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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비틀스에 확실하게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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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8-0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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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영식씨.(이정용 기자)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박사가 됐을 거예요.” 고1 때 발견한 비틀스의 음악세계에 푹빠져 살아온 한영식(39)씨. 그는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비틀스 박사다. 얼마 전 그는 비틀스 전곡 해설집 <비틀스 컬렉션>(친구미디어 펴냄)을 냈다. 800쪽이 넘는 이 두툼한 책에는 비틀스의 전신인 쿼리맨 시절의 데모테이프에서 1995년 에 공개된 마지막 녹음곡 까지 비틀스가 공식·비공식적으로 녹음했던 280곡의 가사번역과 방대한 분량의 비틀스 관련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형님이 모아놓았던 외국 잡지들에 나온 비틀스 관련 기사들을 스크랩하면서 비틀스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87년 엔지니어로 LG산전에 입사한 그는 출장 때마다 비틀스 관련 책과 비디오를 사모았다. 본격적인 비틀스 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직장인으로 바쁜 삶을 살면서 덮어두고 있다가 96년부터 본격적으로 집필에 들어갔다. “국내에 비틀스 관련 서적이 꽤 번역돼 있지만 기본이라고 할 노래말 번역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게 늘 안타까웠어요.”

40여권의 비틀스 관련 국내외 서적과 잡지들, 비디오 등을 참고로 기술한 <비틀스 컬렉션>에는 비틀스 마니아조차도 몰랐던 사실들이 빼곡이 정리돼 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역시 노래말 번역. 영어에도, 문학에도 젬병이었던 그는 노래말 한줄을 번역하느라 밤을 하얗게 새워야 했다. “술 마시고 귀가하지 않은 날과 주말은 모두 번역에만 몰두했습니다. 휴일에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는 저를 묵묵히 지켜봐준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죠.” 비틀스 관련 퀴즈대회에 나가면 등수 안에 들어갈 거라고 장담하는 아내와 인연을 맺어준 것도 바로 비틀스. 입사 직후 사보에 비틀스 관련 글을 발표하면서 아내의 ‘뜨거운’ 시선을 받게 됐다고.

‘먹고사는 데 상관도 없는 일에 왜 몰두하냐?’는 식으로 그를 쳐다보던 동료들도 이제는 묵직한 그의 책을 보면서 부러움의 눈길을 보낸다. 최근 아마존에서 구입한 <비틀스 평전> 두권의 마지막장을 덮은 그는 벌써 <비틀스 컬렉션> 2탄 구상에 들어갔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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