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2일 열린 쌍용자동차 희망퇴직자 김아무개(35)씨의 영결식 도중 한 조문객이 영정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2009년 파업 이후 17명째 쌍용차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이 세상을 등졌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제공
장례식이 끝나고 평택시의 김씨 집을 찾았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김씨 어머니는 장례를 치르는 동안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삼갔다. 이번에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김씨 어머니는 “지금 와서 무슨 소용입니까. 이제 그만하시죠”라며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평택시의 한 허름한 아파트, 김씨의 집을 올려다봤다. 어머니의 휴대전화 단축번호 1번은 여전히 ‘금쪽같은 내 새끼’로 돼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심장이 멈춰도 이렇게 아플 것 같진 않아’라는 컬러링이 남아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런 아들을 가슴에 묻었다. 그렇게 누군가의 가슴에 묻힌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이 벌써 17명째. “소용없다”는 어머니의 푸념이 틀리지 않다. “해서 뭘 어떻게 하겠느냐”는 어머니의 원망에 답하기 힘들다. 16번째의 죽음은 알려지지도 않았다. 지난 10월4일 ㄱ씨는 자신의 자동차 안에서 연탄불을 피워 목숨을 끊었다. ㄱ씨는 2009년 파업에서 해고되지 않은 이른바 ‘살아남은 자’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관계자는 “죽은 자와 산 자를 갈라놓으려는 회유와 협박 등이 계속돼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산 자들의 죽음도 이어지고 있다”며 17번째 희생자가 나온 뒤 뒤늦게 보도자료를 냈다. “연이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죽음이 또 다른 죽음을 부르는 것은 아닌지 하는 너무나 두려운 마음에 16번째 죽음에 대해서는 그 흔한 보도자료 하나 내지 않았습니다.” 2년이 지났지만 2009년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전염되고 진화한다. 그 상처는 희망퇴직자, 무급자, 정리해고자, 그리고 그의 가족들로 옮아간다. 세상을 등진 사람이 올해 들어서만 6명째다. 지난 4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금속노조가 발표한 쌍용차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쌍용차 노동자 가운데 52.3%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고, 80%는 중등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2년 전인 2009년 9월 같은 단체가 조사한 결과와 비교해보면, PTSD는 42.8%에서 52.3%로, 중등도 이상 우울 증상자는 71%에서 80%로 높아졌다(869호 포토² ‘차마 잠들지 못하는 희망’ 참조). 김씨와 같은 희망퇴직자는 2026명이다. 정리해고자는 159명, 무급휴직자는 461명이다. ‘함께 서고’의 ‘함께’는 누구인가? 쌍용자동차의 사정은 어떨까. 쌍용그룹에서 1997년 대우그룹으로, 중국 상하이차에서 인도 마힌드라그룹으로 운영자가 바뀌었다. 부침을 겪던 실적은 올해 들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1만 대를 넘어선 이후 5개월 연속 1만 대 이상 판매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끊겼던 수출길도 열렸다. 연말이면 러시아·중남미·중국 등의 수출을 재개한다. 최근 공장마다 슬로건이 걸렸다. ‘바로 서고, 함께 서고, 다시 서자.’ 슬로건은 슬로건일 뿐이다. 쌍용차 정문에서는 오늘도 해고자의 1인시위가 열린다. 나아진 사정과는 달리 2년 전 노사협상에서 약속한 무급휴직자 복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회사에 남은 사람이나 남지 못한 사람이나 쌍용차 노조의 단체 문자나 전자우편의 신호음에 불길함이 담긴 지 오래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예 확인하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죽은 자, 살아남은 자, 그들의 가족들이 겪어온 아픔의 크기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평택=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