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권출산 연구가 셸 오당 박사가 밝히는 임신·출산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한국에서는 당신이 소개한 수중분만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런데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수중분만을 반드시 하고 싶은 산모들은 특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그 분만법의 목표는 물 속에서 아이를 낳는 게 아니다. 그냥 진통과정에서 물을 사용하라는 개념이다. 그러다가 산모가 원하면 물 속에서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물 속에서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해서 실패한 게 아니다. 오해다. 유럽에서도 물 속에서 진통과정을 겪다가도 물 밖에서 낳으려는 산모들이 더 많다.”
아하, 그렇구나! 9월3일 만난 세계적인 인권출산 전문가인 미셸 오당(71) 박사의 설명을 듣고 머리를 둔기에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대형병원의 반인권적 출산시스템에 반발해 국내에 확산되고 있는 대안적 출산법에 따라 수중분만법을 선호하고 있는 임신부들조차 그 분만법이 추구하는 본질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었던 셈이다.
임상 경력 40년의 인권출산 전도사
국내 산부인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최근 아이를 물 속에서 낳는 것을 무리하게 고집하다가 결국 침대분만을 하고 나서 산모들이 낙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중분만에 실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수중분만 경험이 거의 없는 병원에서 무리하게 시도하다가 아이를 받는 자세가 잘못돼 갓난아기가 폐렴을 앓아 고생했다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주창한 오당 박사는 오히려 무리한 수중분만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었다. 역시 인권출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방법’이 아니라 ‘철학’과 ‘정신’에 있었다. 국내에 인권출산 개념을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그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오당 박사는 ‘인권분만연구회’(회장 김상현)와 임신부 교육문화관 ‘토끼와 여우’(대표 장은주)의 초청으로 지난 9월2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을 방문해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들을 상대로 특강을 열었다. 또 ‘토끼와 여우’에서는 임신부들과 대화를 나누고 실제 출산이 이뤄지고 있는 병원을 참관하는 등 인권출산문화가 확산되는 현장을 둘러봤다. 그는 산부인과 의사이면서 “출산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산모와 태아 사이에 끼어드는 의사의 간섭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야말로 ‘이상한’ 의사다. 그는 특히 제대로 된 출산을 위해서는 조산사의 숫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외치는 의사이기도 하다. 그는 또 임신부를 ‘환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출산은 병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당연히 거쳐야 할 본능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프랑스의 산과의사인 그는 임상 경력 40년 동안 자연분만율 96%를 기록했다. 그에게 “한국에서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높은 비율의 제왕절개수술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어떤 나라, 어떤 지역의 제왕절개율도 계산해낼 수 있다. 산부인과 의사 숫자와 산부인과 병원 수, 그리고 조산사 숫자 등 3가지만 알면 가능하다”라며 빙그레 웃었다. 그는 병원 안 수중분만을 실천·이론화했으며, 출산실을 최대한 집과 같이 편안하게 만드는 ‘가정분만’을 도입했다. 현재 그는 영국 런던에 ‘초기건강 연구센터’(Primal Health Research)를 설립해 출산을 전후한 이른바 ‘제1의 시기’(Primal Period)의 경험이 인생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그가 얻은 결론은, 산모의 태내에서와 출산, 그리고 첫돌까지의 건강이 평생의 건강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방문에 맞춰 출간된 <출산 속에 숨겨진 사랑의 과학>(The Scientification of Love·장은주 옮김·명진출판 펴냄)이라는 이름의 저서에는 그의 최신 연구가 소개돼 있다. 이 책 속에서 그가 제기한 몇 가지 화두는 국내 산부인과 학계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도발적이면서도 논쟁적인 내용이다. 출산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이 아기에 영향
그는 먼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구실에 대해 새롭게 주목한다. 옥시토신은 이제까지는 자궁수축과 모유수유에 관여하는 것으로만 인식돼왔다. 그러나 옥시토신이 자궁수축 때 엔도르핀과 함께 분비돼 아기를 돌보는 행동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 여성에게만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성관계를 가질 때 남성에게도 분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좋아하는 사람과 식사하거나,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때도 분비된다는 게 그의 연구결과이다. 옥시토신을 ‘사랑의 호르몬’ 또는 ‘이타적인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당 박사는 여러 동물실험을 통해 새끼를 낳은 어미에게 옥시토신 분비가 왕성해지고 모성행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같은 사실을 인간에 적용해보면 출산 때 산모의 몸에서 형성되는 자연호르몬 옥시토신은 아기의 성장과 이후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자연스런 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기는 옥시토신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생애 첫 경험을 아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전체 인생에서 사랑을 적극적으로 키워나간다는 주장이다.
고통스러운 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이가 청소년기 자살 충동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실험결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오당 박사의 주장이다. 즉, 출생 직후 몇초 동안 가슴에서 시작되는 사랑의 경험, 이것이 바로 인간이 사랑을 발달시키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탄생과 동시에 아기를 신생아실로 데려가거나 출산 때 마취제를 사용하는 산부인과 병원의 관행을 비판한다. 신경성 거식증은 출생 당시의 두개강 내 혈종이 원인이 되며, 자폐증 역시 임신과 출산 당시 산모가 받은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에서 비롯한다는 연구결과도 소개한다.
그는 또 ‘임신성 당뇨’는 태반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가지는 오해일 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질병이라는 주장과 임신 후기 임신성 빈혈에 대한 기존 의료진의 성급한 판단 역시 임신부 신체변화를 간과한 데서 오는 결과라는 주장을 폈다. 이 부분은 국내 산부인과 의사들과의 특강시간에도 가장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의사들은 오당 박사의 설명에 대해 “의과대학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과 차이가 난다”면서 곤혹스러워했다. 이에 대한 오당 박사의 반론은 이랬다.
