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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옥천의 독립전쟁을 필름에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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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8-1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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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전투에서 물총을 들고 싸우는 독립군들 이야기입니다.”

황철민 감독(41·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은 옥천의 시민단체 ‘조선바보’(조선일보 바로보기 시민모임)가 펼치는 하루하루의 전투를 카메라에 담았다. 막 완성된 100분짜리 디지털 장편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옥천전투>. 독립군은 안티조선운동을 벌이는 옥천의 시민들이다. 그러면 ‘물총’은? 나쁜 신문지를 무찌르는 작지만 최고 성능의 무기란 뜻이다. ‘물먹은 신문지’를 상상해보라. 옥천 곳곳에서 출몰하는 독립군의 물총은 이미 옥천의 <조선일보> 부수 절반을 날려버렸다.

“안티조선운동은 언론개혁운동만이 아닙니다. <조선일보>가 조장한 불신풍조에 맞서는 생활운동이고, 무너진 공동체를 복원하는 지역운동이고, 레드콤플렉스를 제거하는 근대화운동이지요. 지난 9개월 동안 옥천에서 영화를 찍으며 배운 겁니다.”

황 감독은 70년대 말 독립영화를 시작한 첫 세대로 15년간의 독일 유학을 마치고 97년 돌아왔다. 독일에 있을 때도 한국 언론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치 않았던 황 감독의 눈에 ‘조선바보’의 활약이 눈에 띈 것은 당연한 일. 지난해 연말에는 6mm 카메라 한대를 메고 무작정 옥천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9개월 동안 한달에 서너번씩 서울과 옥천을 오르내렸다. 시나리오, 촬영, 편집까지 혼자서 해낸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지만, 그는 앵글을 통해 “옥천이 변하는 모습을 보았다”며 즐거워한다. <옥천전투>를 마친 황 감독의 화두는 “지역에서 미래를!”로 요약된다.

“수도권만 생각하면 안티조선운동은 어렵지요. 하지만 옥천을 보고, 건강한 공동체만 살아 있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웃끼리 터놓고 얘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해악을 알게 되니까요. 전국 방방곡곡의 전투로 서울을 압박해오는 거지요.”

다큐멘터리에는 이웃집을 찾아가 <조선일보>를 끊으라고 설득하는 시민의 모습, 장터에서 천막을 쳐놓고 왜 <조선일보>를 끊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옥천 사람들의 일상이 담겨 있다. 황 감독은 “전투만큼 치열한 운동이지만, 선동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고 강조한다. 황 감독과 시민들이 함께 만든 영화, <옥천전투>는 8월14일 저녁 8시, 옥천 ‘명가’ 마당에서 첫 시사회를 가졌다. 옥천 시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모여든 안티조선의 운동가들이 어우러진 한판 잔치였다. “<옥천전투>의 최후 목표는 아름다운 옥천 만들기”라고 말하는 황 감독.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 올 때까지, 그의 카메라는 아직 무기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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