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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는 알뜰한 돈 관리의 첫걸음이다. 가족 구성원이 함께 예산안을 짜고 지출일기를 쓰면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 한겨레 박미향 기자
2013년 가계 살림의 지상 과제는 빚 줄이기다. 가구당 평균 빚은 2012년 5300만원으로 늘었다. 빚을 진 가구라면 저축을 하는 것보다 빚을 먼저 갚는 게 낫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적어도 1~2%포인트는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과급이나 추가 사업소득과 같은 가욋돈까지 빚을 갚는 데 털어넣을 필요는 없다. 이런 돈은 비상금으로 따로 챙겨두면 유용하다. 가계 수입과 지출이 꽉 맞물려 돌아가는 살림일수록 최소한의 유동성은 일종의 안전장치가 돼주기 때문이다. 100만원도 좋고 200만원도 좋다. 불경기에 갑자기 소득이 줄었거나 지인 경조사비 등으로 급전이 필요할 때 쓰면 된다. 경제교육 사회적 기업인 에듀머니의 김미선 공공사업본부장의 말이다. “빚 갚는 데 올인해 비상금을 한 푼도 남겨놓지 않았다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신용카드나 마이너스통장에 의존해야 한다.” 빚 갚으려다 더 비싼 빚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3. 저축이 재테크를 이긴다 재테크의 유혹은 강하다. 내 손안의 월급은 한없이 초라하지만, 남의 재테크 성공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든다. 특히 요즘처럼 저금리 시대엔 금융회사들이 적금 같은 안전자산에 자주 붙이는 ‘실질 마이너스 수익률’이란 말에는 공포감마저 든다. 그러나 그들은 투자에 따르는 손실 가능성을 숨긴다. 2012년(12월24일까지) 개인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산술평균 수익률을 계산해보면 30% 넘는 손실을 낸 것으로 나온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만 역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대표적 재테크 상품인 국내 주식형 펀드도 평균 6%대 수익에 그쳤다. 연 2.8~4%인 1년짜리 정기적금 이자율보다는 높지만 투자 리스크를 모두 상쇄할 정도의 높은 수익률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나친 재테크는 자산가치를 과도하게 끌어올려 경제 곳곳에 거품을 만든다. 물론 그 대가는 재테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나눠 치러야 한다. 현재 수많은 하우스푸어와 전세난민을 양산한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거품이 ‘재테크 광풍’이 만들어낸 대표적 악몽이다. 4. 통장 쪼개고, 또 쪼개기 ‘분산 저축’은 돈을 모으는 데 효과가 있다. 그냥 여러 개의 저축 통장을 만들면 된다. 저축 목적에 따라 생활비 통장, 저축 통장, 비상금 통장, 비정기 통장 등 4개로 나누는 건 기본이다. 여기에 해외여행용 통장, 부모님 환갑잔치 통장, 중고차 구매 통장 등으로 얼마든지 세분화가 가능하다. 저축 기간은 목표 금액에 따라 6개월~3년 정도로 정하면 된다. 통장이 여럿이면 관리가 복잡할 것 같지만, 오히려 매달 지출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돼 돈 관리에 유리하다. 또 각각의 통장은 자신의 소망과 연관돼 목적의식이 분명한 만큼 중도에 저축을 포기할 위험이 낮다. 몰빵 저축을 하면 목돈이 필요할 때 적금을 통째로 깨는 수밖에 없지만, 분산 저축을 하면 가장 덜 필요한 통장부터 차례로 헐면 되는 것도 장점이다. 5. 대출금리 깎아달라고 왜 말을 못해! 금리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서민 가계에 금리가 주는 효능감은 기대보다 크지 않다. 한 달에 100만원씩 1년간 1200만원을 정기예금에 넣더라도 이자의 차이는 은행 간 최대 연 1%포인트 안팎이다. 한 달 1만원꼴이다. 그러나 대출이 꽤 있는 가구라면 좀더 유리한 금리 조건을 찾아 발품을 파는 게 유리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한 은행과 집중적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대출을 해주는 주거래은행을 정해 월급 통장을 트고, 예금·적금·보험 같은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주거래은행은 고객에게 예금금리를 더 얹어주고, 금융거래를 하거나 환전을 할 때도 우대해준다. 무엇보다 고객이 먼저 대출금리를 깎아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주거래은행에 기여를 해주면 금리를 연 0.1~0.2% 정도는 깎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대출금리가 6개월마다 변동되는 상품이면 때마다 금리를 체크하며 은행과 조정해야 한다.”