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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주노동자 쉼터에 한줌 햇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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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8-0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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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영철, 최의팔, 최꽃솜(왼쪽부터)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오토바이와 짐차가 뒤엉킨 시장통을 지나자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십자가 팻말보다 이주노동자선교센터 간판이 훨씬 크게 내걸린 청암교회는 5년 전부터 이주노동자 남성쉼터를 열고 있다. 지난 7월24일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주 여성노동자 전용쉼터도 열었다.

7월30일 오후, 최의팔 목사(53·사진 가운데)와 상근활동가 김영철(42·사진 왼쪽)씨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한 나이든 노동자를 붙잡고 씨름하고 있었다. 토목일을 하러 들어왔다가 체류기간을 넘긴 이 노동자는 위궤양으로 고생하면서도 술을 끊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었다. 사할린 동포인 김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남성쉼터와 뒤편 주택가에 자리잡은 여성쉼터를 오가며 통역을 돕는다.

최 목사는 몇달 전 파키스탄인 남편이 억울한 누명으로 감옥에 갇히는 바람에 오갈 데 없게 된 한 아르메니아 출신 산모를 돌보면서 여성쉼터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주노동자가 늘어나면서 부부나 동거커플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문화적 차이와 생활고 때문에 아주 많은 이주 여성노동자들이 일터에서의 폭력, 가정폭력 등에 이중삼중으로 노출돼 있어요. 특히 출산을 앞둔 이들은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첫아이일 경우 출산상식도 없기 때문에 아이를 잃고 건강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을 위한 전용쉼터가 좀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81년 평화시장 근처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시작한 최 목사는 동대문, 창신동 일대에서만 꼬박 20년을 보냈다. 80년대를 야학과 노동운동으로 보냈다면 90년대 들어서는 인권상담과 공부방 운영, 빈민운동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이주노동자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사회의 약한 고리를 타깃으로 아픔을 치료하면 다른 문제들은 덩달아 해결된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 계층은 이주 여성노동자입니다. 창신동 일대는 이들이 없으면 기계를 놀릴 정도로 이들이 우리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크지만 뾰족한 지원책이 없어 답답합니다.”

최 목사의 딸 최꽃솜(20·사진 오른쪽)양은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후원은 물론 외출이나 통역을 도와주는 자원봉사를 바라고 있다(문의 02-3672-9472)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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