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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썩 물렀거라, 개발 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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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8-0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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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은영씨.(이정용 기자)
“개발의 미명 아래 원주민의 삶을 위협하는 자본과 콜롬비아 정부는 원주민의 영토에서 즉각 철수하라.”

지난 8월6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에서는 국내 환경·시민운동단체 회원 15명이 다소 생소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청년생태주의자 KEY, 녹색연합, 청년환경센터, 사회진보연대,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등 10개 환경·시민단체가 주도한 이번 시위는 한국에서 콜롬비아 원주민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한 첫 시위로 기록됐다.

이들은 이날 미국 정부와 다국적 기업이 대규모 환경파괴 프로젝트를 통해 원주민들의 삶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는 퍼포먼스도 연출해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원주민들 가운데 ‘엠베라 카티오족’과 ‘우와족’(<한겨레21> 369호 참조)의 위기는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엠베라 카티오족은 수력발전댐 건설로 인해 생존기반 자체가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 지역방위군과 게릴라들의 일상적인 폭력도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최근에는 그동안 댐 건설계획에 맞서 투쟁을 이끌어온 이 부족 지도자인 키미 페르니아 도미코가 납치돼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또다른 원주민 부족인 우와족 영토 안에서 미국과 콜롬비아 정부를 등에 엎고 석유개발을 강행했던 옥시덴탈 페트롤륨의 경우 부족 전원(6천명)의 집단자살 경고 등 극단적인 저항방식에 밀려 철수 발표를 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언제 다시 다국적자본이 우와족의 뜻에 반하는 개발사업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시위에 참가한 청년생태주의자 KEY 소속 활동가 김은영(23·사진)씨는 “자연생태계를 자신의 어머니로 생각하는 콜롬비아 원주민들에게 대규모 환경파괴와 개발은 죽음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또 “콜롬비아의 독특하고도 귀중한 생태계는 한국을 비롯한 인류 모두의 생명인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를 남의 나라 얘기로만 여기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시위를 마친 뒤 콜롬비아대사관에 “대규모 개발로 생존을 위협받는 엠베라 카티오족과 우와족의 안전을 보장하고 조상 대대로 내려온 원주민들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할 수 있도록 모든 개발 프로젝트를 중지하라”는 내용의 항의문을 전달했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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