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목공체험으로 탄생한 아기 원목침대… 대패질·홈따기 등에 녹초되면서 목공기술 연마
“잘됐네. 소은이 그림책 책꽂이를 살까 했는데, 이참에 하나 만들면 되겠군.”
8월말 마케팅부 권복기 기자가 “목공학교에 한번 가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을 때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꿩도 먹고 알도 먹자’는 속셈이었다. 부담도 있었다. 지난번 강원도 정선 카지노 기자체험에 동료들의 밥값 30만원을 판돈으로 날린 터라, “저 인간은 돈 드는 체험만 하냐”는 총무 구본준 기자 등 동료의 눈총이 두려웠다.
속마음도 모르는 권 기자는 <한겨레21>을 드나들며 목공학교의 신선함을 날마다 선전했다. “최고의 기자체험 소재라니까. 똥빠지게 노력해 직접 필요한 가구를 만든다. 교육비는 빼고 목재 값만 받도록 부탁해볼 테니 한번 해봐.”
독촉에 못 이겨 말을 꺼냈다. 구 총무 대답은 명료했다. “저번 카지노에서 잃은 돈만큼은 대줄게.” 그때 판돈은 30만원. 그 정도면 잘될 것 같았다.
꿩 먹고 알 먹고, 부푼 가슴에 도전 ‘몸으로 때우면 되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에 출발 하루 전인 9월11일 ‘만드는 세상’ 일명 ‘만세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내일 목공학교 체험하러 갈 사람인데요….” 전화에서는 이런 말이 흘렀다. “뭘 만들 계획인가요.” “딸 아이 책꽂이나 만들어줄까 하는데요.” “구체적인 아이템과 모형을 생각해 내일 아침 일찍 오세요.” 갑자기 바빠졌다. 무작정 찾아가 망치와 톱 들고 뚝딱거리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른바 ‘디자인’, 거창하게 말해 작품구상을 요구한 것이다. 인터넷에서 ‘아동 & 책장’이란 검색어로 4시간을 뒤졌지만 확 끌리는 것을 찾지 못했다. 밤늦도록 고민하는 날 지켜본 아내가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책꽃이는 3∼4만원이면 사는데. 카지노만큼 돈 대주면 그럴듯한 것에 한번 도전해봐. 책꽂이는 나도 만들겠다. 독자들한테 목공학교 느낌이 전혀 안 온다니까.” 지난달 세탁기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신적·경제적 충격을 당한 아내는 ‘외상후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 같았다. “이참에 살림도구나 하나 마련하자”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다니. 아내는 심야에 도서대여점을 찾아가 철지난 여성지 2권을 사왔다. 느낌이 달랐다. 단순한 책장이 아니라 한쪽 벽면을 완전히 채우며 장식효과를 낸 다용도 책장 등 목공 DIY(Do It Yourself)로 집안 인테리어를 해결한 그럴듯한 사진들이 잔뜩 담겨져 있었다. 고민 끝에 3가지 아이템을 정했다. 제1안, 애초 계획을 확장해 소은이 방 창가쪽 벽면을 완전히 장식할 수 있는 다용도 책꽂이, 제2안 컴퓨터, 책꽂이, 스탠드 등이 한데 어우러진 책상, 제3안 아기용 침대였다. 9월12일 수요일, 오전 8시 잠실역 근처에서 119번 버스를 타고 2시간 가까이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구단지들이 즐비한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문형리였다. ‘만드는 세상’ 일명 ‘만세학교’(031-765-4404/ www.makeworld.co.kr)는 마을 야산에 있었다.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원목침대나 의자, 수납장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하지만 원목가구가 얼마나 비싼가. 내 월급으로는 엄두도 못 낼 일 아닌가. 그런데 원목을 이용한 나무공, 시소, 심지어 유아용 딸랑이나 비행기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걱정 때문에 갓 백일을 넘긴 딸아이에게 어떤 장난감을 사줘야 할지 고민하면서도 마지못해 플라스틱 제품을 입에 물려온 나로서는 “아니, 이런 것까지”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제대로 한번 배워야겠다’는 의욕도 치솟았다. 불타는 의욕에 원목침대에 도전했건만
만세학교 교장 겸 사장인 한태성(45)씨가 입을 열었다. “신 기자가 배울 과정은 정원 7명 회원이 매주 토요일 4번에 거쳐 배우는 것을 압축한 것입니다.” 한씨는 이어 즐거움과 고통이 뒤범벅된 5일간의 체험을 예고하는 듯한 말을 내뱉었다. “꼭 당부할 말이 있어요. 심각한 위험이 있는 몇 가지 과정말고는 신 기자가 뭘 만들든 도와주지는 않습니다. 몇년 사이에 DIY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졌지만 그저 패트병이나 우유곽 등을 활용한 싸구려 장식이나, 정반대로 취향에 맞춰 세상에 하나뿐인 값비싼 수공제품을 주문제작하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어요. 목공 DIY는 자유와 땀, 즐거움과 사랑 4가지가 담긴 세상에 유일한 자기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에요. 남의 손이 들어가는 순간 그 의미는 퇴색해요. 나는 나무 다루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 제작은 다 알아서 하세요.”
