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7일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캠퍼스 노천극장에서 학생들이 비상학생총회를 열고 있다. 이날 929명이 참석한 비상학생총회에서는 박철 총장의 퇴진 요구가 논의됐다. 한겨레 허재현
한국외대는 외대부속외고와 한국외대 용인캠퍼스에서 영어캠프를 운영하는 학교기업 ‘아이외대’(대표이사 박철)를 경영하고 있다. 박 총장의 부적절한 행동은 이 회사에서도 발견된다. 아이외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008년 2월 어학연구소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캠프를 진행해 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때 박 총장은 아이외대 쪽으로부터 80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아갔다. 서정석 당시 용인시장과 아이외대 사이를 연결해 업무 협약을 체결하도록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였다. 박 총장의 인센티브 챙기기는 매년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못 다 쓴 판공비 찾아오라”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한 한국외대 교직원은 2007년 박 총장의 이상한 업무 지시를 털어놨다. 학교 재정을 관리하는 부서에 근무하던 이 직원은 어느 날 총장으로부터 은행에서 판공비 300만원을 찾아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총장은 “(내가)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돈을 다 못 썼으니 나머지를 다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사립학교법이 두고 있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 위반이다. 학교돈을 현금으로 찾아 쓰면 안 되고, 금융기관의 수표나 예금 통장을 통해 써야 한다. 박 총장이 이런 방식으로 쓴 교비는 2006년부터 4년여간 수천만원에 이른다. 교비만 부적절하게 사용한 게 아니다. 국민의 세금인 국고지원금도 부당하게 사용했다. 박 총장은 지난해 5월 모두 3차례 열린 입학사정관제 관련 세미나에서 학생과 교사들에게 자신의 저서 <돈키호테를 꿈꿔라> 600여 권을 기념품으로 나눠줬다. 비용은 입학사정관제 촉진을 위한 국고지원금으로 처리했다. 입학사정관제 지원금을 자신의 책 구입을 위해 썼다면 고등교육법 위반 소지가 있다. 당시 교직원들은 박 총장에게 부적절한 예산 사용이라고 건의했지만, 박 총장은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한다. 학내 건설 공사와 관련한 개입 의혹도 받고 있다. 한국외대의 전·현직 핵심 인사들은 “박 총장이 (주)진아건축도시에 공사 설계를 맡기려고 직접 발 벗고 뛰어다녔다”고 전했다. 입찰 관련 실무를 맡은 한국외대의 한 직원은 박 총장이 “진아건축도시 쪽에 사전에 입찰 정보를 흘려주라고 해서 내가 직접 설계 관련 정보를 알려줬다”며 “총장 지시라서 거절도 못하고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왜 일개 사기업을 위해 발 벗고 나서 행동한 것일까. 한국외대 동문들은 박 총장이 이 기업에 특혜를 주는 대신 리베이트를 챙겼을 것으로 의심한다. 이들은 5월23일 박 총장을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진아건축도시가 박 총장의 형 박강수 전 배재대 총장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고 있다. 2008년 이후 한국외대 곳곳에서 진행되는 981억원대 규모의 신축 공사에서 액수로만 약 94%의 설계를 도맡아왔다. 검찰 수사에 기대 걸어 치솟는 등록금으로 괴로워하던 학생들은 자신이 낸 돈이 부당하게 사용된 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박 총장의 자진 사퇴를 주장했다. 박 총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총장실을 점거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5월17일 저녁 열린 비상학생총회에는 재학생 8700여 명 중 10분의 1이 넘는 929명이 참석했다. 박원 총학생회장(국제통상학과 4학년)은 “입학한 뒤 이런 일은 처음 본다”고 했다. 검찰은 5월20일부터 한국외대 직원들을 소환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한겨레>는 5차례에 걸쳐 박 총장에게 여러 의혹들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한국외대 홍보팀은 애초 질문지를 미리 보내주면 총장 인터뷰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겨레>가 5월20일 자세한 취재 내용이 담긴 질문지를 보내자 인터뷰를 거절했다. 대신 5월24일 서면 답변을 보내와 “주말에 회의할 때만 회의비가 지급됐으며, 총장 저서는 한국외대의 정신과 관계 있어 지급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하거나 해명을 거부했다. 박 총장은 지난 4월 재학생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내가 낸 기부금이 1억원이 넘는데, 이 정도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용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8년 편입학 비리가 터져나와 재단(동원육영회)이 붕괴됐던 한국외대에서 13년 만에 터진 부패 스캔들이 말끔히 정리될 수 있을지 재학생과 교직원, 동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사진=허재현 기자 한겨레 디지털뉴스부 catalunia@hani.co.kr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지 지난 2011년 5월 30일자 제863호 18쪽 ‘비리총장의 용돈이 된 등록금’ 및 인터넷 홈페이지 사회일반면 ‘외대 총장님의 쌈짓돈이 된 등록금’ 제하의 기사와 관련, 사실 확인 결과, 한국외국어대학교 박철 총장은 교육과학기술부나 학교법인 동원육영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바 없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문들이 박철 총장을 리베이트 수수혐의로 검찰에 정식 고발한 사실이 없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진아건축도시에 지급한 설계계약금액은 4년간 합계 약 21억 원 정도인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한편 박철 총장은 “학생들이 납부한 등록금을 용돈이나 쌈짓돈으로 사용한 바 없고, 학교공금을 개인 용도로 쓴 일도 없으며, 판공비 300만원을 직원에게 찾아오라고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