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운동을 ‘시민과 함께’
등록 : 2001-08-29 00:00 수정 :
“철거민, 하면 과격하게 싸우는 사람들로 비쳐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게 우리 철거민을 두려운 존재로 잘못 알고 무서워하기 때문에 강제철거 고통을 당해도 우리한테 도움을 요청하러 오는 사람들이 드뭅니다.”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이하 전철협)가 오는 9월17일 ‘토지와 주택운동 선포식’을 갖고 본격적인 시민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토지와 주택운동은 잘못된 토지 및 주택 관련 법과 제도를 고쳐 주거권을 지키자는 것이지만 ‘사제총 쏘는 철거민’, ‘죽음도 불사하는 철거민’ 등 폭력집단으로 왜곡된 철거민운동을 바로잡자는 뜻도 깔려 있다. 전철협
이호승(45) 회장은 “환경, 소비자, 여성운동은 활성화됐지만 토지·주택분야는 시민운동세력이 없다”며 “이제 전철협이 강성 이미지를 벗고 시민운동세력으로 거듭 태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대표적인 개발악법으로 꼽는 건 강제철거 때마다 동원되는 행정관청의 행정대집행이다. 이 집행절차가 집만 철거하지 않고 개인의 살림살이까지 다 내다버리고 파손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거민 아이들은 학교에 갖다오면 하루아침에 집이 없어지고 쓰던 교과서도 없어져버린 탓에 애를 태우는 일이 수두룩합니다. 강제철거하더라도 개인 재산은 파손하지 못하게 새로 규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철거민의 생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도록 제도를 고치는 일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우선,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집터가 자기 땅이 아닌 사람은 20평 기준으로 1200만원가량 보상받지만 가옥이 있다는 이유로 임대아파트 입주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또 세입자의 경우 임대아파트 입주대상자이긴 하지만, 보통 보증금 100만원 정도에 월세로 살던 형편이라 임대보증금 1천만원도 마련하기 어렵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딱지를 팔고 비닐하우스촌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턱없이 부족한 보상비로는 서울에서 방 한칸 마련할 수 없어 20평에 500만∼700만원 정도 하는 비닐하우스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책없는 강제철거는 가족공동체를 한순간에 파괴하는 일종의 ‘고문’입니다. 각종 개발 관련 법과 제도를 보면 철거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기득권층만 유리하도록 돼 있습니다. 개발지역이 생길 때마다 빚어지는 격렬한 싸움을 줄이려면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이씨는 지난 89년 분당지역 개발 때 세입자대책요구투쟁에 나서면서 철거민운동에 뛰어들었고, 이 싸움에서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를 보장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각 지역 철거민들이 뭉쳐 구성한 게 전철협이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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