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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500년 뿌리가 흐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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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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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교하면 물푸레나무 이식 논란… 생태적 가치 외면한 택지개발 비난 목소리

사진/ 다율리 물푸레나무를 관찰하고 있는 파주문화원 관계자들.
남북화해의 시대를 맞이하며 경의선 연결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파주지역은 개발의 기운으로 뜨겁다. 새로 들어서는 도로와 건물들로 파주시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주를 대표하는 물푸레나무가 난개발의 소용돌이에서 고사될 위기에 처해 있다. ‘다 잘살자고 하는 개발인데 그깟 나무 몇 그루야 어떠냐’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이 물푸레나무는 파주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개체이기 때문이다.

개발과 보전의 정점에 놓인 상징처럼 돼버린 나무는 파주시 교하면 다율리의 마을 한가운데 논과 길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것 중 가장 상태가 양호하고 잎이 많이 달린 물푸레나무다. 현재 나이는 약 500년가량으로 추정된다. 주변에는 이 나무와 함께 서식하고 있는 어린 물푸레나무도 30그루가량 있다. 같은 파주시에 있는 적성면 무건리의 물푸레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무건리 물푸레나무는 천연기념물임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잘 안 돼 매우 허약한 상태다. 이에 비하면 다율리의 물푸레나무는 아직까지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다율리 물푸레나무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한국토지공사에서 추진중인 ‘파주 교하지구 택지개발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토지공사 산하의 파주사업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파주 교하지구 일대의 61만8천평가량을 대규모 택지지구로 지정하여 신도시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97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올해까지 사유지에 대한 보상과 설계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교하 일대의 숲과 농경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뀔 예정이다. 이 한가운데에 500년된 물푸레나무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천연기념물 지정 나무보다 상태 좋아


사진/ 파주시 교하면 다율리의 500년된 물푸레나무 전경. 옆으로 넓게 퍼진 수형을 자랑하고 있다.
토지공사는 올 5월에서야 이 물푸레나무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뒤 대책이라고 세운 것이 ‘이식계획’이다. 토지공사쪽은 “물푸레나무가 희귀종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오래되었다고 하기에 우리도 살리려고 한다”며 “나무가 위치한 곳으로 도로가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식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토지공사는 내년 봄에 작업을 거쳐 물푸레나무를 이식할 계획이다. “우리가 알아본 바로는 이식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게 토지공사쪽의 입장이다.

그러나 천연기념물에 버금가는 나무를 이식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무엇보다 이식을 하면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가 어렵다. 또한 수목생리의 관점에서 볼 때 나무 자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식을 하더라도 약 3년간 뿌리돌림을 거쳐서 신중하게 나무 전체의 생명력을 보전하면서 이식해야 한다. 이것이 나이가 오래된 나무를 이식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그런데도 토지공사는 내년 안에 이식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다율리 물푸레나무는 이미 파주시청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위해 전문가의 조사까지 마친 상태다. 지난 5월 파주시청의 의뢰로 다율리의 물푸레나무를 조사했던 공우석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이미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파주 적성면 무건리의 물푸레나무보다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교하면 다율리의 것이 상태가 훨씬 양호하다”고 밝혔다. 무건리의 천연기념물은 생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인자들이 여러 가지 있기 때문에 다율리의 물푸레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것이 파주지역의 고유성과 대표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공 교수는 다율리 물푸레나무를 “학술상 가치가 높고 환경보전림으로 잠재적인 이용가치가 있으며 향후 이 지역의 고유식생 경관을 복원할 때에도 지표종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의 지적처럼 다율리 물푸레나무는 시급히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할 정도의 가치를 지닌 나무다. 하지만 토지공사의 대책처럼 다른 곳으로 이식할 경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무나 초본식물에 해당하는 천연기념물 가운데 이식된 종이 지정된 예는 없었다. 본래 천연기념물은 그 장소 그곳에 있을 때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엉성한 환경영향평가… 마을 상징으로 남겨야

사진/ 파주시 적성면 무건리의 천연기념물 제286호 물푸레나무. 안내판과 기념비석 주변에는 외래식물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토지공사가 이처럼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물푸레나무의 존재 사실조차 제때 알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지거나 평가서가 허위로 작성됐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확인 결과, 사업지구의 자연생태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지표종이라 할 수 있는 500년된 물푸레나무가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아예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파주 교하지구 택지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는 지난 8월31일 본평가서가 경기도에 접수되었다. 하지만 교하지구에서 가장 대표적인 생물종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물푸레나무의 보전대책은 전혀 나와 있지 않다.

교하면 다율리의 물푸레나무는 환경생태적 가치와 더불어 문화적인 가치도 크다. 지역주민들과 오랜 시간 애환을 같이해온 물푸레나무는 농사를 짓다가 휴식을 취하는 쉼터이자 정자목으로 마을의 역사와 같이 대대손손 이어져왔다. 하지만 토지공사의 계획대로라면 이제 다율리는 택지개발로 인해 주민들의 가슴속에서만 향수와 추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그래서 파주시민들은 모든 것이 사라지고 새로 들어서더라도 물푸레나무만은 사라진 마을의 상징으로 남아 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파주=서재철/ 녹색연합 생태보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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