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버스’의 희망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김진숙은 ‘당연한 폭력’의 산을 넘어 치커리와 상추를 품에 안고 사뿐히 계단을 지르밟고 내려올 것이다. 한겨레21 김경호
2차는 영도에서 여름 축제로 자본에 착해지라고 요구하는 게 어렵다는 거 안다. 자본의 속성 자체가 그렇게 생겨먹지 않았다는 거 인정한다. 하지만 자본을 굴리는 자본가의 윤리적 각성 정도에 따라 최소한의 완충지대는 만들 수 있으리라는 노력마저 폐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평균보다 지나치게 악랄한 자본에 대해 정부 차원의 법적 규제를 할 수 없다면, 시민의 힘으로라도 윤리적 응징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노동자 서민 등골 빼먹기 좋은 나라’의 다른 표현으로 고착되어서야 대다수가 다양한 노동에 종사하는 우리 미래가 너무 암울하지 않은가. 거북선을 누가 만들었느냐고? ‘이순신!’이라고 대답하는 역사가 있을 것이고, ‘노동자!’라고 대답하는 역사가 있을 것이다. 거북선이 탄생하는 데 노동자와 이순신이 모두 필요했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시민인 나는 그 둘이 똑같이 존중받길 원한다. 이런 상호 존중이 자본가의 상식이 되는 게 소박한 시민으로서의 나의 바람이다. “왜 우리는 만날 지는 싸움만 합니까.” 진숙씨가 울며 물었다. 하지만 진숙 언니! 희망 버스를 타고 다녀오고 나니 저는 드디어 우리도 이기는 싸움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시민들의 마음이 큰일을 해냈어요. 첫 번째 버스를 타며 우리가 감지한 희망은 막연하고 아스라해 위태로웠지만 이제 구체적인 희망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700여 명의 희망 버스 시민들을 자본가와 권력이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예요. 2011년의 우리가 한마음으로 한곳에 모이면 시민 700명이 7천 명 이상의 역할을 하며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할 수 있음을 저들이 눈치챘기 때문일 겁니다. 기다려주세요, 고공 절벽에서 푸른 것들 키우는 진숙씨. 7월9일 우리는 2차 희망 버스를 타고 다시 갈 겁니다. 첫 번째 희망 버스가 그랬듯이 자발적으로 참가비 내고 자기 돈으로 밥 사먹으며 죽음 직전까지 내몰린 우리 이웃과 희망을 나누고 싶은 시민들이 손에 손에 도시락 싸들고 촛불 들고 전국 각지에서 부산 바닷가로 피서 갈 겁니다. 이번엔 185대의 버스가 갈 겁니다. 당신이 고독하게 싸워온 고공에서 내려다보는 부산 영도가 춤과 노래와 시와 그림이 어울리는 여름 축제의 놀이판이 될 겁니다. 부산 시민들도 함께할 겁니다. 아이들과 연인들이 더 많아지고, 더 재미나고 유쾌한 놀이가 많아질 겁니다. 우리는 사랑을 나누러 가는 거니까요. 우리를 움직이는 동력은 사람에 대한 사랑과 공감의 능력입니다. (이 글을 먼저 읽으시는 벗들은 인터넷에서 ‘희망 버스’라고 검색해주세요.) 한국 기업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 부탁이 있어요, 진숙씨. 다음번 2차 희망 버스가 갈 때까지 치커리·상추 열심히 길러주세요. 그날, 우리 모두의 환호 속에 당신, 두 발로 걸어 내려와 그 식물들을 우리에게 전해주세요. 생명에 대한 갈증과 사랑으로 고공에서 길러진 치커리와 상추들 손톱만큼씩 뜯어서 즐거이 나눠 먹고 우리 한판 더 신나게 놀아요. 걸어 내려오는 당신을 조남호 회장님이 따뜻하게 맞아주시면 더더욱 좋겠다는 상상까지 하게 되네요. 내가 당신들 귀한 줄 너무 몰랐다고 미안해하는 말 한마디 들었을 수 있었으면! 우리 조금씩 양보하며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보자고, 많이 가진 사람이 자신의 것을 조금 더 내놓으려는 윤리적 자세를 조남호 회장님이 보여줄 수 있다면 그분의 손자·손녀들이 오랫동안 할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할 텐데! (조남호 회장님. 대한민국 기업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부디 놓치지 마시길.) “희망의 버스 한 번만 더 와주면 저도 살아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진숙씨가 말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살리고픈 존재란 걸 평범한 보통 사람들 속에서 종종 발견합니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나누며 행복해지는 유전자가 우리 DNA 속에 있다는 것을 희망 버스 사람들이 보여주었어요. 우리 마음속에는 서로의 처지를 연민하는, 불의에 저항하고픈 여린 마음이 있습니다. 그 마음을 가장 부드러운 방식으로 조각보처럼 펼쳐 보여주기로 합시다. 진심은 진심을 알아보고, 진심은 진심을 초대합니다. 이런 자발적 마음으로 꽃피워낸 것이 희망의 버스였지요. 이 버스에 탑승한 평범한 보통 사람들은 저마다의 진심으로 서로를 초대한 주인공들이었어요. 진심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런 마음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아주 망하지는 않고 유지되는 걸 겁니다. 진심의 가치를 서로에게 전해준 우리 모두! 2차 희망 버스 타고 가서 고공의 진숙씨를 지상으로 사뿐, 걸어 내려오게 합시다. 그때 진숙씨, 세상에서 가장 환한 웃음 보여주세요. 김선우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