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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전경련의 속내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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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8-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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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로로 쓰러지기 전 건강한 모습의 최현규씨. 왼쪽은 누나 외영씨.)
“소송까지 가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지난해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일했던 최현규(30)씨와 함께 반(反)전경련 사이트(www.antifki.com)를 만든 누나 최외영(32·대구시 동구 신암4동)씨는 전화 저쪽에서 한숨을 폭폭 내쉬었다.

동생 현규씨는 지난 96년 전경련 국제부에 입사해 일해오다 지난해 1월 과로로 쓰러졌다. 그는 병원에서 ‘공황장애’라는 판정을 받고 현재까지 투병중이다. 공황장애는 과도한 스트레스나 피로 때문에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거나 정신적인 공포감으로 이어지는 신경정신과적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업무상 과로로 쓰러진 게 분명한 만큼 산재(산업재해) 처리를 받아야하는데도 전경련쪽은 규정상 산재로 처리해줄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생업도 제쳐둔 채 10차례 이상 서울에 직접 올라가고 삼촌까지 나섰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어서 결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마지막 수단까지 동원하게 된 거예요.”

최씨 가족은 소송제기에 이어 지난 8월10일 안티-전경련 사이트를 개설해 전경련의 처사가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전경련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시도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최씨는 근무 경험을 통해 느낀 전경련에 대한 소감과 재벌의 생리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겉으로는 자유시장경제를 외치면서 필요에 따라 담합까지 서슴지 않는 재벌들의 모습, 전경련 임원들의 말바꾸기, 전경련 내부에서 일어난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다양한 내용이 풍자형식으로 소개돼 있다.

“한때 몸담았던 회사인데…. 마음이 편할 리 있겠습니까. 같이 일했던 동료들 얼굴도 떠오르고 해서 괴로웠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당한 일을, 또 전경련이 어떤 곳인지를 말입니다. 공황장애가 어떤 병인지도 알리고 싶었고요.” 치료받으러 서울에 올라왔다가 어렵사리(공황장애로 낯선 사람과의 접촉을 꺼림) 전화로 연결된 현규씨는 “알리고 싶었다”는 말을 거듭하며 답답함을 하소연했다.


전경련쪽은 이에 대해 “최씨를 규정에 따라 최대한 배려하려고 했지만 요건이 맞지 않아 공상처리를 하지 못했다”면서 “개인적으로 섭섭한 감정을 이런 식으로 푸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불쾌해 했다. 여차하면 명예훼손으로 제소할 수도 있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안티-전경련 사이트까지 개설하는 단계로까지 치달은 최씨 가족과 전경련 사이의 싸움은 결국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됐다.

김영배 기자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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