그렇게 첫쨋날 교육이 시작됐다. 목공이론이었다. 나무의 종류와 기본 속성, 규격, 가격 등을 장시간에 걸쳐 섭렵했다. 이어 목공설비 사용법을 익혔다. 나는 그저 톱과 망치, 대패, 못 정도만 생각했다. 그러나 설비는 내 상상을 넘어서 있었다. 큰 나무를 자르는 대형 재단기, 홈만 전문으로 파는 루터, 곡선면을 자르는 띠톱, 큰 원형구멍을 뚫는 보루방, 표면을 다듬는 샌딩기 등 다양한 설비가 있었다. 이론교육의 분위기는 자유로웠다. 왼손에는 캔맥주, 오른손에는 연필을 들고 마당과 작업장을 종횡무진 오갔다. 그러나 4∼5시간씩 묻고 답하는 교육이 계속되자 나는 뒷골이 땅기기 시작했다. 은근히 마셔댄 맥주 탓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한씨는 이렇게 말했다. “목재의 속성이나 설비, 목공 순서를 잘못 알면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DIY는 자유거든. 자유롭기 위해서는 만들기 전에 모든 과정과 완성품의 모습까지도 머릿속에 완벽하게 꿰고 있어야 해.”
교리문답을 통과한 오후 7시가 돼서야 디자인 논의가 시작됐다. “뭘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 나는 3개안을 내놓았다. 준비해간 여성지의 그럴듯한 목가구 사진들도 곁들여 들이밀었다. 3개안을 놓고 2시간 동안 토론했다. 결론은 아기용 침대였다. 1안인 책꽂이는 변형을 시도해도 4각형 기본구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아내의 예상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강하게 밀어붙인 다용도 책상은 ‘초짜’가 기사 마감 전에는 도저히 완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목공 DIY의 매력은 필요에 따라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느끼는 자유와 즐거움”이라는 이론교육 내용을 나는 즉시 들이댔다. 몇 가지 변형을 제안한 것이다. 기성 아기용 침대는 짧게는 6개월, 길어야 4∼5살 정도까지밖에 사용할 수 없다. 나는 딸 소은이가 평생 사용하고, 실증을 느끼면 소파나 툇마루로 변용할 수 있는 침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결국 떨어지는 것을 막는 난간을 설치하되 길이를 250cm로 늘려 성장해도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침상 높이는 40cm로 낮추고 너비를 110cm로 줄여 뒤쪽에 쿠션을 대면 언제든 소파로 변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몇년 쓰다 버리는 아기용 침대의 무용성”에 대해 의견을 함께한 한씨는 흔쾌히 동의했다. 다만 “절대 지쳐서는 안 된다”는 말을 몇 차례 강조해 덧붙였다.
