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의 권리를 챙기련다
등록 : 2001-09-19 00:00 수정 :
먹음직스러운 고기가 누군가의 눈에는 ‘동물의 시체’로 보이기도 한다. 채식인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음식 가지고 뭘 그렇게 까탈스럽게 구냐”는 핀잔 속에 지내오던 이들이 드디어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푸른생명 채식연합이 주최하는 ‘2001 채식인의 날’ 행사가 그것이다. 9월23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인사동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채식인 단체뿐 아니라 녹색연합, 동물학대방지연합, 불교환경교육원 등 다양한 사회단체들이 참여한다. 그리고 입을 모아 “채식할 권리를 달라”고 외칠 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채식인의 날 행사다. 원래 세계 채식인의 날은 10월1일. 1894년 영국에서 14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고기를 더이상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기념해 세계 각국에서 채식인의 날 행사를 벌여오고 있다. 한가위 연휴와 겹치는 탓에 올해 한국 행사는 일주일 앞당겨졌다. 푸른생명 채식연합
이광조(사진 맨 오른쪽) 서울대표는 “지난해 행사는 퍼포먼스 위주의 축제 분위기였다”면서 “올해 행사는 학교와 공공기관의 급식에서 채식메뉴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 중심의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채식메뉴 서명운동 외에 소책자 무료배포, 채식 무료시식회 등이 준비돼 있다. 참가 인원도 지난해에는 100여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00명이 넘을 전망이다.
묵묵히 채식을 실천하던 이들이 체식메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우리 사회의 무지 탓이다. 푸른생명 채식연합 회원들(사진)은 “우리 사회의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육식문화”를 채식을 어렵게 만드는 큰 걸림돌로 꼽았다. 특히 학교나 공공기관의 급식에서 채식메뉴를 마련하지 않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채식을 원하는 이에게 죽음의 간접 살인에 동참하도록 강요하는 일”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생명존중 차원에서 채식을 선택한 사람들도 많지만 사회는 여전히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채식을 하는 청소년들은 아직도 ‘이해 못하는 선생님’과 ‘놀리는 아이들’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푸른생명 채식연합 사이트(
www.vegetus.or.kr)에는 고통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여럿 올라 있다. 푸른생명 채식연합
정상봉(사진 오른쪽에서 네 번째) 서울 부대표는 “채식메뉴를 마련하는 일은 채식을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아무 생각없이 먹어온 이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를 생각해볼 기회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식이 단순한 취향을 넘어, ‘권리’가 되는 사회가 성큼 다가와 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