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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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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7-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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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세계 1위.

우리나라 성인 남자의 지난해 흡연율과 국제 등수입니다. 대단한 성적이지요. 금연바람이 불어 수치가 떨어지지 않았나 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이에 질세라 여성, 청소년 흡연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흡연율이 높을까요. 급격한 사회변화와 그에 따른 스트레스, 그리고 획일주의·평균주의 문화가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소극적인 금연정책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가 담뱃값을 크게 올리고 실내는 물론 건물 주변에서의 흡연을 금할 정도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격도 싸고 규제도 허술합니다.

‘기자가 뛰어든 세상’에 금연학교 체험을 하겠다고 했을 때 처음에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뚝딱 끊으면 되지 학교까지 가느냐고. 저는 94년 10월 이후 담배를 피지 않는데요. 어느 가을날, 사는 게 한심하게 느껴져 조그만 변화라도 가져보자고 궁리하다가 “그래 이것부터” 하고 피우던 담배를 놓은 뒤로 신통하게 끊었습니다. 그때 어림해보니 16년 동안 하루 한갑 11만6천여개피, 많이도 피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탁 막히더군요. 저의 경우 담배를 끊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하다가 담배를 희생물로 삼았는데 그것이 매우 자연스러웠습니다.

골초 구본준 기자의 금연학교 체험기에 따르면 사흘을, 그리고 피고 싶을 때 1분만 참으면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16년 동안 잠잘 때와 비행기 탈 때를 빼면 10시간 넘게 담배를 피우지 않은 적이 없다는 그가, 며칠 만에 탈태한 것을 보면 세상에 담배 끊지 못할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담배를 피우다가 안 피면 여러모로 좋고, 가족을 비롯해 주변에서 아주 좋아합니다. 중 3인 큰아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이 담배를 피는데 자기는 담배연기가 싫어 절대 피지 않겠다고 합니다.

담배의 해악은 익히 알려져 있지요. 특히 니코틴은 자율신경계의 신경질을 침범해 처음에는 자극하고 나중에는 마비시킨다고 합니다. 해로운 줄 알면서도 마시거나 피우거나 맞지 않으면 정신적·육체적으로 정상 상태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을 중독증세라고 하지요.

해로운 줄 알면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의식세계에도 있습니다. 냉전이데올로기, 지역감정, 군사문화. 중독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이성적 사고가 마비됩니다. 불행히도 1등을 다투는 신문들이 온갖 화려함과 함께 이러한 니코틴을 매일같이 조금씩 주입하고 있습니다.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 한 개피의 담배와 한부의 극우신문이라면 머뭇거릴 필요가 있을까요? 담배를 물지 않으면 일이 손에 안 잡히고, 극우신문을 보지 않으면 주류에 끼지 못하며 뒤처진다는 생각, 며칠만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금단현상입니다.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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