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가 달리고 있다. 2007년 5월17일 경의선 문산역을 출발한 열차가 남쪽 통문을 지나 비무장지대로 향하자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직원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배웅하고 있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세계의 공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은 항구가 부족해 화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 철도망과 한국 철도망이 연결된다면, 한국의 항구들은 세계 공장의 물자를 수송하는 기지가 된다. 아울러 중국 동북 3성과의 교류 협력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뿐만 아니다. 철도 연결은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풍부한 자원을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르쿠츠크·안가르스크 등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지나는 지역에는 전세계 석유 매장량의 5.6%, 천연가스의 40.1%, 석탄의 23.4%가 매장돼 있다. 일본, 북한, 중국, 러시아, 몽골, 유럽 간 물동량이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이용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한반도는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가 될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나진과 러시아의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 현대화 사업에 기초해, 부산과 나진을 물류기지로 만들려는 남-북-러 국제 컨소시엄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철도 연결 사업이 중단돼 국제 컨소시엄은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고, 한국에서 참여한 기업들은 계약 불이행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금강산 관광 장기 중단으로 이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이나 강원도 고성 지역 영세상인들이 손실을 입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동북아 경제공동체 형성 촉진 철도 연결이 되면 많은 경제적 이익을 안겨준다. 길이 생기고 사람이 만나면 문화와 공동체가 형성된다. 경제적 이익 창출과 교류의 확대는 철의 실크로드를 만들고,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수많은 역사적 사례가 이를 증명해준다. 유럽 철도망이 교통망으로서 역할을 하며 유럽의 경제·사회·문화를 통합하는 매개가 되었다. 이것이 EU의 출범을 앞당겼다. 19세기 독일과 미국의 철도는 봉건 독일을 통일시키는 데 기여하고, 남북전쟁이라는 내전을 겪은 미국 연방의 결속을 가속화했다. 남북 간 철도 운행은 대륙철도 연결의 출발이기도 하지만 민족 내부의 소통 통로가 되어 분단에 물꼬를 내고 민족공동체를 형성하는 출발이 될 것이다.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은 남한에 매력적이지만 철도시설 확충이 없이는 그림의 떡이다. 철도는 북한의 지하자원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남한에 공급하게 만든다. 철도는 자원뿐만 아니라 관광사업도 활성화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남과 북의 사회·문화적 접촉도 늘어날 것이다. 6·15 정상회담 이후인 2000년 9월18일 경의선 철도 개통식이 열렸다. 그로부터 7년 만인 2007년 5월17일 시범운행이 있기까지 많은 곡절이 있었다. 남북 철도 연결에 대한 북한 군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북한군은 휴전선 일대인 전연(전방)지대에 동서로 4개 군단이 배치돼 있다. 이들 4개 군단은 물자를 철도를 이용해 수송한다. 철도가 연결된다면 마침내는 전연지대에 배치된 북한군의 물자수송용 철도까지 남북 물자수송을 위해 이용하게 될 것이기에 북한 군부가 반발했던 것이다. 열차가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남북을 왕래하고 북한 군부의 물자수송 철로가 자원수송용·물자수송용 철로로 사용된다면, 그것은 남북 간의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뜻한다. 한국전쟁의 상흔을 안고 누워 있는 철마가 다시 달리고 싶은 것은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이미 오래전부터 철도의 경제적 효과를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신의주와 개성 철도를 복선화해 중국과 남한 사이에서 중계무역을 할 경우 1년에 4억달러가량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뿐만 아니다. 중국의 동북 3성에서 동해로 물자를 수송할 경우 연 10억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도 북한이 철도 연결에 속도를 내지 않은 것은 안보상 불안감 때문이었다. 2007년 10·4 정상선언에서는 신의주와 개성의 철도를 개·보수하는 것에 합의했다. 그리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남북 공동응원단을 경의선을 통해 베이징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북한이 안보상 불안에서 벗어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남북의 사회·문화 교류를 수용하겠다는 자세 전환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더는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아직까지 그 자리에 멈춰 있다. 현정화와 이분희의 상봉 무산 철도 연결은 멈춰 있고 남북 교류는 중단되었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세계를 제패한 현정화 선수와 북한의 리분희 선수는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코리아> 개봉을 앞두고도) 당국의 눈치 때문에 만나지 못하고 있다. 거꾸로 달린 5년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정책연구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