초짜의 생고생에 몸은 파김치가 되고
둘쨋날인 9월13일 목요일 톱밥 먼지 날리면서 제작에 들어갔다. 먼저 제제소에 가 적당한 목재를 사온 뒤 재단기로 필요한 크기만큼 잘라냈다. 기둥 4개, 좌우의 상하 난간 4개, 전후의 상하 난간 4개. 머릿속 계산으로는 모두 12개의 큰 덩치만 잘라 가공하면 기본 골격이 완성될 것 같았다. 대부분 기계로 처리하니 하루만 밤새우면 완성품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는 야무진 꿈도 꿨다. 그러나 시작부터 고전했다. 분명 115cm라고 줄자로 여러 차례 확인한 뒤 잘랐는데 결과물은 105cm가 되는 등 의도한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0.5mm쯤 차이가 난다고 판단해 무려 10차례 이상씩 치수를 확인한 뒤 다시 잘랐지만 이번에는 너무 작아졌다. 침대 크기를 잔뜩 키워놓고는 목재만 낭비하는 꼴이 되자 나는 민망해졌다. 결국 침대의 기본골격에 필요한 12개를 대형 목재를 정확한 크기로 자르는 데만 거의 5시간이 걸렸다.
자른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기둥 표면각을 맞추는 켜기와 대패질이 시작됐다. 나도 힘깨나 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목재소에서 가져온 거친 목재를 잘라 만든 4각 기둥의 표면을 완벽하게 다듬기는 정말 힘겨웠다. 0.1mm 정도씩 입구를 줄여가며 기계대패안으로 기둥을 힘껏 밀어넣는 일을 20분 정도 거듭하자 힘이 쪽 빠졌다. 목재기둥이 기계 속으로 밀려들어가는 게 아니라 내 몸이 오히려 뒤로 밀렸다. 주변에서 작업중인 사람들이 말했다. “그거요. 대패 다이어트기예요.” 그 정도 힘겹다는 것이다. 12개의 기둥을 재단하고 켜기까지 끝내자 바깥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그런데 더 힘겨운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맞물려 들어갈 한쪽 기둥에는 사각형 홈을 난간에는 그에 맞는 홈을 따야 했다. 기둥의 홈 크기에 맞춰 들어갈 부분을 깎아내는 것을 ‘홈을 딴다’고 설명했다. 이 작업은 정확한 위치, 각도, 크기, 깊이가 생명이다. 홈따기는 비교적 수월했다. 눈에 보이니까. 문제는 홈파기. 밑에서 위로 날이 올라와 나무를 깎아내는 루터기를 동원하기 때문에 나무 밑이 어느 정도 크기와 깊이로 파이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나무 측면에 표시를 보고 홈을 크기를 대강 추정하는 데 잠깐 사이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4개 기둥에 모두 8개의 홈을 파거나 따는데 또 2간이 걸렸다.
순간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골격만 끝나면 70% 공정은 끝난 것”이라는 교육내용이 떠올랐다. 오늘 밤만 새우면 끝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씨가 야무진 꿈을 산산이 깼다. “이제 뭘 해야 할까요?” “골격재들을 샌딩(사포질)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판단착오였다. 유아용 침대는 안전을 위해 사방의 난간에 받침 창살을 대야 한다. 넓게 잡아 6cm 간격으로 창살을 댄다 해도 무려 66개가 필요했다. 아찔했다. 4면의 상하 난간에 창살이 들어갈 홈 132개를 파고 66개 창살 양쪽에 홈을 따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침대의 길이와 너비를 넓게 잡았을 때 “지치지만 말라”던 한씨의 당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후회는 이미 늦었다. 내 과욕이 빚어낸 일인 만큼 버틸 수밖에 없었다. 한번 해보자는 각오로 촘촘히 홈을 파고 따기 시작했다. 곧 아무 생각이 없었다. 무아지경, 그 자체였다. 자꾸 하면 숙달이 된다고, 2시간50분이 걸려서야 필요한 홈을 모두 따거나 파냈다.
딸을 생각하며 밤낮없는 작업에 매달려
눈도 침침해졌다. 그러나 또 하나의 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 표면에서 나뭇결이 일어나 아이 손에 가시가 박히는 일이 없도록 바닥이 회전진동하는 다리미같이 샌딩기에 사포를 덧댄 뒤 표면을 고르는 작업이다. 당장 필요한 일부분만 한 시간정도 샌딩한 내 손은 남의 손이었다. 진동이 그대로 전달되면서 기계가 멈춘 뒤에도 30여분 이상 손이 흔들리며 저려왔다. 주먹을 꽉 쥘 수도 없었고, 화장실에 갔는데 지퍼도 정확히 잡을 수 없었다. 막차도 이미 떨어졌고 첩첩산중이었다. 한씨는 나에게 소주 한잔을 건네며 말했다. “DIY에 왜 땀과 사랑이 필요한지 알겠지요. 모두들 이미 치수를 맞춰 깎여 있는 목재를 사다가 볼트, 너트 몇개로 조립하는 것을 목공 DIY로 착각해요. 솔직히 그건 ‘넉다운 제품’이지 DIY가 아니거든. 신 기자처럼 딸을 위해 아버지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침대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없다면 제대로 만들기 어렵지.”
