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참여예술가인 박은선(32)씨가 서울환경영화제 폐막일인 5월15일 오후, 서울 용산CGV 행사장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영화를 관람한 환경단체 관계자와 영화팬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환경운동연합 회원이라고 밝힌 박아무개(36)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영화 중간에 틀어주는 트레일러 영상을 보면 삼성물산이 영화제의 메인 스폰서인 것처럼 나온다”며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이건 좀 아닌 거 같다”고 씁쓸해했다. 실제 인터넷에 공개된 1분35초 분량의 트레일러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선 삼성물산 로고가 2초가량 단독으로 노출된다. 가장 많은 기금(2억5천만원)을 후원했다는 서울시의 로고가 환경부·지식경제부 등 다른 10개 후원기관들과 함께 노출된 것에 견줘 파격적인 대접이다. “정치적 올바름의 잣대 가혹하다” 홈페이지와 홍보책자에 나온 “제9회 서울환경영화제는 환경을 사랑하는 기관, 기업들과 함께합니다”라는 문구도 논란이 됐다. 풍자만화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강성석(33)씨는 “협찬을 받고 로고를 노출해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강정마을, 가리왕산, 내성천 등 대규모 환경 파괴가 행해지는 곳마다 시공사로 참여해 생태 파괴에 앞장서온 삼성물산을 친환경 기업으로 격상시켜줬다”고 성토했다. 환경재단 쪽은 곤혹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윤미경 홍보국장은 “삼성물산 협찬이 처음도 아니고, 협찬액이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닌데 논란이 일어 난감하다”고 했다. 실제 삼성물산은 2004년 영화제가 만들어진 이래 6차례에 걸쳐 협찬을 했다. 올해 협찬 규모에 대해 윤 국장은 “전체 예산의 5% 수준”이라고 했다. 환경재단의 2011년 감사보고서에 나온 지난해 환경영화제 사업비(3억1430만원)로 계산해보면 1600만원이 조금 안 되는 규모다. 올해 예산이 5억~6억원대라는 영화제 조직위 쪽 이야기대로라면, 올해 협찬액은 2천만원에서 3천만원 사이로 추정된다. 영화제를 후원하는 기관과 기업의 수는 지난해(후원기관 7곳, 협찬기업 35곳)보다 각각 4곳, 19곳이 늘었다. 재단 쪽은 그러나 기업 후원이 영화제의 방향이나 내용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만큼, 특정 기업의 후원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달라고 주문한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다룬 <잼 다큐 강정>이 영화제의 한국영화 부문 경선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영화제에 어떤 작품들이 출품되고 상을 받는지에 대해선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재단의 요청이 먼저 있었고, 우린 순수하게 사회공헌 차원에서 후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논란을 바라보는 영화인들의 기류다. 환경영화제에 프로그래머로 참여했다는 한 영화인은 “독립영화를 만들어도 상영할 곳 자체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삼성물산 후원이라도 받아 이런 영화제가 열릴 수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며 “우리에게 ‘정치적 올바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제작 일선에서 일하는 한 독립영화 감독의 견해는 이 영화인과 온도차가 있었다. <민들레> <쇼킹패밀리> 등을 만들었고, 성노동을 다룬 문제작 <레드 마리아>의 개봉을 앞둔 경순 감독이 5월10일 트위터(@redkyungsoon)에 올린 글이다. “굽실거리며 감사히 받아챙기는” “이번 환경영화제도 삼성 후원을 받았다. 그곳에서 <잼 다큐 강정>도 상영된다. 참 난감한 현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삼성의 돈이 삼성의 것인가. 수많은 시민들 주머니를 털어서, 수많은 노동자들 희생시키며 자기들 것으로 사유화한 게 아닌가. 나는 그들 돈을 더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굴하게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원래 우리의 것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 근데 재수없는 건 그들이 주는 돈을 굽실거리며 감사히 받아챙기고 뒤늦게 입장도 없이 그저 미안해하는 태도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