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실 앞에서 농성을 하는 부산 신라대의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 학교 쪽은 파업 대체 인력으로 학생들을 투입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 일반노조 제공
“학생들아, 이모들이 일만 하지 왜 파업이냐 하겠지. 하루의 근무에 비해 임금이 턱없이 적어 이렇게 파업하고 있으니 이해해다오.” 누운 아주머니들 머리 위로 삐뚤빼뚤 매직으로 아무렇게나 쓴 종이가 붙어 있었다. 스티로폼이라도 깔고 계시지 그러냐고 했더니, 총장님 만나 대화해보겠다고 올라왔다 얼떨결에 로비 농성까지 하게 됐다며 하루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단다. 하긴 자신들의 힘들고 부당한 처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총장님도 생각이 바뀔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10년을 일한 사람이나 이제 금방 들어온 사람이나 딱 최저임금에 정한 금액만 받고, 본업인 학교 청소만 하는 것도 허리가 휠 지경인데 시간강사나 외부 강사가 이용한다는 아파트의 입주 청소까지 해야 하고,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에도 학교 운동장에 잔디까지 심어야 하고, 결국엔 한 사람이 쓰러지는 일이 있어도 선심 쓰듯 음료수 캔 하나 던져주고 마는 데 대한 자신들의 섭섭한 마음을 다독여줄 거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오히려 총장은 “무~식하게 뭐하는 짓이냐”며 용역회사와 해결할 일이지 학교 쪽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태도였단다. 늘 이런 식이다. 학생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학교 말이 용역이지 실제로 아주머니들에게 일을 시키고 관리·감독하는 것은 학교 쪽 직원들이다. 실제로 아주머니들과 똑같은 일을 하지만 학교 소속이라는 아주머니는 임금이나 각종 처우 면에서 훨씬 좋을 뿐만 아니라, 용역회사 소속 아주머니들에게 업무 지시며 각종 징계도 내린다고 한다. “손가락으로 창틀을 쫘~악 훑고 지나가. 먼지라도 나오면 그날로 경고 한 번이야. 경고 세 번이면 그길로 나가야 돼. 그러니까 밉보일까봐 아무 말도 못하는 거지.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나 죽었소~ 하고 일해야지. 내를 내년에 또 쓸 낀지 말 낀지가 더 중요해.” 그 직원이 멀리서 손목을 까딱까딱하면 뛰어갔다는 아주머니들은 임금 인상도 함께 요구하긴 했지만, 사실 임금보다 더 중요한 건 고용 안정과 그들과 똑같은 인간으로 대접받는 일이란다. “노동절이라고 학교 직원들은 행사도 하고 하는데, 우리는 또 그 행사 뒷정리에 학교 청소에… 그날도 일해야 돼.” 학교에서는 휴일수당 지급하는데 뭐가 문제냐 하겠지만, 아주머니들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들도 같은 직원으로 대접받고 싶은 거였다.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의 애정도 배려도 예의도 용역이라는 이름에는 없나 보다. 아주머니들의 가장 큰 바람은 용역업체가 아닌 신라대가 직접 고용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니 당장의 고용이라도 보장받으려는 것이다. 아주머니들과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갑자기 “학생이가? 어데 학교 학생인고, 우리 학교 학생이가” 하셨다. 민주노총에서 왔다고 하니 약간 실망하시는 듯했다. 나중에 아주머니 얘기를 들어보니 파업에 들어간 첫날, 신라대 학생들이 대체인력으로 투입됐었단다. “학생들한테 가가 우리가 그랬지. 너거 아무리 돈 받고 일해도 이라모 못쓴다. 이모들이 왜 이라는지 너거 알기나 알고는 이라나 하고. 그랬더니 담날부터는 학생들은 안 오고 학교 직원들이 대신 일하긴 하던데, 그래도 우리는 마 학생들이 우리가 왜 이라는지 알아줬으면 좋겠지.” 아주머니들은 누구보다도 신라대 학생들의 이해와 호응, 관심을 받고 싶어 했다. 당연한 일이다. 말하는 도중에도 학생들이 지나가면 눈을 떼지 못하셨다. 그러는 사이 한쪽에서는 뚝딱거리는 소리와 함께 김치찌개 끓는 냄새가 가득했다. 염치없이 밥까지 얻어먹고서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조 통해 자신감, 성취감 찾기를 농성장을 다녀온 며칠 뒤, 다행스럽게도 농성이 해제되고 파업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100%는 아니었지만 노동조합의 요구안이 대체로 받아들여졌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학교 쪽의 직접고용 같은 근본적 문제와 이후 발생하게 될 문제는 노동조합을 통해 차차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가끔 노동조합이 마치 요술방망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가입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노동조합이 좀더 나은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려고 만들어진 것이긴 하나, 그것은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현재의 노동조건·환경 또한 수많은 노동열사와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과 희생의 결과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 또한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고 지금보다 더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도 오늘의 기억으로 ‘똘똘 뭉쳐’ 잘 이겨나가리라 생각한다. 아주머니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근로환경 개선뿐만이 아니라 자신감과 존중감, 성취감도 함께 찾을 수 있길 바란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상담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