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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주의 트윗- KBS 새 노조 파업 복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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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12 19:13 수정 : 2012-06-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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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진으로 투항 아니라 내부로의 투망질이다

메카시즘 광풍 막기 위한 선택, MBC 파업에 악영향 주지 않아

@free2world KBS 새 노조 동지 여러분 감사합니다. 소수노조의 설움, 김재철 카리스마에 가려진 김인규 등 여러 어려움에도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준 동지들 사랑합니다. 리셋 KBS, 국민만이 주인이다!


지금까지 방송 파업을 예민하게 따라잡고, 현 상황을 관심 갖고 지켜보며,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KBS 새 노조의 현장 복귀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MBC 정영하 본부장은 물론이고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그리고 시민사회가 왜 ‘승리’라고 선언하는지 그 이유를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회의하고 냉소할 그런 조직적 투항 행위가 결코 아니다. 내부로부터 체계적으로 투망질하기 위한, 전략적 재배치가 맞다. 비판과 감시의 그물망을 직조하고, 탐사와 공정 보도의 베이스를 설치함으로써 공영방송 복구의 궁극적 목표를 성취하는 전략적 포석이며, 그런 적극적 개입에 힘을 실어주는 게 맞다.

물론 합의 사항을 실행에 옮기고, 그래서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만만찮은 과제가 남아 있다. 새누리당과 <조선일보>, 우익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기회로, 보수정권 창출을 위한 공안정국 조성의 드라이브가 걸린 듯하다. 문제는 KBS가 이 수구 헤게모니 구성의 핵심 포인트, 사회적 공황 제조의 주요 채널로 작동 중이라는 사실이다. 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이번 합의에는 무엇보다 이런 반저널리즘 라인을 끊어내고, 비민주적 악의를 차단하는 노력의 약속이 포함돼 있다.

제작 거부의 직접적 원인이 된 이화섭 보도본부장의 거취에 대해 사쪽이 어떤 전향적 조처를 취할지에 따라 KBS 뉴스가 크게 바뀔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이번 합의의 승패는 제도적 차원에서 탐사 프로그램의 시급한 복원, 인적 차원에서는 보도본부장의 조속한 교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김인규 사장에 대한 사퇴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명백한 조건부 합의다. KBS 옛 노조도 선택을 강요받는다. 지금까지의 퇴행성을 청산하고, KBS 복구의 대의에 가담해야 한다. 결국 합의는 내부 교전의 개시를 뜻할 따름이다.

막바지 파업의 공력은 이제 MBC 문제의 해결로 모아진다. KBS가 투쟁을 접으니 MBC 동력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는 가당찮은 기우다. 현장 분위기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파업 열기가 더욱 고조된 상황에서 막중한 부담이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에 전가된다. 여론 대중은 KBS에서와 같은 상식적 사태 해결을 명령한다. 복잡한 선들이 작동하는 KBS에 비해, 사실 MBC의 문제는 매우 간단하다. 낙하산만 철거하면 된다. 노사 합의가 아닌 사회적 합의, 여론의 물리력을 통해서다. 그러면 모든 게 쉽게 풀린다. KBS 새 노조의 파업 종결은, 평화적인 사태 해결의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해 정치적 합의의 모든 주체에게 더 빠른 결단과 과감한 선택을 요구한다. ‘투항’은 지금 김재철 MBC 사장에게 딱 알맞은 말이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오마이뉴스 제공

믿거나 말거나 공정방송

낙하산 사장 퇴진 없이 복귀하지만 ‘공정방송 투쟁’은 이제 시작

@doax KBS 노조가 공정방송을 담보할 수 있는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탐사보도팀 부활, 대통령 주례 라디오 연설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안을 만들었군요. 김인규가 비슷한 것을 만들고 무력화시킨 전례가 있어서 일단은 걱정입니다.

그들의 선택을 나무랄 권한은 물론, 누구에게도 없다. 세상만사 모두가 ‘그분의 뜻대로’와 ‘그러려니’면 설명 가능하게 된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그들은 3개월 넘도록 월급 수령액 ‘0원’을 숙명으로 기꺼이 감내해왔다. 세속적이란 말도 비루한 물질의 세상에서 이보다 더한 진심은 없다. 아직도 ‘정의로운 언론, 공정한 언론인’을 꿈꾸는 이들이 조직과 대오를 이룰 수 있음을 확인한 건, 참 뭉클한 일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의 숭고한 투쟁에 대한 주례사는 여기까지다. 거리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경외’를 사고, ‘지지’를 먹을 수 있던 시기는 그들이 ‘합의’를 해 지나갔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예컨대, 결혼의 민낯은 달짝지근한 주례사를 들을 때의 표정으로 입증되는 것이 아니다. 밥 먹고, 이 닦고, 쓰레기 버리고, 잠자는 아주 일상적이고 지극히 비갈등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이 온갖 갈등으로 점철되는 순간 결혼은 쓰디쓴 본령을 드러낸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명분을 앞세우며 ‘잘하겠다’는 다짐을 할 때가 아닌, 익숙한 공간에서 이슈를 낯설게 보는 순간의 용기가 더 중요하다.

어찌됐건, 그들은 내걸었던 요구의 최대치, 아니 가장 결정적인 한 가지를 관철해내지 못했다. 김인규는 여전히 KBS의 사장으로 남는다. 이 모든 것이 낙하산 사장이 온 이후 시작됐다는 세간의 얘기에 진실이 있다면, 지금 달라진 건 사실 별로 없다. 파업 복귀의 핵심적 성과로 꼽히는 ‘대선 공정방송위원회’도 편향의 망망대해에 구식 모터보트 한 척 발주시키는 시도가 될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매체비평지에서 4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이른바 ‘공정방송 투쟁’의 실체를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숱하게 그 명분의 훌륭함을 들어왔지만 정작 현실에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기란 매번 난망한 일이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아예 방송의 시스템상 ‘공정방송’이란 불가능하다고 냉소하기도 한다. 기자 한 명이 ‘존심’을 갖고 기사를 쓰면 80% 이상의 공정이 달성되는 활자 매체와 달리, 방송의 속성은 ‘인력’과 ‘물량’을 어디에 어떻게 투여할 것이냐의 출발부터 윗선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는 산업의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과 비할 바는 아니라지만 언론인은 여전히 대접받는 직업이다. 부디, 거리에서 기가 펄펄한 그 언론인들이 자신들의 대접에 걸맞은 밥값을 이번에는 꼭 해내길 믿어보고 싶다. 방송사에 돌아가는 그들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모든 회사에 있는 흔해빠진 책상물림이 돼버리면 그건 정말 악몽 같은 일이 될 것이다. 100일의 파업 끝에 만난 방송이 기계적 형평이 조금 개선되고, 균형을 담보하는 견제가 조금 엿보이는 수준이어선 정말 곤란할 것이다.




김완 <미디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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