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대학교에서 강사 임용 탈락에 항의해 1년동안 1인 시위를 벌여온 류승완 박사가 14일 오전 성대 6백주년 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연이어 벌어지다 보니, 류 박사는 연구 자료 압수를 둘러싼 해경과의 실랑이에도 삼성 재단이 개입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국가보안법 위반이든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든, 범법 사항이 발견되면 대학으로선 합법적으로 강사 자리를 주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지나친 의심이 아니냐고 하자, 류 박사는 몇 가지 정황증거를 갖고 있다고 했다. 재단 쪽엔 ‘요주의 인물’ 1인시위가 이어지고 학교 안팎으로 이슈가 되자 학교 쪽에서 회유도 들어왔다. “본부의 고위 관계자가 나서 당장 1인시위를 그만두면 내년부터 강의를 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거부했죠. 얼마 전엔 이번 학기에 당장 강의를 줄 수 있는데, 다음 학기부터는 장담할 수 없다는 새로운 제안도 하더군요.” 그사이 학교 쪽이 밝힌 강사 해촉의 사유도 계속 달라졌다. 과거 학내 소요와 관련 없다는 사실이 소명되자, 다음엔 강사 채용시 과격한 노조 활동이 우려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류 박사는 “현실화되지 않은 가능성만 갖고서 강사 자리를 내줄 수 없다는 건 대체 무슨 논리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 역시 자신이 재단이 보기에 ‘요주의 인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을 요구하며 대학 순회 시위를 벌여온 김동애·김영곤씨 부부를 도왔던 게 사실인데다, 2010년엔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목숨을 끊은 서정민씨와 관련해 시사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하며 대학의 시간강사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적도 있다. 류 박사가 짐작하는 강사 해촉의 사유는 또 있다. 베이징 체류 시절이던 2010년 말 한 학술지에 ‘유교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이란 논문을 기고하며 당시 성균관대 총장이 주도한 국제학술대회의 발표 내용 일부가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한 ‘황도 유학’과 비슷하다는 비판을 제기한 게 재단 쪽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학교 쪽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류 박사의 경우 과거 강의의 평가 점수가 낮아 학과 내 강사선정위원회에서 강의를 배정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1인시위가 1년 넘게 이어지자 류 박사가 겪는 어려움도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한 달에 40만원 정도 되는 강사료가 끊기고, 연구 프로젝트 응모도 불가능해졌다. 대학 내에 소속된 기관이 없으니 도서관 자료 접근이 안 돼 논문도 쓰지 못한다. 그가 지난 1년간 거둔 수입은 한 학술계간지에 쓴 서평 원고료가 전부다. 최근 한 출판사로부터 철학사전 증보판 집필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대학 도서관 자료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막막하기만 하다. 학술기관의 전자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려 해도 비용이 만만찮다. 삼성 인수 뒤 교원 통제 강화돼 그는 “어떤 회유가 들어와도 대학본부 및 재단과의 싸움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성균관대에서는 2000년대 들어 노조 활동 등과 관련해 강사 4명이 해촉됐다. 이런 강사들의 수난을 일각에선 대학 재단의 모기업인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원칙과 결부짓는 시각도 있다. 이 대학에 재직 중인 50대 교수는 “1990년대 중반 삼성이 대학을 인수한 뒤 대학 운영에 시장 논리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교원들에 대한 통제가 강화돼온 것은 사실”이라며 “재단은 대학평가 순위 상승 등의 성과를 내세우지만, 과연 대학의 본령인 연구와 교육 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여름 시작된 류승완의 싸움은 이제 다섯 번째 계절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