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정유성 서강대 교수·교육학
이제 이 글을 써보내고 나는 일본에 갈 예정이다. 홋카이도 북서부에 있는 슈마리나이 댐 근처로 말이다. 지난 1997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아주 작은 규모의 한·일 대학생 워크숍에 참가하려는 것이다. 첫해 한·일 학생들뿐 아니라 재일동포, 그리고 아이누 학생들까지 모여 일제 말기 슈마리나이 댐 공사에 강제징용된 이른바 ‘타코베이’ 노동자들 중 희생된 사람들의 유골을 발굴하였다. 더운 여름날 땀흘려 일하고 함께 사귀며 더없이 가까워진 젊은이들은, 하지만 유골이 발굴될 때마다 역사의 무게에 짓눌려 어두운 얼굴로 서로 다투고 싸우기도 했다. 조선인, 일본인 유골은 모두 비참한 상태로 버려지고 묻혀졌지만 그나마도 차별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열흘쯤 역사의 현장을 몸과 마음으로 체험한 이들은 역사인식은 물론 서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영혼자체가 훌쩍 커 있었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역사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스스로 얻었던 나는 여름마다 만사 제쳐놓고 이 행사에 참여한다. 그 다음해에는 한국에서 일제의 잔재를 함께 찾고, 그 다음해엔 오사카에서 재일동포문제를 가지고 씨름했으며, 지난해 다시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네해 만에 다시 홋카이도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바로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로 지리멸렬한 다툼과 손가락질만 거듭하는 이때, 현장에서 역사와 만나고 역사를 체험하려는 젊은이들과 함께 땀흘리며 서로 어울리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게다가 이번엔 한·일의 역사유적뿐 아니라 미군기지나 아이누 소수민족의 삶의 현장 등을 아우른 동북아 전체의 역사를 체험하고 연대하는 일정도 들어 있어 더욱 기대가 된다. 이들이 내건 목표처럼 “과거를 마음에 새기고 현재를 몸으로 느끼며 미래를 함께 열어가기 위해” 삶 한복판에서 만나고 사귀고 부딪치는 것만이 왜곡된 역사를 우리 온 존재로 바로잡고, 그것을 역사로 만드는 일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역사를 몸으로 체험하는 현장 얼마 전 여러 가지 부작용이 두려워 정부가 마지못해 꾀를 내듯이, 겉으로는 으르렁대면서 뒤로는 민간차원의 교류는 활발히 하겠다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는 역사왜곡을 바로잡을 수도,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도 없다. 역사왜곡은 오로지 올바른 역사와의 만남, 그것도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서만 바로잡을 수 있다. 제발 덕분에 이 한여름 무더위에 더 짜증나는 지루한 정치놀음이나 한심한 눈앞가림이 아니라, 웃통을 벗고 현실과 문제에 제대로 마주하고 부딪치는 매무새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서로의 관계를 짚어보는 시원한 역사가 슈마리나이뿐 아니라 서울에서 평양에서 만들어졌으면 한다. 그것도 역사 속에서 비뚤어질 대로 비뚤어진 어른들이 아니라 저 홋카이도 구석에서 땀흘리는 학생들과 같은 자라나는 세대의 올곧은 삶과 만남, 애씀을 통해서 말이다. 정유성/ 서강대 교수·교육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