너무 후미져 택시도 없었다. 마을 앞 구멍가게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난생 처음 대리운전을 불렀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30분. “제 깜냥도 모르고 과욕을 부리면 수족이 정말 피곤하다”는 말을 떠올리며 곯아떨어졌다.
목공학교 3일째인 금요일. 이제 고된 작업에 마감시간까지 나를 짓눌렀다. “오늘 안에 마칠 수 있을까요. 내일이 마감이라….” 한씨는 모든 공정에 필요한 최소 예상 시간을 계산했다. 14시간. 오전 10시부터 작업을 해도 밤 12시에 끝난다는 얘긴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급한 마음에 사회팀장 안영춘 기자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마감 좀 늦출 수 없나요. 장난이 아니에요.” 답변은 무덤덤했다. 미국 테러 때문에 기사가 밀려 있대. 꼭 토요일에는 막아야지.” 안 기자는 오히려 “요즘 기자체험을 참 실속있게 하네”라고 놀렸다. 어떻게든 끝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딸아이가 나중에 철들면 무척 고마워하겠지’라고 위안도 했다. 좌우 받침대를 곡면처리하고 측면을 기둥과 조립하고 나니 정오가 지났고, 받침대의 직각을 잡아주는 편축을 설치하고 기본 골격조립이 끝난 것은 다음날 새벽 3시였다. 그제서야 모양새가 나왔다. 좀 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힘을 냈다.
이미 마음도 비웠다. 토요일 마감까지 완성은 불가능했다. 미완상태로 기사를 쓰고 일요일에 와서 나머지를 손보자는 데까지 생각이 이른 것이다. 마음을 비우자 자유로움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며 내가 만들고 싶어했던 형태의 다용도 책상을 만드는 이호웅(40)씨. 잠실 롯데쇼핑몰에서 우리꼴이라는 목가구 점포를 운영하는 그는 시간날 때마다 조끔씩조금씩 완성하고 있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직접 가구를 만들어 전시하고 그 반응을 살핀다. 자유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공장제품의 3분의 1 가격에 완성할 수 있다”며 예찬론을 펼쳤다. 그에게 목공은 직업과 취미, 여가를 모두 책임지는 행위였다. 충북 음성의 한 고등학교 여선생님도 토요일 오후에 나타나 밤새 전통 창살무늬 모양의 차양막을 만들어갔다. “목공 DIY도 등산이나 축구, 골프처럼 여가선용 방법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한씨의 말뜻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꼬박 밤샘을 한 나는 이미 지쳐 있었다. 그런데 주말 목공학교에 온 학생들이 침대를 유심히 살폈다. “어때요”라며 반응을 살폈다. 몇몇이 “멋있다”고 칭찬했다. 흥이 났다. 때마침 회사에서 “마감시간을 월요일로 늦춰주겠다”는 낭보까지 날아들었다. 마감의 압박을 벗어던지자 나도 자유를 느끼기 시작했다. 일이 아니라, 땀과 사랑, 즐거움이 배어 있는 딸아이를 위한 침대 만들기에 전념하게 된 것이다. 아이디어도 용솟움쳤다. 침대 아래 들어갈 아주 큰 수납서랍을 만들었다. “집도 좁은데, 무슨 침대냐”는 아내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대책이었다. 또 수납서랍의 공간을 칸막이로 나눴다. 서랍을 수직으로 세우면 처음 올 때 계획했던 책꽂이로 변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내가 봐도 그럴듯했다. 이틀째 계속되는 밤샘 작업은 내 몸을 한계상황으로 몰고갔다.주먹도 제대로 쥘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부었고, 제대로 걷는 것도 사실 힘겨웠다. 그러나 4일째인 토요일 밤샘은 정말 즐거웠다. 5일째인 일요일 밤늦게 침대가 드디어 완성됐다.
