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장례’의 사이버 전도사들
등록 : 2001-08-29 00:00 수정 :
“오죽했으면 금수강산을 묘지강산이라고 하겠습니까. 매장(埋葬) 중심으로 굳어져 있는 장례문화가 빨리 개선돼야지요.”
경기도 성남시 서울보건대학교 유통과학과
윤명길 교수는 최근 팔자에 없는 사장 타이틀을 하나 달았다. (주)퓨너럴앤닷컴(
www.funeraln.com) 대표. 이 회사는 인터넷으로 장례식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이며, 서울보건대 교수들이 올 8월 설립했다.
이 회사 사이트에서는 부음을 인터넷에 올리는 서비스를 비롯해 고인의 육성을 녹음해 인터넷을 통해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생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 영정을 시간·장소에 관계없이 볼 수 있다. 또 장례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된다. 사이버납골당 운영 같은 온라인 서비스와 함께 시신 방부처리, 행정처리 상담 등 오프라인 서비스를 병행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우선은 장례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 및 장례서비스 관련 상담에 주력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문제투성이 장례문화를 개선하는 일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퓨너럴앤닷컴의 뿌리는 서울보건대 ‘장례지도과’에 닿아 있다. 이 학과는 국내 대학에서는 유일한데 지난해 7월부터 장례문화 개선과 사이버장례시스템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웹사이트 구축을 포함한 일련의 작업에 7억1천만원(국고 4억7천만원, 학교 2억4천만원)이 투자됐으며, 그해 11월에는 사이버장례법인 추진위원회가 구성되기에 이르렀다.
“정부 지원과 학교 자금을 합쳐 7억원 정도가 모이자, 학문적인 연구에 머물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장례문화를 개선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이 없겠느냐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사이버장례법인 추진위는 정동근 교수(전산정보처리과)를 중심으로 웹사이트를 정비하고 올해 4월에는 ‘인터넷 기반의 사이버묘지 운영방법 및 운영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출원하는 등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이어 투자설명회를 열어 45명에 이르는 교수들을 주주로 끌어들였으며 8월에 법인등록을 마쳤다. 퓨너럴앤닷컴은 9월 한달 동안 시범서비스를 거쳐 10월부터 유료 상업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예고없이 맞은 죽음 뒤에 대책없이 이어지는 장례식의 ‘곤란’을 얼마나 덜어줄지 기대된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