“엄마와 태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태아에게는 변호사가 필요한데, 이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태반이다. 태반은 아기에게 이로운 쪽으로 엄마의 물리적 상태를 조작한다. 임신 기간 동안 태아가 엄마에게 보내는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엄마의 혈액을 묽게 만들어서 혈액공급을 늘려달라는 것이다. 혈액량은 40% 늘어난 결과로 임신 기간 동안 단위 혈액당 헤모글로빈과 같은 혈액성분 가운데 하나의 농도를 측정하는 일은 단지 혈액 희석과정을 측정하는 것일 뿐이다.”
그는 “헤모글로빈 농도의 극적인 감소는 태반이 적절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그 농도가 10.5g/dl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저체중아와 조산아 출산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진들이 망설임없이 쓰는 ‘임신성 당뇨’라는 용어도 같은 방법으로 설명했다. “태반은 엄마에게 당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달해 탄수화물 대사를 조종하게 되는데, 의료진들의 성급한 판단 때문에 임신부들은 이것이 심각한 만성질환인지 아니면 태아의 요구에 따라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몸의 반응인지를 몰라 상당히 혼란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환경호르몬에 의한 자궁 내 오염 심각
오당 박사의 반론을 들은 국내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고 한다. “그래도 납득할 수 없다”는 쪽과 “여러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주장인 만큼 진지하게 고민해야겠다”는 쪽이 그것이었다. 그는 “한국 의료진과의 논쟁을 통해 한국 의사들도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논의되는 최신의 의학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면서 “교과서시대는 끝났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 의료진들이 국제적 학문 흐름에서 비껴나 있는 현실을 에둘러 꼬집은 셈이다.
그는 앞으로의 연구과제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자궁 내 오염문제”라고 밝혔다. “모든 환경호르몬은 지방에 분해된다. 우리 몸 어느 곳에서든 축적될 수 있다. 아이를 가져야 하는 젊은 여성들의 지방세포에서 환경호르몬의 독성을 제거하는 길을 찾아내려 한다.” 그는 자궁 내 오염이 여자 태아의 유산보다는 남자 태아의 유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일본의 연구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출산과 육아에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특히 핵가족시대에는 임신부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남편이 해야 할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남성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사진/ "임신부를 환자 취급하지 말라!" 프랑스 출신으로 수중분만 이론을 최초로 정립한 미셸 오당 박사.(이용호 기자)
국내 산부인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최근 아이를 물 속에서 낳는 것을 무리하게 고집하다가 결국 침대분만을 하고 나서 산모들이 낙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중분만에 실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수중분만 경험이 거의 없는 병원에서 무리하게 시도하다가 아이를 받는 자세가 잘못돼 갓난아기가 폐렴을 앓아 고생했다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주창한 오당 박사는 오히려 무리한 수중분만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었다. 역시 인권출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방법’이 아니라 ‘철학’과 ‘정신’에 있었다. 국내에 인권출산 개념을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그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오당 박사는 ‘인권분만연구회’(회장 김상현)와 임신부 교육문화관 ‘토끼와 여우’(대표 장은주)의 초청으로 지난 9월2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을 방문해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들을 상대로 특강을 열었다. 또 ‘토끼와 여우’에서는 임신부들과 대화를 나누고 실제 출산이 이뤄지고 있는 병원을 참관하는 등 인권출산문화가 확산되는 현장을 둘러봤다. 그는 산부인과 의사이면서 “출산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산모와 태아 사이에 끼어드는 의사의 간섭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야말로 ‘이상한’ 의사다. 그는 특히 제대로 된 출산을 위해서는 조산사의 숫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외치는 의사이기도 하다. 그는 또 임신부를 ‘환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출산은 병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당연히 거쳐야 할 본능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프랑스의 산과의사인 그는 임상 경력 40년 동안 자연분만율 96%를 기록했다. 그에게 “한국에서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높은 비율의 제왕절개수술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어떤 나라, 어떤 지역의 제왕절개율도 계산해낼 수 있다. 산부인과 의사 숫자와 산부인과 병원 수, 그리고 조산사 숫자 등 3가지만 알면 가능하다”라며 빙그레 웃었다. 그는 병원 안 수중분만을 실천·이론화했으며, 출산실을 최대한 집과 같이 편안하게 만드는 ‘가정분만’을 도입했다. 현재 그는 영국 런던에 ‘초기건강 연구센터’(Primal Health Research)를 설립해 출산을 전후한 이른바 ‘제1의 시기’(Primal Period)의 경험이 인생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그가 얻은 결론은, 산모의 태내에서와 출산, 그리고 첫돌까지의 건강이 평생의 건강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방문에 맞춰 출간된 <출산 속에 숨겨진 사랑의 과학>(The Scientification of Love·장은주 옮김·명진출판 펴냄)이라는 이름의 저서에는 그의 최신 연구가 소개돼 있다. 이 책 속에서 그가 제기한 몇 가지 화두는 국내 산부인과 학계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도발적이면서도 논쟁적인 내용이다. 출산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이 아기에 영향

사진/ 오당 박사는 무리한 수중분만은 임신부와 아이에게 위험하다고 말한다. 한 병원에서 임신부가 수중분만을 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사진/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 등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미셸 오당 박사.(이용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