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주택은 왜 늘어났나
등록 : 2001-09-11 00:00 수정 :
사진/ 지상과 지하가 나뉘는 곳. 반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은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정도로 비좁다.
반지하주택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는다. 다만, 서울지역의 경우 대략 18만 가구에 이른다는 추정이 있을 뿐이다.
반지하주택이 급속히 늘어난 계기는 90년대 초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주택 200만호 건설정책’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용적률을 300%에서 400%로 높이는 것을 비롯해 건축 기준을 대폭 풀자 단독주택 밀집지역은 다세대·다가구 단지로 잇따라 바뀌고 반지하 주거공간이 대거 생겨났다.
여기서 반지하주택 문제가 비롯된다. 지상은 다세대·다가구 단지로 탈바꿈했지만 하수도는 그대로 둬 반지하층의 방바닥은 하수도 아래에 자리잡은 꼴이 돼버렸다. 비가 조금 오면 물의 역류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올 여름 서울지역에서 침수된 9만2천여 가구 중 80%에 이르는 7만여 가구가 지하 다세대·다가구주택이었다는 사실이 이런 문제를 잘 보여준다.
서울시 등 정부당국은 수해를 줄이기 위해 반지하 공간을 주차장이나 창고로 이용하는 대신 1개층을 더 짓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돈이 없어서 반지하 셋방살이를 하는 처지에 어디로 가느냐는 것이다. 되레 전·월셋값만 부추긴다는 걱정도 덧붙는다.
물난리 같은 극단적인 고통은 아니지만, 반지하 주민들이 당하는 일상적인 곤란도 만만치 않다.
김동수 교수(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의사)는 “2살 미만 유아를 키우고 있는 가정의 경우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 아이들이 천식, 기관지염 등 만성적인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는 걸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습도가 높아 곰팡이 같은 병원균이 서식하게 되고 이것이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여름철만 되면 피할 수 없는 물난리에 올 가을 들어선 유례없는 전세난이 겹쳐 반지하 가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