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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안방에서 미국 변호사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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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1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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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가지 않고서도 국내에서 미국변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을까?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가능한 일이다. 현대자동차 특허팀에 근무하는 김승도(31)씨는 최근 미국변호사 1차 시험(Baby Bar Exam)에 합격했다.

회사 일만 해도 바쁠 텐데 언제 공부할 시간이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결혼을 안 했으니까 그렇죠 뭐”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김씨는, 국내에서 미국변호사 자격증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명인사이다. 직장을 다니며, 국내에서 인터넷과 학원수강만 받고서도 1차 관문을 통과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김씨가 받은 것은, 미국변호사협회가 주관하는 로스쿨 1학년과정의 ‘베이비 시험’ 합격증일 뿐이다. 미국 남부캘리포니아대에서 우리나라의 방송통신대학과 비슷한 형식으로 운영하는 로스쿨 2학년 과정을 밟고 있는 김씨는 앞으로 3, 4학년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어 법학박사(J·D) 학위를 받은 뒤 최종시험인 ‘빅 바’(Big Bar)에 도전해 합격해야 정식으로 미국변호사 자격증을 따게 된다.

김씨는 “1차 시험이 가장 어려운 관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머지 과정을 끝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지난 96년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특허팀에 근무하고 있다. 직장을 다니며 방송통신대 법학과에 편입해 올해 졸업했으며 지난해 6월부터 미국 로스쿨 과정을 병행하고 있다. 회사(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 기숙사 도서관에서 하루 3시간씩 법학과목을 독학하고 있으며 지난 99년 설립돼 미국 변호사 자격취득 정보 및 강좌를 제공하는 ‘AP서울코리아’(apkorea.co.kr)에서 1주일에 하루씩 보충수업을 받고 있다.

보통 미국 현지 로스쿨에 다니려면 1년에 학비만 2만∼3만달러(한화 약 2600만∼3900만원)에 이르지만 김씨처럼 인터넷 수강코스를 거칠 경우 4년을 통털어 드는 총비용이 약 2천만원만 정도라고 한다. 김씨는 “대학 시절부터 특허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현업에 있다보니 외국기업과 붙어야 할 일이 많고 이 때문에 특히 미국법을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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