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도 동성애를 포용한다”
등록 : 2001-09-19 00:00 수정 :
사진/ 테드 제닝스.(한겨레21 이용호 기자)
“교회가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교회가 아닙니다.”
테드 제닝스(59) 시카고 신학대 교수가 동성애 인권운동가들을 만나고 관련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9월5일 입국한 그는 동성애자인권연대(회장 임태훈)와 여성 성적소수자 인권모임 ‘끼리끼리’ 사무실 등을 방문하고, 14일 서울 감리교신학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토론회 ‘동성애, 한국교회는 어떻게 볼 것인가?’에 패널로 참석했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 중 유일하게 기독교가 동성애를 인정해야 함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성경의 수천 구절 중에서 동성애를 언급하는 구절은 다섯 구절이고, 이 중 두 구절만 동성애를 금기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에는 또한 돼지고기를 먹지 말고 면이나 양모로 된 옷을 입지 말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제닝스 교수는 기독교계가 다른 구절과 달리 동성애에 대해서만 문자적으로 독해하는 것의 오류를 지적했다. 또한 결혼과 가족중심주의는 기독교 복음과 상충된다고 주장했다.
그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하고 지난 1971년부터 신학대에 몸을 담은 뒤, 90년대 들어서부터 ‘동성애와 성서’ 등 동성애학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그는 “동성애자라고 해서 차별을 받은 경험이 거의 없으며, 미국의 주류 신학대는 동성애에 대해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가족을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이 강한 까닭에 앞으로도 교회가 동성애를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는 이날 참석한 다른 한국 신학대 교수와의 관점 차이에 대해 “일단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처음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15일 홍익대 앞에서 열린 동성애 축제 ‘무지개2001-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도로 행진을 함께한 그는 “한국의 동성애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순수 신학적 관점에서만 9권의 책을 펴낸 그가 내년에 내놓을 10번째 책은 ‘동성애와 기독교의 관계’가 될 것이라고 한다.
김아리 기자/ 한겨레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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