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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장애인 야영대회에 따뜻한 손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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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7-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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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6년을 헛되이 보낸 게 너무 아깝더군요. 그래서….”

선천성 지체장애 2급인 오상실 회장(41·경남 마산 한우리인성회). 오른쪽 팔다리 마비로 자신의 몸을 추스르기도 힘든 오 회장이 장애인들의 사회적응 훈련을 위한 야영대회를 열기 시작한 건 지난 91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온 이 행사가 올해로 11회째를 맞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76년에 학교를 그만둔 오씨는 20대 초반이 될 때까지 5년가량 문 밖 출입을 않고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다. 세상사람들이 자신을 꺼리는 것 같아 두려웠다. 그러는 동안 혼자서는 일어나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몸이 쇠약해져갔다.

“81년이었을 겁니다. 어느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재미삼아 한번 가보기나 하자’며 어디론가 이끌더군요. 그렇게 해서 성당에 다니게 됐습니다.”

성당에 나가면서부터 오씨의 생활은 놀라울 정도로 달라졌다. 세상에 대한 자신감을 점차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장애인들을 위한 야영대회를 구상한 게 이때였다. 처지가 비슷한 이들이 어디선가 옛날의 자신과 똑같이 의미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 같은 안타까운 조바심이 들어서였다.


지난 91년 경남 하동 송림에서 시작된 야영대회는 매번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 99년 거제 장목에서 열린 대회 때는 새벽 4시에 나선 등산길에 갑자기 비가 오는데도 장애인들이 먼저 “끝까지 가자”는 의지를 보여 140명 모두 500m정상에 올라 서로 얼싸안고 엉엉 운 적도 있었다. 한 시각장애인은 “야영대회를 열어준 이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여기서 죽어도 한이 없겠다”고 털어놓아 참가자들을 울렸다.

물론 지금까지 행사를 끌고오는 과정에는 난관도 많았다. 성금을 요청하면 마치 동냥을 주듯 동전 한닢을 쥐어주는 곳도 있었고 법인이 아닌 사설단체라는 이유로 지원을 거절하는 기관이 많아 속으로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한다. 이런 어려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 차례 행사 때마다 700만원 안팎의 경비가 드는데 보험회사(삼성화재) 직원인 오 회장이나 10명 안팎의 동료들 처지에선 적지 않은 짐이다.

올해 행사는 7월 말부터 3박4일 동안 경남 합천 대암산 ‘청소년 수련의 집’에서 열린다. 전국의 장애인 100명과 자원봉사자 100명으로부터 신청을 받게 되며 극기훈련, 물놀이, 장기자량, 인간관계 훈련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문의: 한우리인성회 055-245-1578).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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