나에게도 생계 떠받쳐줄 전문기술이…
며칠째 집에 안 들어가자 아내가 “도대체 뭘 만들길래 그러냐”며 딸을 안고 목공학교를 찾았다. 아내의 첫마디. “너무 근사하다. 여보 정말 고생 많았겠네.” 함께 온 처형도 “샘나네. 나도 한번 배워봐”라며 거들었다. 5일의 힘겨운 체험은 그렇게 끝이 났다. 목공학교는 나에게 3가지를 주었다. 아이가 평생 간직하기를 바라는 그럴싸한 원목침대 하나, 제 능력을 모른 채 과욕을 부리면 몸과 마음이 얼마나 고단한지, 또 하나 목공기술이다. 취미로 유지하며 갈고 닦으면 불가피한 상황(?)에 생계를 해결할 수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정말 야무진 생각을 해봤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지그톱으로 곡면자르기 연습을 하고 있다.(한겨레21 이정용 기자)
꿩 먹고 알 먹고, 부푼 가슴에 도전 ‘몸으로 때우면 되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에 출발 하루 전인 9월11일 ‘만드는 세상’ 일명 ‘만세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내일 목공학교 체험하러 갈 사람인데요….” 전화에서는 이런 말이 흘렀다. “뭘 만들 계획인가요.” “딸 아이 책꽂이나 만들어줄까 하는데요.” “구체적인 아이템과 모형을 생각해 내일 아침 일찍 오세요.” 갑자기 바빠졌다. 무작정 찾아가 망치와 톱 들고 뚝딱거리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른바 ‘디자인’, 거창하게 말해 작품구상을 요구한 것이다. 인터넷에서 ‘아동 & 책장’이란 검색어로 4시간을 뒤졌지만 확 끌리는 것을 찾지 못했다. 밤늦도록 고민하는 날 지켜본 아내가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책꽃이는 3∼4만원이면 사는데. 카지노만큼 돈 대주면 그럴듯한 것에 한번 도전해봐. 책꽂이는 나도 만들겠다. 독자들한테 목공학교 느낌이 전혀 안 온다니까.” 지난달 세탁기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신적·경제적 충격을 당한 아내는 ‘외상후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 같았다. “이참에 살림도구나 하나 마련하자”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다니. 아내는 심야에 도서대여점을 찾아가 철지난 여성지 2권을 사왔다. 느낌이 달랐다. 단순한 책장이 아니라 한쪽 벽면을 완전히 채우며 장식효과를 낸 다용도 책장 등 목공 DIY(Do It Yourself)로 집안 인테리어를 해결한 그럴듯한 사진들이 잔뜩 담겨져 있었다. 고민 끝에 3가지 아이템을 정했다. 제1안, 애초 계획을 확장해 소은이 방 창가쪽 벽면을 완전히 장식할 수 있는 다용도 책꽂이, 제2안 컴퓨터, 책꽂이, 스탠드 등이 한데 어우러진 책상, 제3안 아기용 침대였다. 9월12일 수요일, 오전 8시 잠실역 근처에서 119번 버스를 타고 2시간 가까이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구단지들이 즐비한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문형리였다. ‘만드는 세상’ 일명 ‘만세학교’(031-765-4404/ www.makeworld.co.kr)는 마을 야산에 있었다.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원목침대나 의자, 수납장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하지만 원목가구가 얼마나 비싼가. 내 월급으로는 엄두도 못 낼 일 아닌가. 그런데 원목을 이용한 나무공, 시소, 심지어 유아용 딸랑이나 비행기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걱정 때문에 갓 백일을 넘긴 딸아이에게 어떤 장난감을 사줘야 할지 고민하면서도 마지못해 플라스틱 제품을 입에 물려온 나로서는 “아니, 이런 것까지”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제대로 한번 배워야겠다’는 의욕도 치솟았다. 불타는 의욕에 원목침대에 도전했건만

만세학교 한태성씨의 지도 아래 수납서랍을 만드는 모습.(한겨레21 이정용 기자)

재단기로 기둥재목을 다듬고 있다.(한겨레21 이정용 기자)

"이 안락함을 평생 간직하기를…" 완성된 유아용 침대에서 딸소은을 재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