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에서 정리해고당하거나 무급휴직 조처된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카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461명 무급휴직자의 ‘알바’ 생활이 어느덧 3년이 되었다. 정용일 기자
회사에 뒤통수 맞은 무급자들 좁은 길에서 차량이 기우뚱하기라도 하면 소스라치게 아찔한 나머지 식은땀 위에 식은땀을 쌓는다. 운전한 지 1년 가까이 다돼가지만 신경은 더 예민해지고 살은 더 빠졌다. 김씨는 원래 주방장 일을 했다. 서울의 유명 호텔 한식 조리부에 있었는데, 좀더 안정적일 것 같아 이 회사에 들어왔다. 그러나 지금 생활은 생각했던 평범한 일상에서 많이 떨어진 듯한 느낌이다. 가뭄으로 강바닥이 말라 갈라지는 뉴스를 보며 통장 잔고가 바닥나는 것이 떠오른다. 더 열심히, 더 악착같이 살았는데 평수 작은 곳으로 이사는 계속되고 있다. 쌍용차라는 회사가 지금이라도 불러준다면 들어갈까도 고민이지만 하던 일도 있고, 예전 동료들과의 관계로 돌아갈 자신이 없다. 그래서 요즘 운전대를 잡으면 딴생각을 자주 한다. 마주 달려오는 트럭의 경적과 헤드라이트 불빛에 깜짝 놀라 운전대를 다시 잡는 경우가 부쩍 많아진다. 지난 6월13일 회사는 3년 전의 약속을 지킨다는 언론 플레이를 시작했다. 쌍용차 노사가 무급휴직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합의했다는 보도였다. 기업노조(어용노조)와 회사가 마련한 이 방안을 접한 무급휴직자(1년 뒤 복직 약속을 받은 461명)의 첫 반응은 뒤통수를 맞은 얼떨떨함이었다. 쌍용차 회사가 말하는 무급휴직자 지원 방안은 자녀 학자금 지원과 명절 선물 지급, 회사 주식 150주 지급, 협력업체 취업 적극 알선이 핵심 내용이다. 무급휴직자는 엄연히 조합원 신분이다. 따라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뒤늦게 한 것뿐인데 마치 새로운 것인 양 호들갑을 떤다. 당장 쌍용차 무급자 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무급휴직자는 사 측과 공장 복직을 위한 단 한 번의 협의나 대화도 없었다. 합의 주체, 당사자가 빠진 실체 없는 합의는 인정할 수 없고 당장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22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자살하거나 죽어갔다. 회사가 합의서 내용을 지키지 않아 벌어진 일치곤 비극적이다. 회사는 무급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자녀 학자금 지원이 가장 절실한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대상자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또한 협력업체에 우선적으로 취업하는 무급휴직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노동자를 길들이고 편 가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갈등 해소가 아닌 다시 갈등의 땅굴을 파겠다는 것이다. 회사에 베인 마음은 어떻게 하나 쌍용차 사태가 3년을 넘었다. 지긋지긋한 기간이었고, 치 떨리는 시간이었다. 두려움과 분노의 시간이었다. 회계 조작에 의한 강제적 정리해고로 스물두 개의 세계가 사라진, 이 끔찍한 시대를 상징하는 정치적 사건이었다. 학계, 문화, 종교, 예술, 노동, 학생, 시민 등 다양한 이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거리와 현장 정치에 놀란 기성 정치권도 뒤늦게 쌍용차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정 조사와 국회 청문회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할머니·할아버지가 하던 공병 줍고 분리하는 일을 쌍용차 무급자와 해고자들이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자리마저 일자리 가뭄에 시달리는 젊은 청년들이 메우고 있다. 공병을 줍다 벤 손가락은 치료할 수 있지만, 3년간 쌍용차 회사로부터 베인 마음은 어떻게 하나. 낯선 운전대를 잡으며 놓지 않았던 공장 복귀의 간절함은 또 어떤가. 쌍용차 파업이 벌써 3년째다. 이제 해결해야 한다. 공병에 어른거리는 노동자들과 운전대를 잡고 땀 흘리는 노동자들을 보며 쌍용차의 찢긴 3년 전 약속이 생각나는 지독히 더운 여름이다.
쌍용자동차 해고자·트위터 @nomadcha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