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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과학 콘서트를 즐겨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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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7-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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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콘서트>(동아시아 펴냄)는 제목부터 발랄하다. 과학이 멀고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고 증명하듯 지은이 정재승(29)씨는 매 악장과 소절마다 선문답 같은 질문을 던진 뒤 때론 경쾌하게 때론 장중하게 과학적 상식과 원리를 동원해 글을 이끌어간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 영화 <할로우맨>으로 잘 알려진 미국배우 케빈 베이컨의 이름을 딴 게임이 있다. 케빈 베이컨과 다른 할리우드 배우들이 얼마나 아는 사이인지 맞히는 게임이다. 실제 할리우드 영화배우 데이터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돌려보았더니 평균 3.65편으로 인연이 닿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 원리에 따르면 세상 사람들은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가 된다.

지은이의 지휘봉이 가리키는 지점은 종횡무진이다. 토크쇼의 방청객은 왜 모두 여자일까, 세상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같은 알쏭달쏭한 질문에서 바흐에서 비틀즈까지 히트한 음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왜 내가 선 줄만 사람들이 안 줄어들까, 아이슈타인이 정말 뇌를 15%만 쓰고 죽었을까 같은 도무지 풀 길 없는 궁금증에 이르기까지 때론 명쾌한 해답을 때론 고개 끄덕여지는 설명을 내놓는다.

“남보다 빨리 학업을 마친 관계로” 현재 고려대에서 연구교수로 있는 정재승(29)씨는 물리학자라기보다는 스스로의 표현에 따르면 “짬뽕학자”쪽에 가깝다. 물리학으로 출발했지만 포스트 박사과정은 의과대학 응용물리학과 신경정신과를 거쳤다. 앞으로는 물리학과 의학을 섞은 “뇌의 정보처리과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다고 한다. 학문간 경계가 무너지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나 우리나라는 그러다간 양쪽에서 박쥐 취급받을 우려가 있다는 게 그의 고민이다. 복잡한 세상살이를 3차원 방정식풀듯 정리했지만 정씨에게도 세상은 여전히 카오스인 모양이다.


“과학이 대중과 좀더 친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책입니다. 또 저 스스로 연구실에 갇혀 세상과 담 쌓기도 싫고요. 두해 전에 쓴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의 연장선인 셈인데요, 다음번에는 음악에 담긴 과학이론을 책으로 써볼까 합니다.” 영화와 음악은 광적으로 좋아하고 철학과 역사학은 소설보다 재미있다는 젊은 물리학자의 다음 연주가 기다려진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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