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이주의 트위터- 민주통합당 논란
민주 우물에서 숭늉 찾는 진보 VS 시민의 이름으로 부른 딜레마
등록 : 2012-03-08 15:52 수정 :
민주 우물에서 숭늉 찾는 진보
민주통합당의 ‘통합’ 범위를 넘어선 개혁공천 요구하고 실망하는 이들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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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nedian3(선대인) 민주통합당, 웬만하면 고쳐서 써보려 했더니 구제불능이라는 느낌이다. 이명박 심판과 노무현 추모 정서에 기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고만장했다는 느낌밖에 안 된다. 이대로는 집권해도 또 말아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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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약칭이 ‘민주당’이라는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트위터에서 ‘민통당’이라고 불렀다가 항의를 받고 나니, 더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민주통합당이라고 이름은 왜 바꾼 것일까? 이런 말이 우스개에 그칠 수 없는 것이 지금 공천을 둘러싼 민주통합당의 행보가 실제로 간판만 바꾼 민주당 신장개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 선대인의 트윗 발언에서 중요한 것은 ‘고쳐서 쓴다’는 말의 의미다. 민주당을 고쳐서 쓰면 민주통합당이 될 수 있을까? 민주당에 ‘통합’이 붙은 것이 민주통합당이다. 그런데 이 ‘통합’은 무차별적이라기보다 선별적인 것처럼 보인다.
결국 민주통합당의 ‘통합’이 모든 ‘민주세력’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아니라면, 배제되어야 할 대상이 존재하게 된다. 이 배제해야 할 대상을 정하는 기준이 쟁점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 기준을 무엇으로 정할지 입장 정리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도나도 민주통합당을 향해 공천을 잘하라고 주문하는 형국이다.
민주통합당이 기고만장해서 안일하게 집권을 낙관하고 있다는 지적은 적절하지 못하다. 기고만장의 문제라기보다,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는 공천을 추진한 게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처음부터 민주통합당의 목적은 사분오열돼 있는 진보개혁 세력들을 규합해 차기 재집권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통합당이 이 세력 규합의 대상으로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 같은 소수정당을 설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지금 트위터에서 문제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진보개혁 세력의 통합에 민주통합당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입당에서 볼 수 있듯, 민주통합당은 자신들 입장에서 ‘통합’의 행보를 충분히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괴리가 발생하는 까닭은 간단하다. 오직 ‘재집권’이 민주통합당을 만든 이유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선대인의 트윗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재집권 못한다”는 우려와 ‘재집권’을 목표로 삼은 민주통합당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혼재돼 있다. 그러나 정치판의 구도를 여전히 민주 대 반민주로 설정하고, 민주통합당의 ‘재집권’을 민주주의의 달성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에서 진보도 아닌 민주통합당이 갑자기 ‘개혁공천’을 할 이유가 없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과거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정당성을 선거에서 추인받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물에 가서 숭늉 찾는 격이라는 말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시민의 이름으로 부른 딜레마
친노 ‘무죄추정의 효과’ 부르는 시민사회의 민주당 개혁 공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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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riamea(조국) 한명숙 대표, 표적수사의 희생자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야권 정치인 중 기소되거나 유죄판결 받은 사람 모두가 억울한 희생자는 아니다. 최종 판결 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이라고? 그건 법정에서 할 말이지 공천 과정에서 할 말은 아니다.
@7godsofchaos(오그루드 자하드) 안규백의 공천 탈락은, 주류의 비주류에 대한 숙청 외에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링크) 민주당에 국방전문가가 없어서, 국회직(부의장)을 맡은 원로인 문희상조차 국방위 현장에서 뛰어야 하는 판국. 그런데 안규백을 떨어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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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이 주춤한다. 지지율이 답보상태인 가운데, 한때 격차를 벌렸던 새누리당이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상에선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확고히 하지 못한 점과 야권 연대에 소홀한 점을 비판한다. 한편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에선 친노세력의 ‘화려한 부활’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났다. 두 개의 트윗은 그 양방향에서 나오는 타당한 우려의 목소리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심 판결을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과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의 공천에 대한 조국의 신랄한 비평은 타당하다. 그런데 이해찬이 그들을 옹호하려고 내건 ‘무죄추정 원칙’은,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을 옹호하며 들이민 논거였다.
나는 곽노현 교육감이 법리적으론 유죄라고 보지만, 정권 교체 뒤 그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의 관료로 활약해줬으면 좋겠단 희망이 있다. 그러나 구체적 정황의 차이를 다르게 설명하지 않고 ‘무죄추정 원칙’이란 손쉬운 논거를 들이밀었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오늘날 민주당의 혁신 거부에 대해 큰소리를 내기 어렵게 되었다. 앞으로는 ‘우리 편’을 옹호하는 것이 이번 한 번의 논쟁에만 효력을 미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일이다.
한 누리꾼의 항변은 또 다른 방향에서 민주당의 위기를 설명한다. 이를 간단하게 ‘밥그릇 다툼’이라 폄하할 수도 있지만, 상황은 좀더 복잡하다. 시민사회세력은 정치권에 ‘물갈이’를 요구하며 진입을 시도한다. 그 와중에 시민사회세력에 친화적 이미지를 지닌 친노는 ‘물갈이’에서 면제받는다. 그 과정에서 각 분야의 전문적 역량을 지닌 중진들이 밀려나고 정당의 인력 재생산 체계가 크게 약화된다는 게 진정한 문제다.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를 중심으로 트위터에서 활성화된 ‘김진표 아웃(OUT)’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한-미 FTA에 대한 모호한 태도로만 본다면 대부분의 친노 정치인들이 문제가 되는데도, 굳이 노회한 이미지를 지닌 경제관료 출신만 대표적으로 솎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스포츠팀처럼 정당도 패기와 경험을 나눠가진 신구 조화 없인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시민사회가 정당에 요구하는 많은 역할은, 결국 정당을 강화시킬 때에야 수용 가능한 것이다. 그 요구를 정당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수용한다면, 설령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다 하더라도 시민들의 처지는 나아질 게 없고, 민주당의 위기도 가속화될 것이다.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