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는 갈등으로 혼란스런 모습입니다. 지식인들이 책무에 충실하지 못한 탓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지식인사회가 한눈을 팔거나 술에, 잠에 취해온 것이 아닌가 의문해봅니다. 지식의 파이프라인, 곧 지식권력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지식을 평가하고 전파하는 권능이 극우적 신문의 손에 쥐어져온 것입니다. 이들 신문에 찍히면 죽고, 뜨기 위해서는 잘 보여야 하고….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지식인. 벼리를 틀어쥐고 지식상품을 요리하는 극우적 지식권력. 이 둘의 불건전한 조합이 위기의 뿌리입니다. 정치판 시끄러운 것은 여기에 비하면 한 차례 왔다가는 비바람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양식있는 지식인들이 이런 답답한 현실을 고발하고 공박하고 나섰습니다. 탈세비리를 언론자유로 호도하지 마라, 이념과 여론을 멋대로 재단하지 마라…. 극우세력은 이를 언어폭력이요, 국론 분열이요, 지식인사회의 위기라고 공격합니다. 데자뷔(deja vu). 어디서 많이 보고 겪었던 지배의 양식, 진압의 논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70∼80년대의 정권이 비판자를 대했던 방식과 흡사합니다. 과거와 다른 점은 비판적 지식인들의 입을 틀어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거친 언사와 분열이 위기가 아니라, 침묵이 위기입니다. 중학교 수준의 상식만 있어도 분별할 수 있는 시비를, 시민들이 표출하는 분노를, 지식인들이 보고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위기가 아니겠습니까? 다행히 지식인들이 입을 열고 있습니다. 말하는 지식인, 복더위를 가르는 청량한 바람입니다.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