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 연세대 본관 앞에 서 있는 이 대학의 설립자 언더우드 선교사의 동상. 2011년 11월 언더우드의 4대손 피터 언더우드(한국 이름 원한석)는 “연세대 이사회의 교단 파송이사 조항 삭제 결정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학교 설립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지난 2월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세언론인회 새해 인사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갑영 연세대 총장, 김문순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 이사장, 오명철 채널A 보도본부 해설위원, 방우영 연세대 재단이사장, 서수민 KBS 예능국 책임프로듀서, 연세대 동문회장 겸 이사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병규 문화일보사 사장, 신상민 전 한국경제신문 사장. 오 해설위원과 서 PD는 이날 연세언론인상을 공동 수상했다. 문화일보 제공
4개 협력교단 등이 참여한 ‘연세대학교 사유화 저지를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012년 3월 자격이 없는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의결한 정관 개정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1년여 만인 지난 2월7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김하늘)는 이사회 쪽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놓았다. 9명의 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처리된 정관 개정은 적법하다는 것이었다. 교계 처지에서는 실망스런 결과였지만, 재판 과정에서 ‘초장기’ 연임하는 이사장을 다른 이사들이 전혀 견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관 개정 과정에서 이승영 이사가 반대 의견을 개진했지만 이사회를 진행하던 방우영 이사는 참석 이사들 전원 찬성으로 의결이 이뤄졌음을 선포하였고 이사회 회의록 역시 그같은 취지로 기재됐다”고 밝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추천 이사인 이승영 목사는 증인신문에서도 “방 이사장이 존경을 받고 연세도 많고 하다보니 회의 진행을 독단적으로 운영할 때가 종종 있다” “(정관 개정 때도) ‘다 찬성한 것으로 알겠다’며 그냥 밀어붙였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이사 9명 전원 찬성’이라는 이사회 결의를 부정하고 ‘찬성 8, 반대 1(이승영 이사)’로 결의를 수정했다. 그러면서도 “정관 개정에는 8명 이상의 결의가 필요한데, 나머지 8명의 이사들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찬성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관 개정은 유효하다고 결론지었다. 지난 2월27일 대책위는 법원에 항소했다. 항소심의 불똥은 박삼구 이사의 종교가 무엇인지로 세게 튀게 됐다. 연세대 정관 제25조는 이사의 자격 요건으로 ‘기독교 성경이 가르치는 기독교인의 신앙생활을 하는 자’로 명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독교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책위 쪽은 독실한 불교신자로 알려진 박 이사는 애초부터 이사 자격이 없고, 그런 그가 참여한 정관 개정 결의도 무효라고 주장한다. 정관 개정에 참여한 이사 9명 가운데 이승영 이사에 이어 박 이사까지 제외된다면 정관 개정 정족수(8명)에 못 미치게 된다. 당연히 정관 개정도 무효가 된다. 박 이사는 1심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증언에서 ‘기독교인인가 불교신자인가’를 묻는 질문에 “집안은 불교를 믿는다. 저는 불교와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를 존중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반면 다른 이사들은 증언에서 “박 이사를 불교신자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쪽은 “예전부터 종교는 따로 없으셨다. 어머님이 독실한 불교 신자였기 때문에 그런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문회장이라 사실상 당연직으로 이사에 선임돼 정관 개정에 참여하게 됐는데, 뒤늦게 종교가 무엇인지를 문제 삼는 것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연세대 정관은 이사 등 소수 임원뿐만 아니라 전임 교원·사무직원 모두에 대해서도 ‘기독교인의 신앙생활을 하는 자’라는 요건을 요구하지만 상당수 비기독교계 인사들이 근무하는 점에 비춰 해당 규정은 훈시규정 등으로 완화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박 이사가 불교신자 혹은 무교라고 할지라도 이사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책위 쪽은 매우 위험한 결론이라고 비판한다. 연세대 정관 제5조는 ‘기독교인의 신앙생활을 하는 자’라는 자격 요건은 절대 변경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그 정도로 핵심적인 조항이라는 얘기다. 규범력이 일부 흐려졌다고해서 12명에 불과한 소수의 이사들에 대한 조항까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훈시규정으로 확대해석해 규범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이 선례가 될 경우 자칫 건학이념 구현을 목표로 하는 다른 사립학교들에도 확대 적용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국장 이훈삼 목사는 “강제로 종교 교육을 해서도 안 되지만 학교 설립이념은 지켜져야 한다. 전체 교원들에게까지 일일이 자격 요건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학교 운영 주체로 거대 재단을 운영하는 12명의 소수 이사들은 최소한 기독교적 신앙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여야 한다. 교원들에게 적용되지 않으니 이사들도 자격 요건을 안 지켜도 된다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고 했다. 방 이사장 “4월 정기 이사회 때 물러나겠다” 항소심 재판에는 정관 개정에 반대하는 연세대 동문 변호사들이 함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변호사는 “단순히 교계 쪽 이사 구성을 회복하자는 것이 아니다. 특정인에 의한 1인 지배 체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고 했다. 이훈삼 목사는 “과거 행태를 보면 교계도 반성할 지점이 많다. 교단 몫 이사 자리를 다시 찾아오자는 이권 챙기기가 아니라 한국에서 사학이 어떤 구조를 가져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운영돼야 하는지를 점검하는 쪽으로 논점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했다. 방우영 이사장은 1심 선고가 있기 이틀 전인 지난 2월5일 열린 이사회에서 ‘4월 정기 이사회 때 물러나겠다’는 신상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에 정병수 연세대 법인본부장은 “그런 얘기를 들었다면 그냥 (기사에) 쓰라. 우리가 거기에 대해 뭐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사회 안팎에서는 해당 발언의 의도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누군가의 ‘복심’을 읽어내야 하는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