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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최루탄 없는 세상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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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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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집회·시위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최근 몇년 사이 양상이 많이 달라진 걸 피부로 느낄 것이다. 주요 집회·시위 때마다 주최쪽과 경찰쪽이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대치하는 점은 비슷하지만, 더이상 최루탄 연기 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변화에는 9월3일로 3년째를 맞은 경찰의 ‘무최루탄 원칙’이 한몫했다. 경찰은 지난 98년 9월3일 만도기계 분규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최루탄을 쏜 것을 마지막으로, 꼬박 3년 동안 단 한발의 최루탄도 사용하지 않았다.

경찰의 ‘무최루탄’ 원칙은 화염병의 입지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시위현장에 등장한 화염병은 지난 96년 7만여개, 97년 8만여개로 크게 증가하다, 98년 170개로 급격히 줄었다. 그뒤 99년 613개, 지난해 746개, 올해 2443개로 다소 증가했지만 예전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무최루탄 원칙’을 지휘해온 이무영 경찰청장이 ‘무최루탄 3년’을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이 청장은 지난 98년 서울경찰청장 시절 무최루탄 원칙을 선언했고, 지난 99년 1월 경찰청장 취임 뒤 전 경찰에 이 원칙을 지키도록 독려해왔다.

이 청장은 지난 3년의 의미를 이렇게 평했다. “최루탄은 과거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정부 아래서 국민의 손과 발을 묶고 입을 막아온 폭압정치의 도구이자 통제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먼저 최루탄 사용을 포기함으로써 폭력이 폭력을 부르는 악순환에 제동을 걸 수 있었고,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무최루탄 원칙은 경찰의 또다른 폭력때문에 빛을 잃기도 했다. 지난해 롯데호텔과 올해 부평 대우차 파업현장에서의 `연기없는 폭력'은 전례없이 가혹했다. 이 청장은 “두 번의 사건 모두 경찰총수로서 할 말이 없는 일”이라며 “다만 무최루탄 원칙을 비롯해 비합법적 폭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경찰의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또 “나름대로 어렵게 확립된 경찰의 무최루탄 원칙이 후임 청장 때는 물론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최루탄과 화염병이 영원히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조성곤 기자/ 한겨레 사회2부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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