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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너트슨 형제의 ‘깜짝 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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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7-2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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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으라구요?” “음… 그러죠, 뭐” “어, 팬티 치우지 마세요. 그래야 완전히 벗었는지 알 거 아니예요.” 모두들 당황했다, 그들만 빼고…. 스웨덴에서 부천으로 날아온 이 ‘웬만해선 막을 수 없는’ 형제는 <네이키드 어게인>을 공동연출한 토르켈(34)과 마르텐(29) 너트슨.

사진/ 너트슨 형제.(오계옥 기자)
이미 올해 칸영화제에서 누드로 칸 해변을 뛰어다니는 엽기적인 행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들은, 지난 7월20일 막을 내린 제5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장에서도 멀쩡히 붉은 카펫을 밟고 올라서는 듯하더니 갑자기 바지 지퍼를 내리며 깜짝 스트리킹을 펼쳐보였다. “미친 놈들처럼 보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는 철저히 영화홍보를 위해 벗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영화 <네이키드 어게인>은 총각파티를 마치고 술에 취해 홀딱 벗기운 채로 엘리베이터 안에 버려진 한 남자 이야기. 그러나 이 끔찍한 결혼식 전날은 자고 일어나도 끝나지 않은 채 70번이 넘게 반복된다. 얼핏 보면 <사랑의 블랙홀>을 연상시키는 이야기지만 이들이 말하는 ‘감상포인트’는 따로 있다. “보통 사람들은 여자들만 결혼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여자들은 결혼생활 자체에 대한 공포가 있지만 남자들은 결혼으로 인해 잃게 되는 것에 대한 더 큰 공포가 있거든요.”

TV 프로듀서인 아버지 덕에 자연스럽게 영상에 눈을 뜬 이들은 각각 광고 제작과 단편 영화작업을 하던 중 형인 토르켈이 만든 단편 <네이키드 어게인>(스웨덴 원제 )을 장편으로 만드는 데 의기투합했다. 니콜 키드먼 같은 대형 스타와 <반지전쟁> 같은 대규모 영화가 자리잡은 칸영화제에서 “가장 저렴하게 그러나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영화를 알릴 방법을 궁리하다가 ‘누드 홍보’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너트슨 형제의 다음 프로젝트는 자살하려고 지붕에서 떨어진 여자를 받아낸 남자와 그 충격으로 인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코미디라고. 생각만 해도 재미있다는 듯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풀어놓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즐거웠지만 “이번엔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 홍보를 할 거다”는 말은 부디, 진담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백은하 기자 lucie@hani.co.kr / 한겨레 씨네2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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