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고추장터 열렸네!
등록 : 2001-08-01 00:00 수정 :
“오래 전부터 정부가 농산물 직거래를 외쳐왔지만 구호만 무성할 뿐 가을에 직거래행사장에 가보면 일회성으로 끝나고 농민한테는 사실 별 도움도 안 됩니다.”
충북 음성군 원남면에서 고추 농사(1만여㎡)를 짓고 있는
성의모(44)씨. 거개가 요식행사에 그치고 마는 지금의 직거래방식를 벗어나 어떻게 하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인터넷에서 그 길을 찾았다. 최근 고추 생산농가 안내 사이트인 ‘내고향 고추장터 고추114’(
www.gochu114.com)를 개설한 것이다.
이 사이트에는 소비자가 고추에 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전국 각지의 고추 생산농가가 지역별로 실리고 △좋은 고추를 고르는 방법 △인터넷 주문정보 등이 실려 있다. 전국의 고추 생산농가는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물론 인터넷을 여기저기 열심히 뒤져보면 현재도 고추 생산농가가 소비자와 직거래를 위해 개설한 홈페이지가 300여개나 된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고추’ 검색어를 쳐보면 뜨는 건 별로 없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그가 고추 전문 사이트를 개설한 까닭이기도 하다. “농림부에서 직거래를 활성화한다고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고추 농민들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기도 했고, 농민이 직접 개설한 것도 있지만 검색해보면 대부분 농림부를 통해 들어가도록 돼 있습니다.” 직거래 홈페이지를 만들어놓긴 했지만 검색엔진에 올라 있지 않은 탓에 실제로는 별 쓸모없는 게 되어버렸다는 얘기다.
그래서 생각한 게 광고 및 홍보다. 이 사이트에 회원으로 등록하려면 등록비(연간 6만원)를 내야 하지만 이는 돈벌이보다는 홍보비용 마련을 위한 것이다. “직거래 홈페이지를 만드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사실은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검색엔진에도 올려야 하고 인터넷 여러 사이트에 배너광고를 내서 알려야 하거든요.”
그는 또 농산물 직거래는 꼭 ‘싸게 산다’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는 제값 받아 팔고 소비자는 ‘질 좋은’ 고추를 살 수 있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품질이 떨어지는 고추가 농가에서는 kg당 3500원, 소비자한테는 5500원쯤에 나가고 있는데 직거래를 하면 5500원으로 질 좋은 ‘국산’고추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걱정이 있다면 고추 중간상인들이 회원으로 ‘위장등록’해 장난치는 사태다. “중간상인들이 농민인 양 위장해 들어와 수입고추를 국산으로 속여 파는 걸 철저히 막을 생각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고추에는 중국산이 섞여 있어요. 가루로 빻으면 국산인지 수입인지 가려내기 어렵잖아요.”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