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희생자에 햇살을 비춘다
등록 : 2001-08-22 00:00 수정 :
“북파공작원들의 오랜 숙원을 풀게 돼 기쁩니다. 이를 계기로 남북 모두가 과거 냉전시기의 유산들을 훌훌 털고 화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50여년 동안 침묵의 감옥에 묻혀 있던 북파공작원문제가 마침내 해결의 출구를 찾았다. 정부는 8월19일 국회
김성호 의원실(새천년민주당·서울 강서을)에 낸 국정감사 자료와 보고에서 북파공작원에 대한 보상을 위해 내년 예산에 945억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파공작 도중 사망하거나 실종된 요원들에 대해 국가유공자로 예우하고 1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유족들에겐 매달 67만여원의 연금이 지급된다. 또 다치거나 보상없이 내팽개쳐진 생존 요원들에 대해서도 최고 1억원까지 보상금을 일시지급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부터 북파공작원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국회 최초로 북파공작원의 실체와 보상문제를 공론화했고, 올 6월1일엔 사망 북파공작원을 유공자에 포함시킨 국가유공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분단과 이념대립 속에 수많은 희생자들이 역사 속에 묻혀왔다”며 “이번 정부 결정은 드디어 그런 분들에 대해 국가가 보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새겼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동포 한분이 이번 결정에 대한 보도를 보고 이메일을 보내왔더군요. 67년 북파됐던 아버지가 실종된 뒤 정부의 무관심에 슬픔을 느껴 어머니와 함께 이민을 갔답니다. 그러나 이번 보도를 보고 조국에 대한 희망을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하더군요.”
김 의원은 앞으로도 남북 대결의 역사가 낳은 희생자들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을 작정이다. “한국전쟁 납북자들과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인도적 차원의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곧 진정한 화해와 통일의 초석을 쌓아나가는 일이 되리라 믿습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