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산악회원들이 지난 9월13일 경기도 남양주의 예봉산을 오르고 있다.
“보이고 안 보이고는 큰 문제가 아냐” 발걸음은 거침이 없다. “눈을 뜬 내가 무색할 정도로 이용자(시각장애인)들은 한번 다녀온 등산로를 정확히 알고 있다. 여기는 삼거리 길, 저기는 전기 철주 밑, 묘 옆, 약수터 등 길눈이 훤하다. 초행길에도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지형물을 훤히 맞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자원봉사자인 임풍환(72)씨가 선인산악회 블로그에 쓴 글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게 아니라고 박지영씨가 설명했다. “산길을 걸으며 느끼는 감각은 다양해요. 발끝으로 느끼는 촉감, 코끝으로 스치는 냄새, 잎이 서걱거리는 소리, 얼굴에 닿는 햇볕, 머리카락을 날리는 바람, 높은 산 정상에 섰을 때 느껴지는 탁 트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많죠.” 산악회가 지난해 8월 1박2일로 여름캠프를 떠났을 때 별빛이 흐르는 밤하늘을 박씨가 가슴 벅차게 느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별빛 밤하늘의 경험을 임풍환씨는 블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시각장애우들이 봉사자보다 더 좋아하고 즐기는 모습이었다. 우주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은하수 말고, 그 너머 수백억 광년을 가도 끝이 없는 공간에 헤아릴 수 없는 별들이 있다고 하니 육안으로 보이고 안 보이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어쩌면 진짜 장애인은 시각이 있는 우리가 아닐까? 눈이 보인다고, 많은 것이 있다고 매사에 건성 보고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니까.” 가끔은 위험한 순간이 찾아온다. 봉사자가 발밑에 신경 쓰며 걷다 보니 나뭇가지에 머리를 부딪히기도 하고 발을 헛디뎌 두 사람이 뒤엉켜 굴러 떨어지기도 한다. “개울가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뒤따르던 장애인이 함께 뛰지 않고 그냥 배낭을 잡고 서 있었던 거예요. 그만 뒤로 고꾸라져버렸죠.” 김종민씨의 경험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미안해할까봐 좀처럼 아프다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산에서 내려와 점심을 함께 먹을 때도 시각장애인과 봉사자는 짝지어 앉았다. 밑반찬의 위치를 손을 잡고 알려주고 부침개와 두부전골도 떠주며 장애인이 식사하는 걸 돕는다. ‘저 마십니다. 함께 드세요’라고 말하며 막걸리잔을 기울였다. 점심값은 봉사자가 7천원씩, 시각장애인이 1만7천원씩 나눠 낸다. 봉사자는 은퇴자나 주부가 대부분이지만 장애인은 안마사로 일하고 있어 회비를 그렇게 정했다. 안마사들은 주말에 일하는 대신 목요일을 휴일로 정해 산악회에 참석한다.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온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이승종(55)씨는 2004년부터 매주 목요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산행을 준비한다. 부천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신도림역으로 오면 자원봉사자 이만구(67)씨가 기다리고 있다. “시력을 잃은 지 25년이 됐는데, 좁은 공간에 갇혀 있으니 갑갑합니다. 밖이 항상 그립죠.” 이정대(58)씨는 원래 등산을 좋아했다. 2003년 병으로 시력을 잃은 뒤 등산을 다시 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지난 4월 선인산악회를 소개받고 등산한 이씨는 “봉사자들이 워낙 베테랑이라서 어려움 없이 정상을 밟았다”고 했다. “관광 재개되면 금강산 오를 것” 선인산악회가 오르고 싶은 산이 있다. 계획했다가 무산된 금강산이다. 김종민씨는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남북관계) 상황이 나빠져서 기회를 놓쳤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다시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013년 8월 창립 10돌을 맞았을 때 선인산악회가 금강산에 오를 수 있으면 좋겠다. 문의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02-3433-3843).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