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를 돕는 일본인 친구들
등록 : 2000-08-23 00:00 수정 :
“참 좋은 사람들입니다. 일이 있을 때마다 봉사하러 오지요.”
재일동포 8·15경축행사가 한창이던 오사카 다미즈 공원. 한 할아버지가 두 사람을 소개하며 “참 좋은 사람들”이란 말을 몇번이고 되풀이했다.
“안녕… 하쎄요. 저희는… 코리아 발룬티어… 협회 사람들… 입니다.” 두 사람이 더듬거리는 우리말로 인사를 건넸다. ‘음… 우리말이 좀 서투른 재일동포구나….’ 재일동포 행사장, 우리말 인사, 비슷한 생김새…. 이런 게 짐작의 알리바이였다. 하지만 그 순간 “전 구보 레이코, 이 사람은 아오키 나오입니다”라는 소개로 예상을 뒤집는다.
재일동포 행사장에 가보면 뜻밖에 일본인들이 꽤 눈에 띈다. 단순히 구경오는 걸 넘어 행사준비에서 진행, 마무리까지 함께하는 이들도 있다. 구보(43·사진 오른쪽)와 아오키(21)도 그런 경우다. 구보는 고교 시절 사귄 재일동포 친구 때문에 처음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재일동포를 돕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다 5년 전 결혼도 재일동포와 했다. 남편은 ‘코리아발룬티어협회’ 사무국장인 정명훈(50)씨. 봉사활동을 함께하며 애정을 키웠다고 한다.
‘코리아발룬티어협회’는 재일동포와 일본인이 함께하는 봉사단체다. 한국국적 재일동포, 조선적 재일동포, 일본인이 사이좋게 함께 힘을 합쳐 94년에 만들었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95년 고베 대지진 때 큰 활약을 해 꽤 유명해졌다.
요즘은 장애인이나 독거노인을 돕는 일을 주로 한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라면 뭐든 가리지 않지만 오사카 이쿠노구에 밀집해 있는 불우한 재일동포들을 돕는 일은 이들의 가장 큰 일거리다. 물론 한민족 행사가 있을 때면 어디든 달려가 거든다. 남북정상회담 뒤 부쩍 늘어난 행사를 쫓아다니느라 바쁘다. 하지만 최근 이들은 심각한 재정난에 걱정이 태산같다. 무료로 빌려 쓰던 오사카의 사무실도 8월 말에 비워야 할 형편이다.
“일본이 경제 선진국이긴 하지만 복지는 후진국입니다. 인식도 낮죠. 아직도 ‘발룬티어’라고 하면 ‘그게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예요. 빨리 발룬티어 운동이 시민권을 얻어 일본 정부의 지원이 활발해졌으면 합니다.”
구보와 아오키는 한국에도 자신의 어려운 형편을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우리 연락처를 꼭 넣어달라”는 부탁도 빼놓지 않았다. 이들을 돕고 싶으면 81-6-6717-7301(오사카)로 연락하면 된다. 우리말 통화도 가능하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