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7일, 한진중공업 노조가 ‘영도조선소 정상화, 민주노조 말살 중단과 158억원 손배소 철회’ 등을 요구하며 다시 회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한진중공업 노조 제공
“이슬아, 뭐 주꼬? 이슬아, 앉혀줄까? 이슬아, 좀 걸을래?” 용대 아저씨는 연신 아들의 기분을 살폈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저녁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생활비며 병원비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물으니, 아저씨는 아들이 들을세라 목을 내 쪽으로 한 뼘이나 빼서는 모기만 한 목소리로 말한다. “담보… 이제 그것도 없어~. 보험도 다 해약하고 이제 하나밖에 안 남았는데 뭐, 아들 엄마도 얼마 전에 수술받아가꼬…” 하시고는 겸연쩍게 웃으신다. “아부지가 돼가지고 자꾸 추주버지는 것 겉애~.” 이들의 삶이 정상인가. 요즘 ‘내가 살면서 누굴 해코지한 적이 있었나’ 하고 자주 생각하게 된다는 이들이다. 그들이 꿈꾸는 삶이 그렇게도 가당찮은 꿈이란 말인가. “저렇게 말도 잘하고 잘 웃는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려면 얼마나 고민이 많고 가슴에 상처가 많았을꼬.” 조합원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혼잣말이 오래도록 남았다. 그가 그렇게 목숨 걸고 지키고자 했던 조합원들. 그들을 지켜보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한숨은 길고도 깊었다. 와해 공작에 남은 현장 조합원 10여명 휴직자들은 또 어떤가. 회사로부터 휴업수당을 받긴 하지만, 평소 임금에 비하면 생계를 꾸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회사가 철저히 이중 취업을 금지하다 보니, 대놓고 다른 곳에 일하러 갈 수도 없다. 생계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반평생 일만 하던 사람들이 손에서 일을 놓는다는 건 단순히 돈을 벌고 안 벌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문득문득 찾아오는 무력감과 불안스레 지켜보는 가족의 눈빛, 무료한 시간을 함께 견뎌야 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휴직자들 가운데는 회사 모르게 일당벌이로 일을 나가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것도 순탄치만은 않다. 얼마 전 한 휴업자는 회사 모르게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갔다가 두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지만 산재 신청도 못했다. 산재 신청을 했다가는 이중으로 취업했다는 사실이 회사에 들통이 나고 휴업수당을 물어내야 할 뿐만 아니라 이후 발생할지 모를 인사상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휴업자는 일당제로 부품 생산 공장에서 석 달가량을 일했다. 처음 공장에 들어갈 때부터 한진중공업 휴업자라는 이유로 같은 일을 하는 다른 노동자들보다 임금을 몇십만원이나 적게 받았다. 그런데 그만두고 나오던 날 회사는 당연히 지급해야 할 마지막 달 임금을 주지 않았다. 한진중공업 휴업자라는 걸 안 회사는 임금을 떼먹더라도 신고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휴업자는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이 벙어리 냉가슴만 앓다가 또 다른 곳으로 일당벌이를 나갔다. 그들의 삶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한여름날 땡볕에 내놓은 아이스크림처럼. 앞으로 150여 일. 한진중공업이 국회에서 수많은 국민이 보는 앞에서 했던 약속 이행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들을 지금 버티게 하는 건 불안스런 약속이긴 하지만 그것이 지켜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6월7일 오늘, 한진중공업 지회는 회사 정문 앞 인도에 천막을 쳤다. 영도조선소 정상화, 민주노조 말살 중단과 158억원 손배소 철회, 단협 해지 철회, 성실 교섭 촉구, 휴업 종료 및 업무 복귀 약속 이행을 주장하며 한진지회는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엔 그들에게 너무나 불안하고 또 절박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 11월10일 어렵게 맺은 노사 합의 이후에도 회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의 손배소와 불성실 교섭으로 끊임없이 노동조합을 압박하고, 휴업의 장기화와 의도적인 수주 해태로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조성해왔다. 그런 와중에 어용노조까지 만들어져 대다수 조합원들이 고용 불안을 이유로 이탈해갔다. 그나마 남은 조합원들은 휴업을 나간 상태고 이제 현장에 있는 조합원은 고작해야 10명 남짓인,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한진지회 간부들이 천막을 친 것이다. 제2의 쌍용차 같은 비극 없어야 회사는 두 차례의 공문을 통해 수주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회사 정상화의 길을 가로막는 일이라며 천막을 자진 철거할 것을 통보했다. 회사는 수주를 하지 못하고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의 책임을 놓고 언제까지고 노동조합 탓만 할 것인가. 제2의 쌍용자동차와 같은 비극을 또다시 재연할 것인가. 그 알량한 종이 조각 하나로 물러설 것 같은 싸움이었다면 다시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세 사람의 목숨과 수많은 눈물로 세우고 지켜온 한진중공업 민주노조다. 노동자들의 투쟁엔 쉼표는 있을지언정, 마침표는 없나 보다. 다시 시작된 그들의 투쟁에, 관심과 연대를 호소한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상담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