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삽살개를 아십니까?
등록 : 2001-08-14 00:00 수정 :
지난 92년,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임인학(39·여행작가 겸 사진가)씨는 텔레비전에 나온 개 한 마리를 보는 순간 ‘저 개를 직접 보고 싶다’는 강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경북대 하지홍 교수가 품종을 복원해 사육하는 토종 ‘삽살개’(천연기념물 제368호)였다. 하 교수와 일면식도 없었지만, 임씨는 다음날로 경북대에 찾아가 다짜고짜 개를 보여달라고 졸라댔다.
“그렇게 삽살개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빠져들었어요. 털이 덥수룩한 해학적인 겉모습이며, 주인에게 순종하면서도 강인한 성품…, 뭔가에 홀린 것처럼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찍다보니 우리 토종개를 누군가는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생겼지만, 무엇보다도 그냥 좋았습니다.”
사실 임씨가 이런 주체할 수 없는 열정에 사로잡힌 것은 삽살개가 처음이 아니었다. 북한의 명견 풍산개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포항에서 사육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한달음에 포항으로 찾아간 적도 있었다. 게다가 진돗개에 빠져 시간만 나면 전남 진도를 찾아가 진돗개를 찍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 임씨가 삽살개를 봤으니,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그뒤로 임씨는 매주 진도와 경산으로 교대로 찾아가며 개 사진을 찍었다.
누가 시키지도, 돈이 나오지도 않는 일이었지만, 임씨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정작 임씨 자신은 아파트에 사는 바람에 개를 키우지도 않았는데도 임씨에게 개는 언제나 마음의 친구처럼 편안한 존재였다. 그래서 임씨는 주말이면 식구들의 불만을 뒤로 하면서 카메라를 들고 개를 찍으러 지방을 돌아다니기를 10년째 해오고 있다. 지난 94년에는 진돗개와 삽살개, 풍산개를 주제로 사진전도 열었다. 이제 사람들은 임씨를 단순한 개 마니아가 아니라 국내 유일의 ‘토종개 전문 사진작가’라고 부른다.
최근 임씨가 이 삽살개에 대한 책을 냈다. ‘삽살개의 아버지’ 하 교수가 글을 쓰고, 임씨가 사진을 찍은 <우리 삽살개>(창해 펴냄)다. 삽살개가 과연 어떤 개이고, 어떤 문화적 의미와 생태적 특성을 지녔는지를 소상하게 담은 ‘삽살개 사전’과도 같은 책이다.
“이제는 삽살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지만, 한때 삽살개가 진짜 토종이 아니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눈물겨운 품종 복원 작업을 몰라서 하는 말이에요. 삽살개는 사라져가던 품종을 우리 힘으로 다시 살려낸 귀중한 ‘유전자 문화재’입니다. 우리 곁으로 되돌아온 삽살개를 조금이나 더 많이 알리고 싶을 뿐입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