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1월 서울서 '2001 사형폐지 아시아포럼'… 정치권도 참여해 대중성 확보 나서
사형수 출신 대통령이 있는 한국도 사형제 없는 국가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사형제 폐지운동이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올해 초 천주교·불교·개신교 3개 종단의 ‘사형제 폐지 범종교연합’ 결성으로 범상치 않은 출발을 보인 이 운동은 지난 6월 원불교·천도교·유교·민족종교협의회 등 사실상 전 종교계를 아우르는 7대 종단으로 확대됐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2001 사형폐지 아시아포럼’은 이 운동의 정점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운동범위가 국경을 넘어서는 국제연대활동으로까지 확대되는 데다가 우리나라가 아시아권 운동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다.
아이아권 폐지 운동의 중심으로 떠올라
아시아포럼은 사형폐지운동협의회(이하 사폐협·회장 이상혁 변호사)를 비롯해 한국·일본·대만의 활동가와 단체 대표, 정치인들이 지난 8월27일 서울에서 ‘사형폐지세계대회 준비 한·일·대만 간담회’를 열어 결정한 것이다. 아시아 각국 활동가들이 참가할 아시아포럼에서는 이 지역 국가들의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서울선언’을 채택하는 한편, 오는 2003년 열리는 2차 세계대회의 아시아지역 유치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6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1차 사형폐지세계대회에서는 2차대회 개최지로 아시아지역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사형제 폐지를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민주당 정대철,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안’에 현재 국회의원 140여명이 찬성 서명을 한 상태다. 이 법안은 형법과 국가보안법, 심지어 대통령경호법 등 30여개 법률에 들어 있는 사형규정을 한꺼번에 없애는 대신 15년 이내에 가석방이나 사면 등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1999년 말에도 국회에 제출돼 법사위에서 논란을 벌이다 15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바람에 자동폐기된 적이 있다. 그러나 과반수가 넘는 찬성 서명에도 불구하고,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대 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이 많이 포진한 법사위가 사형제 폐지에 보수적인 태도를 지키고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폐협과 각 종단들은 앞으로 법사위원들에 대한 집중적인 설득작업을 벌인 뒤 올 가을 정기국회에 법안을 상정해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종교계를 외면할 수 없는 정치인들의 속성에 비춰 법사위원들의 설득도 어려운 문제만은 아니라는 게 활동가들의 전망이다. 사형제 폐지운동이 올 들어 이처럼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은 보기에 따라 뜬금없는 현상으로 비칠 수도 있다. 이 운동은 그동안 우리 사회로부터 그다지 강한 조명을 받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사폐협 관계자는 “아직까지 ‘별 이상한 운동도 다 있다’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운동은 1989년 5월 사폐협 발족 이후 사폐협과 종교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진행돼왔다. 1989년과 90년에는 이상혁 변호사가 “인간의 생명권을 다른 사람의 결정에 의해 박탈할 수 있게 하는 사형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제도로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두명의 사형수를 대리해 헌법소원을 냈다가 각하됐다. 1996년에는 사형수 정아무개씨가 헌법소원을 냈으나 ‘합헌’ 결정이 나기도 했다. 또 천주교에서는 1992년 김수환 추기경이 나서 ‘사형폐지에 관한 결의문’을 발표하고 모든 신자들을 대상으로 사형폐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종단별로 꾸준한 운동이 전개돼왔다. 현 정권 집행 보류… 각국 폐지 추세 그러나 활동가들의 노력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의 울림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사폐협 관계자는 “김영삼 정권 때는 한창 사형제 폐지 여론이 형성되다가 흉악범죄가 잇따라 터지면서 여론이 수그러들고 말았다”며 “대통령이 사형수 출신인 현 정권에서도 사형집행만 보류되고 있을 뿐 ‘국민 법감정’을 이유로 사형제 폐지를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폐협 등은 이 운동의 대중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보고 오는 11월 아시아포럼을 전후해 사형제 폐지를 주제로 한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음악회를 여는 등 문화활동에 힘을 쏟기로 했다. 1990년대 들어 사형제를 폐지하는 국가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현재 지구상에는 72개 국가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유럽연합 15개 회원국을 포함한 77개국은 사형제를 폐지했고, 42개국은 실질적으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사형제가 보편적 형벌제도인 시대는 이미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사진/ "합법적 살인 그만두라!" 지난 97년 12월 천주교 인권위 소속수녀와 신자들이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강창광 기자)
