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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대선 출마 여론에 따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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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8-1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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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정몽준 의원… 월드컵 치른 뒤 기회 오면 피하지 않을 터

사진/ 정몽준 의원.(이용호 기자)
국회의원, 대한축구협회 회장, 현대중공업 고문. 정몽준 의원은 정치인, 체육인, 경제인의 1인3역을 해왔다. 그런 그에게 2002년은 1인1역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해가 될 것 같다. 대통령 선거와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언젠가 “정치인, 체육인, 경제인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거니까 생각을 안 한다. 셋 다 봉사하는 자리이고 상호배타적인 것도 아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국제축구계의 수장의 자리가 다른 일을 함께할 수 있을 만큼 여유있고 쉬운 자리는 아닐 것이다.

8월11일 서울 신문로에 자리한 축구회관 6층 사무실에서 정 의원을 만나 ‘신나는’ 축구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월드컵 개막식 일본왕 참석은 당연


-월드컵 준비는 잘 되고 있는 것 같은데, 남북분산개최는 아직 가능성이 있나.

=분산개최는 처음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가니까 더 어려워지는데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고 본다. 지난해 11월 축구협회 사람들과 북한에 가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쪽 사람들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더라. 한번 더 생각할 기회는 있고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남북분산개최 여부를 결정하면 되나.

=10월 블래터 국제축구연맹 회장과 함께 평양을 갈 예정인데 그때가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싶다. 예컨대 능라도 경기장이 크다고는 하지만 월드컵을 치르려면 국제축구연맹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2경기 정도 하려면 외신기자 1천명이 방문해 보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경기장이 잘돼 있다고 해도 여러가지 준비할 게 있다. 경기마다 외국관광객이 5만 이상 많으면 10만명이 올 텐데, 숙박· 교통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일본 교과서왜곡이 내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한·일 두 나라 사람들이 서로 상대에 대한 고정관념을 털어내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충분히 활용 못하게 된다는 게 안타깝다는 뜻이다. 월드컵 자체는 한국과 일본이 각자 국제축구연맹과 계약해서 하는 것이므로 한-일 관계가 어떻든 대회를 치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일본은 세계 경제대국이고 군사비 지출도 세계 2위다. 이런 큰 나라가 세계와 지역사회 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불안정 요인이 되는 것은 문제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군사대국이라도 이웃나라인 멕시코나 캐나다가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이웃나라를 불안하게 한다. 일본은 왜 그런지 생각해봐야 한다. 일본은 큰 나라로서 더 개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본사람들 얘기가 10년간의 경제불황과 국내정치 선거, 정치일정 때문에 그런 것이니까 이해해달라고 한다. 국내문제 때문에 이웃나라를 배려못한다는 것은 거꾸로 폐쇄적으로 가는 것 아니냐.

-월드컵 개막식 때 일본왕 초청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어려운 것 아니냐.

=초청한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될 것이다. 일본에는 불법체류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다. 월드컵 공동개최를 통해 이런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얼마 전 자국 내 불법체류자들을 양성화하겠다고 했다. 우리도 정부가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일본과 잘 협의해서 장기 불법체류자들을 양성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정부쪽에도 얘기하고 한·일의원연맹 하는 책임자들하고도 얘기했다. 이런 게 월드컵을 하는 보람 아니겠냐.

일본 천황이 오는 문제는 아직 1년 남아 있으니까, 서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월드컵 개회식, 폐회식에는 주최국가의 정상이 참석한다. 따라서 천황이 오는 것이 당연하다. 결승전에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치적 발언이 많아진 것 같다. 한때 신당창당설의 주역이 되기도 하고.

=얼마 전 국회 의회발전연구회 토론회에 나가서 “내가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정확한 보도가 아니다. 정당개혁이 필요하다는 어느 교수의 발언에 동의한 것이 그렇게 나왔다.

내 말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서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여당은 거대여당이다. 야당도 거기에 맞춰 거대야당이다. 행정부 수반이 여당 총재를 겸하면서 강력한 통치체제를 갖추고 있고, 야당도 거기 맞춰 선명야당, 강력한 야당이 돼 있다. 정치적 고압국가로 강력한 여당 대 강력한 야당이 만날 싸우는데, 이게 나라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새로운 정당운영, 새로운 정치형태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게 내 생각이다. 월드컵 조직위에 있는 동안 정치에 너무 깊이 뛰어들지 않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갖고 있다.

사진/ 정몽준 의원의 축구정치는 대선출마로 이어질 것인가. 경기도 파주에 건립될 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설계도를 살피는 정의원.(이용호 기자)
FIFA 회장·대통령 사이에서 고민중

-“2002년 대통령 선거와 국제축구연맹 회장 선거 가운데 어디에 출마할지 고민이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생각중이다. 국제축구연맹 회장 자리는 중요한 자리다. 우리나라에서 월드컵 개막식 전 열리는 총회에서 선거를 한다. 유럽에 있는 분들이 나한테 관심을 갖고 해보라고 한다. 물론 지금 회장도 나올 것이고 몇 사람이 더 나올 것이다. 누가 잘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해보겠다. 꼭 욕심내고 그럴 생각은 없다.

-차기 대통령에 필요한 자질과 요구되는 새로운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 사회에서 제일 큰 이슈는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고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 통일 외교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다. 일본이 10%를 넘는 수준인데 우리는 80%나 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외교가 중요하다. 또 하나 덧붙이면 지역감정 해소문제인데, 이 세 가지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분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여론조사를 보면 나도 경제·외교분야에서 점수를 잘 받더라. (웃음)

-대통령 후보의 자격조건과 대통령이 되겠다는 열망은 구별돼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다들 정치가 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인식하는데, 나까지 끼어들어 긴장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여야관계는 비정상이다. 너무 적대적이다. 여야간 정책이 수렴되지 않은 채 정권교체하면 큰 혼란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여야간 의견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렇게 해야 되는 이유는 있겠지만, 만약 선거 때문에 그렇게 한다면 문제다. 선거를 통해 국론이 다시 수렴될 기회를 가져야 한다.

-대선과 관련해 “공직은 죽음과 같은 것이다. 공직이나 죽음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피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평소 공직이나 죽음을 추구하는 것은 더 어리석은 것이다”는 세네카의 말을 자주 인용했는데.

=<한겨레>에서 여론조사를 해서 내가 나가야 한다고 나오면 공직이 찾아온 것이 아니겠냐. (웃음)

새로운 정치형태 필요… 일상이 출마 준비

-그래도 생각이 있다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것 아니냐.

=준비는 두 가지다. 중요한 국가정책에 대해 자기 의견을 정리하는 게 하나고, 또 하나는 같이 일할 수 있는 많은 사람을 알고 있는 것이다. 두 가지 다 평소 열심히 하고 있다. 국회의원으로 다른 정치인들 만나서 의견듣고, 또 식자층에 있는 분들 만나고, 축구 통해서도 많이 만나 이야기 듣고 한다.

-통상 대선주자들은 민생탐방이나 뭐 그런 대중행사를 많이 하는데.

=경영인도 공장에 가서 현장을 직접 확인해야 할 때도 있고, 사무실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 중요한 구상을 할 수도 있다. 미국에 유명한 농구 센터가 있었는데, 이 사람이 골을 많이 넣을 때마다 팀이 졌다. 나중에 그는 센터는 골을 넣는 게 아니라 골을 배급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골을 꼭 자기가 넣을 필요는 없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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