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0일 정성일(65)씨가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서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강원도민의 농성이 9개월여 동안 이어지고 있지만, 도지사는 대답이 없다. 한겨레 김명진
골프장 건설이 내수경기 활성화와 고용 창출, 세수 증대의 이익이 있다고? 조금만 제정신 가지고 계산해보면 골프장이 창출하는 경기 활성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고용 창출 효과가 얼마나 미미한 것인지 금세 알 수 있다. 골프장이 국민 대다수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준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골프장을 드나들 수 있는 이들은 상위 3%, 아주 넉넉하게 잡아도 5% 미만의 특정 계층일 뿐이다. 추락하는 기대에는 날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강원도의 골프장 건설이 점점 더 늘어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서민을 위한 도정 운운하며 표를 구하던 정치인들의 ‘정치’가 결국 3%를 위한 정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의 이 적나라한 방증을! 게다가 한술 더 떠 골프장 건설이 허가 나고 건설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반민주적인 절차 문제로 인해 강원도 산골 곳곳에서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온 노인들이 졸지에 고향에서 쫓겨나야 하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은! 평생을 땅과 더불어 일하고 이제 국가로부터 보살핌받아야 하는 연령대에 이른 70~80대 노인들이 골프장의 난립으로부터 자신들의 고향을 지키기 위해 100일, 200일이 넘는 야외농성을 이어가고 있다면! 여당의 아성이던 강원도에서 야당 도지사를 배출한 순간부터 ‘우리’가 가졌던 기대는 여지없이 전락 중이다. 특권 계층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불법·탈법을 저지르는 것을 정치권력의 떡고물쯤으로 여기는 막돼먹은 여당 권력이 하는 짓과 별반 다르지 않은 도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게 있다면 여당 권력이 뻔뻔스럽게 해온 짓을, 지금은 우는 소리를 하며 한다는 거다. ‘도지사 돼보니 이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하더라’는 식이다. ‘지역 세력 분포가 생각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많으니 이해 좀 해 달라’는 애티튜드는 어쩐지 너무 닳고 닳았다. 나라 꼴이 너무 막장이라 더 두고 볼 수 없다며 이제 강원도도 달라져야 한다면서 야권 도지사에게 표를 던진 ‘합리적 보수’인 내 아버지는 이제, 정치판 놈들은 여야 막론하고 전부 마찬가지라는 결론으로 회귀하셨다. 나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우리 편 의식’에 근원적인 제동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을 참담한 마음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편’이라고 믿었던 야당 도지사가 당선되었는데도 왜 평생 일궈온 자신의 땅에서 피눈물 흘리며 쫓겨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며, 밤이슬을 맞으며 노상 농성장에서 울던 어르신이 급기야 농성 중에 세상을 떠야 하는가. 도대체 왜 야당 도지사를 면담하러 간 노인들이 도청 앞에서 ‘명박산성’을 방불케 하는 경찰버스에 둘러싸여 한숨을 토해야 하며, 정작 도지사는 만나지도 못한 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현행범으로 경찰서에 붙들려가야 하는가. 강원도는 경력 쌓기의 정거장이 아니다 주민들이 도청으로 찾아간 것은 최문순 지사가 골프장 인허가와 관련한 불법·탈법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도지사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지금 ‘나도 힘들다’고 하소연하며 여당 출신 도지사 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여, 어찌하면 좋겠는가. 평생 몸 붙이고 산 자신의 땅에서 쫓겨나며 피눈물 흘리는 저 노인들의 마음을 도지사여 제발 헤아리시라. 저 노인들이 평생 대지와 함께 쌓아온 인생이 ‘강원도의 힘’의 근원이다. 강원도는 당신의 정치 경력 쌓기의 여정에 잠깐 거쳐가면 그만인 정도로 활용할 그런 땅이 아니다. 기우에서 덧붙인다. 도의 현안이 얼마나 많은데 그깟 골프장 문제로 야권 도지사의 도정을 발목 잡느냐는 말씀은 제발 하지 말아 달라. 강원도 도정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강원도의 자연을 지켜내는 것이다. 청정 자연은커녕 골프장에 쑥대밭 된 강원도로는 미래를 말할 수 없다. 김선우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