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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자본주의 질서를 깨뜨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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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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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금기에 도전하는 근본주의 운동 전개… 조선노동당 반대 명시해 이념적 지향 밝혀

사진/ 원용수 사회당 대표.(이용호 기자)
지난 8월26일 이 땅에 ‘사회당’의 깃발이 올랐다. 청년진보당은 올 한여름 우리 사회에 원초적인 줄서기를 강요했던 정치권의 사회주의 논란을 비웃듯 이날 2차 전당대회를 열어 당명을 사회당으로 바꿨다. 사회당은 “한국사회의 낡은 정치지형을 돌파하고 금기를 깨겠다”며 ‘자본주의 반대, 조선노동당 반대’를 공식 천명했다. 또 민중권력을 행해 전진해 나갈 것도 결의했다.

사회당의 등장은 진보진영 안팎에 벌써 뜨거운 논쟁을 불러왔다. “국가보안법 철폐와 미군철수 투쟁을 하면서 무산계급의 이익을 옹호하는 제대로 된 정당이 출현했다”는 찬사와 “대중과 괴리된 이념적 급진성과 조급함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교차한다. 특히 8·15방북단의 행태를 ‘시대착오적 돌출행동’이라고 비판한 사회당의 논평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진보진영 내부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8월31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당사 회의실에서 원용수(32) 사회당 대표를 만났다.

청년의 범위 벗어나 계층적 연대 추진


사회당으로 당명을 바꾼 이유는.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합의에 따라 1998년 처음 당을 만들 때는 청년다운 패기와 속도감, 경쾌함을 견지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근본적 시각에서 해결하자는 뜻으로 청년진보당이라는 당명을 내걸었다. 지난 3년 동안 많은 일을 했고, 이제 청년이라는 옷이 좀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지하고 싶어도 너무 젊은이들만 하는 당 같다”며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 실력이 커졌다는 것을 선언하고, 여러 계층 및 세력과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려고 당명을 바꿨다.

왜 사회당인가.

=우리는 항상 근본주의적 태도를 견지하려고 노력했다. 한국사회의 모순과 병폐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것이 무엇이겠나 고민했다. 현재를 뛰어넘는, 한국사회의 금기를 깨는 이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또 한국의 미래를 지시하면서 역사의 주인이 되겠다는 포부도 담고 싶었다. 그 결과가 사회당이다.

청년진보당과 질적 차별성이 있어야 할 텐데.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당명만 먼저 바꿨다.

강령이나 핵심정책 등 내용을 확정한 뒤 당명을 정하는 게 정상 아닌가.

=우리는 청년진보당 때 한국사회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토대로 강령을 만들었다. 또 지난해 총선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주한미군 철수 등 공약을 내걸면서 핵심정책을 구체화했다. 당명을 바꿨지만 청년진보당이 구현하려던 핵심과제는 그대로 사회당에 관철된다. 전혀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면 그 순서가 맞지만 우리는 청년진보당의 성과를 모아 당명을 바꾼 것이다. 물론 앞으로 강령연구위원회를 설치해 한국사회에 대한 좀더 면밀한 분석을 통해 사회당에 걸맞은 강령과 정책을 세밀히 다듬을 것이다.

사회당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사회당이라는 당명을 보고 자본주의를 없애고 사회주의를 하자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우리는 근본부터 해결하는 근본주의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그게 도대체 뭐냐.

=8월26일 전당대회에서 ‘자본주의 반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조선노동당 반대’를 명확히 표명했다. 이 두 가지가 바로 우리가 견지하는 근본주의다.

자본주의는 현존한다. 어떻게 자본주의 반대를 구체화할 수 있나.

=자본주의가 생겨난 이래 지금까지 자본주의라는 세계질서를 형성하려는 쪽과 여기에 저항하는 운동이 계속됐다. 유럽의 사민주의나 옛소련처럼 공산당이 국가권력을 잡고 새 사회를 건설하려는 노력이 그런 것이다. 하나는 몰락했고,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와의 관계 속에서 끝없이 동요하거나 저항하면서 아직 존재한다. 결과가 어떻든, 자본의 질서가 사람의 질서를 억누르는 것을 막아보려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당은 자본주의 모순을 해결하려는 과거의 이런 노력들이 아직 유용하다고 본다. 한국사회에 자본주의로 인한 모순과 고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너무 낡은 패러다임 아닌가.

=우리는 과거에 있었던 특정한 모델을 현실에 적용하려는 게 아니다. 자본주의와 타협했건 무정부주의적인 태도건 모두 역사 속의 과거, 낡은 것이다. 사회당은 오히려 21세기 한국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게 ‘자본주의 반대’다.

혁명을 통한 권력쟁취도 있고 선거를 통한 접근방식도 있는데.

=예전에 자본주의 반대는 노동의 문제로 접근했다. 그러나 지금은 중층적 영역에서 자본주의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 모든 영역에서 자본주의 때문에 발생한 문제들과 싸우려 노력하고, 적극적인 대안도 만들어낼 것이다. 또 주요 정치일정에서 국민에게 사회당이 이런 것을 하려 한다고 말할 것이다. 내년 대선에도 참여할 것이다. 이렇게 실력이 쌓이면 한국사회에서 사회당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북한의 현실은 민중의 미래 아니다

사진/ "자본주의 반대, 조선노동당 반대." 청년진보당은 지난 8월29일 2차 전당대회를 열어 당명을 사회당으로 바꿨다.

