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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차별의 전통 깨뜨린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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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8-0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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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럴드 보이드
신문논조면에서 <워싱턴포스트>나 <월스트리트저널>보다 소수민의 권리와 남녀평등 등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왔던 미국 <뉴욕타임스>, 하지만 내부 문화는 보수주의적인 것으로 이름이 나 있다.

미국 여성들이 남성과 달리 미혼과 기혼을 구별해 ‘미스’와 ‘미시즈’로 구분해 부르는 것은 차별이라며 ‘미즈’로 부를 것을 요구하고, 실제로 이 말이 미국 내에서 상용어로 자리잡아가던 70∼80년대 <뉴욕타임스>는 ‘미즈’ 대신 ‘미스’와 ‘미시즈’를 사용하도록 기자들에게 요구했다. 83년에야 ‘미즈’를 해금하고 지면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성애자들을 일컫는 ‘게이’도 80년대 말까지 이 신문에서 푸대접을 받았다. 동성애자들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90년대 들어서야 ‘게이’라는 말을 지면에 쓰기 시작했다. 또한 주필과 편집장에는 반드시 ‘백인 남성’을 선임하는 게 <뉴욕타임스>의 전통(?)이었다.

미국 언론계에서는 동성애자 기자들을 채용할 정도로 개방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으면서도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완고한 보수주의 조직문화를 유지하면서 목소리는 리버럴한 <뉴욕타임스>가 하나의 ‘역설’로 묘사되곤 한다.

그런데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수주의적 내부문화를 급격하게 바꾸고 있다. 지난 1851년 창간한 이 신문은 15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칼럼리스트 게일 콜린스를 주필로 선임한 데 이어 최근에는 흑인인 제럴드 보이드(51)를 차기 편집국장으로 내정했다.

보이드는 지난 73년 미주리대 신문학과를 졸업한 뒤 지방지 <세인트루이스포스트-디스패치>의 사환으로 언론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뒤 미국 최고 권위지의 편집국장으로 성장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70∼80년대 백악관 출입기자로 실력을 발휘하면서 지난 83년에 <뉴욕타임스>에 발탁됐다. 이곳에서도 백악관을 담당했으며 지난 91년에는 워싱턴지국의 수석데스크로 임명됐다.

보이드는 데스크로 승진한 뒤 지난 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사건 보도와 지난해 미국 내 인종갈등 기획기사를 진두지휘해 <뉴욕타임스>가 두 차례의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또한 지난 77년 세인트루이스 흑인기자협회를 창설해 초대회장을 맡고 미주리와 하워드대학에서 흑인학생을 위한 언론학 강의를 하는 등 흑인지위 개선에 발벗고 나서왔다. 보이드는 “(나의 편집국장 내정으로) 흑인 어린이들이 좀더 큰 꿈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뉴욕타임스>가 이렇게 변화를 시도하는 데는 신문시장의 급변이 크게 작용했다. 이 신문이 1996년 미국 동부지역 기업들로부터 수주한 광고가 전체의 69%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18%로 급감했다. 또 1990∼99년 사이 뉴욕에서 이 신문 판매부수가 13% 줄어들었다. 반면 미국 전역에서의 광고와 판매 비중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전통적인 ‘동부 백인 앨리트주의’를 견지해서는 앞으로 먹고살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조직문화의 변화를 통해 시장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여성 주필과 흑인 편집장을 임명했다는 분석이다.

강남규 기자/ 한겨레 국제부 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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