아시아포럼은 사형폐지운동협의회(이하 사폐협·회장 이상혁 변호사)를 비롯해 한국·일본·대만의 활동가와 단체 대표, 정치인들이 지난 8월27일 서울에서 ‘사형폐지세계대회 준비 한·일·대만 간담회’를 열어 결정한 것이다. 아시아 각국 활동가들이 참가할 아시아포럼에서는 이 지역 국가들의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서울선언’을 채택하는 한편, 오는 2003년 열리는 2차 세계대회의 아시아지역 유치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6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1차 사형폐지세계대회에서는 2차대회 개최지로 아시아지역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사형제 폐지를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민주당 정대철,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안’에 현재 국회의원 140여명이 찬성 서명을 한 상태다. 이 법안은 형법과 국가보안법, 심지어 대통령경호법 등 30여개 법률에 들어 있는 사형규정을 한꺼번에 없애는 대신 15년 이내에 가석방이나 사면 등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1999년 말에도 국회에 제출돼 법사위에서 논란을 벌이다 15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바람에 자동폐기된 적이 있다. 그러나 과반수가 넘는 찬성 서명에도 불구하고,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대 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이 많이 포진한 법사위가 사형제 폐지에 보수적인 태도를 지키고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폐협과 각 종단들은 앞으로 법사위원들에 대한 집중적인 설득작업을 벌인 뒤 올 가을 정기국회에 법안을 상정해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종교계를 외면할 수 없는 정치인들의 속성에 비춰 법사위원들의 설득도 어려운 문제만은 아니라는 게 활동가들의 전망이다. 사형제 폐지운동이 올 들어 이처럼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은 보기에 따라 뜬금없는 현상으로 비칠 수도 있다. 이 운동은 그동안 우리 사회로부터 그다지 강한 조명을 받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사폐협 관계자는 “아직까지 ‘별 이상한 운동도 다 있다’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운동은 1989년 5월 사폐협 발족 이후 사폐협과 종교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진행돼왔다. 1989년과 90년에는 이상혁 변호사가 “인간의 생명권을 다른 사람의 결정에 의해 박탈할 수 있게 하는 사형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제도로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두명의 사형수를 대리해 헌법소원을 냈다가 각하됐다. 1996년에는 사형수 정아무개씨가 헌법소원을 냈으나 ‘합헌’ 결정이 나기도 했다. 또 천주교에서는 1992년 김수환 추기경이 나서 ‘사형폐지에 관한 결의문’을 발표하고 모든 신자들을 대상으로 사형폐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종단별로 꾸준한 운동이 전개돼왔다. 현 정권 집행 보류… 각국 폐지 추세 그러나 활동가들의 노력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의 울림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사폐협 관계자는 “김영삼 정권 때는 한창 사형제 폐지 여론이 형성되다가 흉악범죄가 잇따라 터지면서 여론이 수그러들고 말았다”며 “대통령이 사형수 출신인 현 정권에서도 사형집행만 보류되고 있을 뿐 ‘국민 법감정’을 이유로 사형제 폐지를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폐협 등은 이 운동의 대중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보고 오는 11월 아시아포럼을 전후해 사형제 폐지를 주제로 한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음악회를 여는 등 문화활동에 힘을 쏟기로 했다. 1990년대 들어 사형제를 폐지하는 국가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현재 지구상에는 72개 국가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유럽연합 15개 회원국을 포함한 77개국은 사형제를 폐지했고, 42개국은 실질적으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사형제가 보편적 형벌제도인 시대는 이미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