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유자향기 내뿜는 ‘도우미 총각’

373
등록 : 2001-08-22 00:00 수정 :

크게 작게

사진/ 김승환씨.(박승화 기자)
그에게선 향기가 난다. 그것도 상큼하고 은은한 유자향기. 비결은? 닷새간 유자를 끼고 살았으니 당연할밖에.

국내 최초의 남성 음료홍보 도우미 김승환(23·가톨릭대 생활과학부 1년)씨. 그는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식품매장에서 8월20일까지 닷새간 단연 ‘인기짱’이었다. 장 보러온 아줌마들이 상큼한 그의 미소를 보고 한잔, 은은한 목소리의 제품설명 들으며 한잔, 다시 되돌아와 가격 물어보며 한잔, 서서히 그와 그가 홍보하는 유자주스에 취해갔다. “왜 음료홍보 도우미는 꼭 여자여야 하지?”라는 소박한 질문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는 김씨는 아줌마들의 반응을 보고 “음료홍보 도우미는 남자가 좋다!”는 ‘사명감’을 갖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멋쟁이 아줌마들의 패션은 자신이 전공할 의류직물학에도 보탬이 되므로 일석이조였다.

그가 홍보 도우미로 나선 유자주스는 여성경제공동체를 지향하는 여성포털사이트 ‘W21’(www.W21.net)이 거제 영농조합과 손잡고 내놓은 상품. 원액을 외국에서 수입해오고 잔류농약 논란이 끊이지 않는 오렌지주스와는 달리 토종 유자주스는 건강에도 좋고 재배농민에게도 이득이 되는 새 상품이다.

백화점 입점기념 홍보 도우미를 구할 때 W21은 남자를 찾았다. 일종의 역할 바꾸기 전략이다. 여러 경쟁자를 물리치고 김씨가 뽑혔다. 깔끔한 외모 덕도 봤지만, 지원자 중 가장 여성친화적인 태도와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하고 겹치지 않는다면 계속 유자음료홍보 도우미로 나설 겁니다. W21 누나들이 저를 예뻐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여성공동체인 W21의 사업이 잘되길 바라거든요.” 유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만 자라는 특이한 과실로 향이 짙고 껍질이 두껍기로는 우리나라 거제 유자를 최고로 친다고 한다. 유자주스 자랑에 여념이 없는 김씨를 보니, 영양 만점에 씨만 빼고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유자가 ‘멋진 남자’를 뜻하는 상징어가 되어도 손색이 없을 듯했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