뜬금없이, 무슨 낡아빠진 사회당이냐는 비판도 있다.

-자본주의는 옳고 영구히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까지 이 땅에는 그런 기운을 대표하려는 세력이 없었다. 국가보안법도 문제였고, 정치지형도 그런 세력의 국회진출을 악착같이 막았다. 우리가 이제 한국사회의 진짜 문제가 뭔지 생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렇게 물어보자. 사회당은 자본주의 반대를 외치는 비합법 정치투쟁단체인가, 합법적인 부르주아정당인가.

=우리는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정당이다. 다만 어떤 사회를 지향하고 누구를 대변하는냐는 관점에서 본다면 부르주아정당은 아니다. 사회당은 노동자, 더 나아가 고통 많은 사람을 대변하려 한다.

민주노동당도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사회당은 민주노동당을 개량화했다고 비판한다. 반면 ‘노동자의 힘’은 현실에서 합법정당은 부르주아정당일 수밖에 없다면서 스스로 ‘비제도적 투쟁정당’을 지향하고 있다.

=선관위에 등록된 우리 당에 대해 다른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당 차원에서 민주노동당을 딱 잘라 비판하는 것은 삼가해왔다. 다만 일부 당원들이 “경향이 염려스러운 것 아니냐”고 말하는데,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기운이 좀 약한 게 아니냐”는 우려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당명이나 구호,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건 그것을 현실적으로 실현할 힘이 있느냐는 점이 중요하다. 사회당으로 이름을 바꾼다고 목표대로 ‘낡은 정치지형을 돌파’할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닐 텐데.

=무조건 할 것이라고 말하겠다.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해서 어디 국회에 나가겠냐”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군소정당, 진보정당을 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는 2004년 총선에서 사회당 의원을 1명 이상 국회에 진출시키겠다. 그 의원의 행적을 통해 국민에게 ‘자본주의 반대, 조선노동당 반대’는 이런 것이라고 보여줄 것이다. 물론 많은 국민들을 만나 우리가 뭘 하려는지 설명할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 대안모색을 통해 인정받고 그 성과가 2004년에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사회당이 ‘반자본주의’와 함께 ‘북한 김정일 정권과 조선노동당도 반대한다’고 명시한 이유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조선노동당은 한국민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그 존재는 평화체제와 사상의 자유 등 국민의 여러 가지 바람을 제약하는 조건들 가운데 하나다. 존재하는 것이 고통을 준다면 해결하는 게 근본주의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진보운동을 한다면, 또 우리 사회의 미래가 무엇이어야 한다고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북한 정권에 대한 태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어떤 기운에 눌려 그런 얘기가 없었다. 우리는 북한이 외세에 저항하는 기운을 불러오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반자본주의 실현에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북한도 ‘우리식 사회주의’를 주창하며 반자본주의 길을 걷고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돼야 하나? 현재 북한이 이 땅 민중의 미래인가?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사회당에서는 북한 정권을 ‘봉건왕조’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자본주의 제체의 모순을 넘어서고 해결하려는 것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뜻을 담고 있다. 좋게 표현하면 너무 ‘예스럽다’는 것이다.

최근 방북인사들의 행태에 대한 사회당의 논평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통일운동세력이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시대착오적 돌출행동’, ‘철없는 어린아이’라는 비판은 부적절한 것 아닌가.

=성명은 방북단 행동을 놓고 우리 사회가 이렇게 떠들썩하고 국가보안법까지 적용되는 게 문제라는 대목부터 시작된다. 사상의 자유를 위해 국보법 폐지는 당연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방북단 일부가 보여준 행동을 비판한 것이다. 성명에 불만이 있는 일부 인사들은 우리에게 <조선일보>나 수구세력과 한통속 아니냐고 묻는데…. 합리적이고 냉정하게 사태를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뭘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사회당의 통일론은 무엇인가.

=통일론, 대북관계 등은 국보법 폐지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이 전제돼야 자유롭게 얘기가 가능하다. 지금 남북관계가 호전된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리는 먼저 자본주의 반대, 조선노동당 반대를 명확히 하고 이것이 정돈되면 그것(통일방안)을 얘기하겠다. 모든 큰일에는 순서가 있다.

진보진영 분열 아닌 정치적 선택의 기회

사회당이 진보정당건설운동 내부의 분열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현 상태는 진보진영 내에서 ‘자본주의 반대, 조선노동당 반대’를 분명히 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분화되고 있는 과정이다. 또 한국사회에 대해 얘기할 능력과 ‘거리’가 있는 사람이나 세력은 다 얘기를 해야 한다. 많을수록 정치적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진보진영이 각자의 기치를 들고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것, 그것은 발전이다.

10월 국회의원 재선거와 내년 지방선거, 대선은.

=모든 선거에 사회당 후보가 출마할 것이다. 물론 당장 내년이 어떨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당력과 정치적 효과 등을 감안해 정치적 의미가 큰 선거에는 적극 참여할 것이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 우리는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무한한 의무감을 느낀다. 벤처기업과 같은 기분으로 사회당을 더 강하게 키워나갈 것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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