘화려한’ 사회활동 이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이력의 소유자들로 가득 찬 우리 국회에서 한번이라도 ‘272 대 1’의 표결 결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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