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백서원, 너만은…
등록 : 2001-08-08 00:00 수정 :
사진/ 서승욱(왼쪽)씨와 성이호경(오른쪽)씨.(박승화 기자)
“장백서원을 박물관으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
고대 앞 인문사회과학서점, 장백서원 살리기 운동에 나선
서승욱(22·경제학4·사진 왼쪽)씨와
성이호경(22·의학2)씨의 얼굴은 밝지만은 않았다. 고심 끝에 장백서원 살리기 운동에 나서기는 했지만,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은 탓이다.
장백서원은 강의실에서는 배우기 힘든 대안적 지식을 제공하는 문화공간으로 고려대학교 앞에서 14년 동안 명맥을 유지해왔다. 인문사회과학에 무관심해진 대학풍토 탓에 위기를 겪어온 장백서원의 존폐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때는 지난 6월 초. 이 서점의 운영자인 김용운씨가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게시판에 ‘고대의 마지막 지성 문을 닫는다’라는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김씨가 장백서원을 인수한 뒤 6년 동안 쌓여온 7천만원의 빚을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어서였다.
김씨의 글이 올라온 뒤 한달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모두 안타까워만 할 뿐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았다. 위기에 처한 인문사회과학서점을 살려낼 엄두가 나지 않았던 탓이다. 지난해 가을, 연세대 앞 인문사회과학서점 ‘오늘의 책’도 이미 재정적자를 이기지 못해 문을 닫은 터였다. 90년대를 거치며 살아남은 사회과학서점은 서울대 앞의 ‘그날이 오면’, 성대 앞의 ‘논장’과 ‘풀무질’ 등 한손으로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는 형편이다.
장백서원의 폐점이 기정 사실로 여겨지던 지난 7월. 서씨와 성씨를 비롯한 예닐곱명의 사람들이 “다시 살리는 데 실패하더라도, 반성은 남겨야 한다”며 장백서원 비상대책위를 꾸렸다. 성씨는 이 운동에 나선 이유를 “장백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서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백서원은 책을 읽는 도서관이었고, 친구를 만나는 광장이었고, 생각을 나누는 토론장이었고, 대안문화를 함께 즐기는 문화공간이었습니다.”
비상대책위는 5천만원을 최소 목표로 출자자를 찾아나섰다. 서점 이전과 책 구입에 필요한 비용이다. 한주당 가격은 10만원. 단체로 주주가 되려면 5계좌(50만원) 이상을 신청해야 한다. 이미 알음알음 소식을 듣고 찾아온 몇몇 선배들이 출자약정서를 쓰기도 했다. 두 청년은 “장백은 추억으로 남을 수 없다”며 “특히 장백을 거쳐간 선배들의 출자를 기다린다”고 입을 모은다. 장백서원 살리기에 출자하고 싶으면, 장백서원(02-922-6258)으로 전화하거나 장백서원 홈페이지(insa.jinbo.net)로 들어가 게시판에 연락처를 남기면 된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