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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장애인 마음을 방송에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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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7-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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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방송 진행자가 프로그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때, “제작자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야 한다”는 게 방송가의 불문율이다. 제작진한테는 “자칫하면 배가 산으로 갈 우려가 있다”는 좋은 핑곗거리도 있다. 그러나 케이블방송 평화방송TV(ch33)의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인 <함께 가는 길> 제작팀만은 이러한 규칙을 고수하기가 어렵다.

4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진행자 고정욱(39·성균관대 강사)씨는 자신이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았던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에 관한 한 ‘뼈 속까지’ 알고 있다. 게다가 국문학 박사 출신답게 방송에 쓰이는 어휘며 표현까지 세세하게 짚어내 작가를 초긴장시킨다. “장애와 관련한 표현들이 제대로 정리가 안 돼 있어요. 출연자들도 비장애인이라는 말 대신 일반인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렇다면 장애인은 ‘일반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잖아요?”

요란스러운 게 질색이라 방송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그가 방송계에 데뷔(?)하게 된 것은 지난해 그가 펴낸 동화 <아주 특별한 우리 형> 때문이다.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소년을 소재로 한 <아주 특별한…>이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자, 평화방송쪽에서 출연 요청을 했던 것. 그는 특유의 입담으로 좌중을 압도했고, 차기 진행자를 물색중이던 제작팀은 환호성을 질렀다. 덕분에 장애인 관련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맡게 됐다는 고씨는 “장애인이라는 말에는 유난히 마음이 약한 탓”이라며 쑥스러움을 내비쳤다.

“주변에서 장애인을 쉽게 볼 수 없는 건 그들에게 기회가 없기 때문이에요. 제가 글을 쓰고, 대학 강단에 서기까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는데, 이런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게 그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요즘 요즘 장애인을 소재로 한 또 한편의 동화, <안내견 탄실이>를 집필중이다.

이미경/ 케이블TV가이드 기자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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