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D계획의 뿌리는 80년대 초반으로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유로미사일위기가 한창이던 83년 레이건 미 대통령은 전략방위구상(SDI)을 발표했다. 전략방위구상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소련의 핵미사일을 공중격추시킨다는 계획으로, 요격미사일발사장치를 우주와 지상에 배치한다는 엄청난 규모의 군사전략이었다. 소련은 SDI계획이 우주의 군사화라고 반발했고, 미국 내에서도 ‘별들의 전쟁’(Star Wars)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클린턴 행정부는 소련붕괴로 SDI의 존재이유가 없어졌다고 보고 이 계획을 대폭 축소조정한 바 있다. 그런데 냉전시기 레이건의 구상이 MD체제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방패와 창의 업그레이드 악순환 MD체제란 미국과 동맹국의 대륙 상공을 격자망식으로 구획짓고 이를 연결시켜 보이지 않는 바가지를 씌우겠다는 것이고, 날아오는 적의 핵미사일을 상공에서 요격 분쇄한다는 개념이다. 미국이 이런 핵미사일 방어망을 갖출 경우 국제정치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이 적의 핵미사일을 공중요격할 체제를 갖출 경우, 상대방의 핵무기는 무력화될 위험성이 있고 미국 외의 핵보유국은 핵억지력 자체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포스트 모던 시대라지만 핵을 보유하고도 핵이 무력해지는 그런 상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만이 실질적 핵보유국이고, 미국의 핵위협 아래 세계가 불안해지는 공포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구상이 추진중인데 어찌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미국은 북한 같은 불량국가의 미사일위협 때문에 MD구축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 구상에 위기를 느끼는 나라는 오히려 러시아나 중국 같은 핵강국들이다. 공격적인 방패를 만들면 그 방패을 뚫을 더 강한 창을 만들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최근 러시아가 MD구상에 대비해 다탄두 대륙간탄도탄 SS19발사 시험을 했다는 보도는 이를 입증해준다. 국가보안법이 존속되는 한 한반도에 탈냉전이 요원하듯이, 미사일방어체제의 철폐없이 세계평화는 불가능하다. 경상도 가뭄이 전라도 정권의 햇볕정책 때문이라는 정치적인 농담이 횡행하는 불안한 냉전시대에, 국민의 정부는 지역감정과 정략을 넘어 이제는 노벨평화상이 무색하지 않을 분명한 평화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보안법과 MD계획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은 현 정부의 탈냉전 의지를 가늠하는 가장 확실한 시금석이다. 최연구/ 국제관계학 박사·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대우강사 http://www.postech.ac.kr/~choiyg/