(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6. 가계부를 쓰면 여윳돈이 생긴다 오은주(46)씨는 10년 넘게 가계부를 써왔다. 사소한 지출도 빠짐없이 정리하니 살림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두 딸이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돼 교육비가 들어가자 지출을 통제해도 남편의 월급 300만원으로는 늘 빠듯했다. 그는 고민 끝에 2012년 10월 가계부 쓰는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매달 가족이 한데 모여 다음달 예산안을 짜기 시작했다. 난방비부터 동물 사료 값까지 예외는 없었다.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신용카드는 한 개만 남기고 모두 없앴다. 한 달에 두어 번 가족이 다시 모여 예산안에 맞게 지출이 되고 있는지 중간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오씨의 말이다. “가계부 방식을 바꿨을 뿐인데도 매달 50만원 정도의 여윳돈이 생겼다. 가족이 함께 예산에 맞게 지출하려고 노력한 덕분이다.” 가계부는 용돈기입장처럼 단순히 수입과 지출 내역만을 적어선 별 효과가 없다. 가계부의 마법은 미리 지출 목표를 정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3년 나라 살림 예산을 미리 꼼꼼히 짠 뒤 집행하는 것처럼, 가계도 매달 미리 지출안을 짜서 그에 맞게 소비하면 ‘적자 살림’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다. 7. 현금 부자 되는 법 일하고, 돈 받고, 지출하고. 살림의 기본 구조다. 그러나 이런 정상 시스템이 가동하는 가계는 손에 꼽힌다. 대부분은 일단 지출한 뒤 일을 해서 돈을 갚는다. 한마디로 일상적으로 빚을 지는 것이다. 모든 게 신용카드로 인해 비롯된 일이다. 이렇게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깨뜨리고 노동의 보람을 쉽게 앗아가는 신용카드는 가급적 잘라버리는 게 좋다. 만약 주유비나 교육비 등 특정 혜택 때문에 신용카드가 꼭 필요하다면 그에 딱 맞는 한도를 두고 직불카드처럼 사용해야 한다. “초기 빚은 대부분 신용카드에서 비롯된다. 신용카드는 과소비를 부른다. 소득이 있을 때는 감당이 되다가, 여차하면 결제를 못해서 카드론을 받고 리볼빙을 받다가 큰 부채로 이어진다.”(송주홍 희망살림 부채상담사) 통장 잔액 한도 안에서 쓸 수 있는 체크카드는 물론 신용카드보다 낫다. 그러나 현금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체크카드도 한도 안에선 신용카드처럼 소비 감각을 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 손에서 빳빳한 5만원권 지폐를 빼는 느낌과 체크카드 명세서에 가볍게 서명하는 느낌은 엄연히 다르다. 게다가 우리가 체크카드를 쓰면 누군가의 수입은 그에 비례해서 줄어들게 된다. 카드사들은 우리가 김밥집에서, 택시에서, 동네 슈퍼 등에서 지불한 돈에서 꼬박꼬박 수수료를 떼간다. 8. 명품 가방은 지르지 않고, 준비하는 것 소비욕은 인간의 중요한 욕구 중 하나다. 캐나다 컨커디어대학 경영대학원의 마케팅 교수인 개드 사드는 <소비 본능>에서 “우리의 무거운 생태적 족적의 중심에는 무절제한 소비 욕구가 있다”며 소비욕을 본능으로까지 격상시키기도 한다. 어쨌든 소비욕이 적당히 충족시켜나가야 할 욕구란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중요한 건 소비의 방식이다. 경기가 불투명하면 푼돈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값싼 물건을 소비하는 데 열중한다. 그러나 값싼 물건은 종종 쉽게 버려지고, 소비자는 또 다른 대체품을 찾아헤맨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욕구불만은 쌓이고, 환경은 오염된다. 결국 대안은 ‘목돈 소비’에 있다.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목돈이 들더라도 제대로 된 물건을 사는 ‘품위 있는 소비’를 하는 방식이다. 명품 가방도 좋고 명품 시계도 좋다. 다만 이런 소비에는 인내심이 따른다. 어떤 물건을 살지 지출 계획을 세우고, ‘지름신 통장’을 만들어 목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런 과정에 익숙해지면 현란한 광고나 다른 사람의 소비에서 자극받은 ‘가짜 욕구’에 시달리지 않을 수도 있다.
대형마트는 상품 생산자와 소비자, 골목상권을 모두 가난하게 만든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는 모습(왼쪽). 한 어린이가 구세군 자선냄비에 돈을 넣고 있다. 2012년 말부터는 디지털 자선냄비가 설치돼 신용카드로도 기부할 수 있다. 한겨레 윤은식 기자, 한겨레 이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